카드론 한번 쓰면 등급 '뚝'..왜곡 심각
전기료·보험료 납부실적 등개인신용에 긍정적 정보들공공기관, 신평사 제공 꺼려불량정보로 저신용자만 양산
금융당국도 서민금융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현행 신용평가회사들의 신용등급 산정 모델과 신용정보 공유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신용정보의 취합ㆍ관리ㆍ제공 역할을 맡고 있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한국신용정보(NICE), 한국신용평가정보(KIS)로 집중되는 개인 우량정보가 관계 공공기관의 비협조로 제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신평사의 상업주의에 근거한 경쟁 시스템 및 은행을 제외한 서민금융기관으로의 개인 신용정보 유통 차단, 신평사들의 신용평가 모델의 적합성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어 당국 역시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
▶ '쓰레기 정보'가 저신용층 만든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우량정보만 신평사들에 제공해도 현재 신용등급 산정이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평사들이 취급하는 정보가 신용카드사, 대부업체 등으로 제한돼 있는 데다 불량정보가 우선 집중되는 게 현 상황. 이에 금융위는 지난해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을 개정해 국내 13개 공공기관에서 취급하는 개인 정보를 신평사가 활용할 수 있게 했지만 해당 기관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납부 실적 및 국민연금공단의 월 연금 납부 실적, 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납부 실적 등은 개인 신용에 상당히 긍정적인 정보다. 그러나 해당기관은 개인정보 남용 및 유출을 우려해 민간회사인 신평사에 정보 제공을 꺼리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평사들이 불량정보로만 신용등급을 산정하는 부분에 대한 제한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는 각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산정 모델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과 함께 모델을 개선하더라도 우량정보의 집중이 없이는 합리적인 개인 신용등급 산정이 불가능하다.

▶신평사 상업주의가 신용평가 불투명성 조장
=국내 신평사들의 지나친 상업성도 불합리한 신용등급 산정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는 3개 신평사가 독과점 형태로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보유 중이다. 개인 신용정보를 취합ㆍ관리ㆍ제공한다는 공익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이들 역시 민간 상업회사라는 점으로 인해 각자 보유한 신용정보를 영업 우선으로 활용하고 있다.
개인들이 궁금해하는 신용등급 산정의 기준은 산평사들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KCB의 경우 상환이력, 부채수준, 신용거래 기간, 신용거래 형태, 기타 신용정보를 취합해 신용등급을 산출한다. 이 중에서 연체정보를 포함한 대출 상환 및 카드 결제 이력이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NICE는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채무불이행정보, 신용개설정보, 조회정보, 대출정보, 보증정보, 연체정보 등을 기준으로 신용평점을 계산한다.
이처럼 신평사들은 각자 모델을 통해 신용등급을 산정한다. 하지만 이들의 상업성을 내세운 지나친 '개인플레이'가 개인 신용등급을 왜곡하는 현상을 만들었다. 개인의 종합적 신용정보가 없으니 하나의 관점에서만 신용평가를 하게 되는 것이다. 빚을 꼬박꼬박 잘 갚고 있는데도 신용등급은 제자리걸음이고 반면 카드론 한번 썼다가 신용등급이 뚝 떨어지는 경우는 이같은 신평사들의 배타적인 신용정보 공유ㆍ관리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기관들이 불량정보는 쉽게 내놓지만 고객 유치 등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우량정보는 공유하지 않고 있어 돈을 잘 갚는 개인까지 부당한 신용평가를 받는다고 여기게 된다"며 "금융시장 선진화는 금융기관 간 우량정보 공유를 높이는 한편 신평사들이 신용정보를 종합적 집중, 관리 그리고 가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박정민ㆍ오연주 기자/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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