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장에 '순환골재' 다량 사용
태풍 '뎬무'가 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린 지난 11일.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변에는 폐콘크리트와 녹슨 못 등 건설 폐기물로 만든 순환골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폭우로 강변 모래사장에 작은 물길이 생겼고, 적잖은 양의 순환골재가 이 길을 따라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대구 달성군 낙동강 살리기 제22공구 강변에 사용된 순환골재에 녹슨 못과 시멘트 조각 등 폐자재가 뒤섞여 있다.인근 구지면 자모리 농지 리모델링 부지에도 땅 속에 묻혀 있던 폐콘크리트와 유리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땅을 파보니 변색된 시멘트 가루가 나왔다. 축구장 크기 정도의 부지에는 원래 낙동강가에서 파내온 황토색 모래와 흙이 있어야 하지만 현장에는 짙은 색의 순환골재만 눈에 띄었다. 이곳은 장차 농민들이 흙을 다진 뒤 농사를 지을 땅이다.
4대강 살리기 공사구간의 하천 인근 구역(수변구역)과 농지 리모델링 부지에 불량 순환골재가 다량으로 사용된 것이 경향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문제의 공사 현장은 낙동강 제22공구로 달성보 하류 지역이다. 4대강 사업의 대표적인 공사 구간으로 시공사는 현대건설이다. 확인 결과 순환골재가 깔린 곳은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의 낙동강 수변구역 1만㎡, 달성군 구지면 자모리 앞 농지 리모델링 부지 1000㎡이다. 주민들이 목격한 양만 25t 트럭 15대 분량에 이른다. 주민들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2차례에 걸쳐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지역 주민 김모씨는 "순환골재로 공사를 하면 낙동강 오염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4대강 사업은 강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강을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강물과 맞닿는 공사구간에는 순환골재 사용이 금지돼 있다. 용출수가 발생하는 지역과 하천으로부터 30m 이내, 농지 성토 구간에도 순환골재를 사용할 수 없다. 순환골재를 쓰려면 시공사가 시장이나 군수에게 사전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순환골재 사용량과 사용 계획을 보고하지 않았다.
업체들이 순환골재를 사용한 것은 무엇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상 골재는 트럭 1대당 20만원이 넘지만 순환골재는 2만원도 안 된다"며 "일반 건설현장뿐 아니라 4대강 공사 현장에서도 질 나쁜 순환골재가 암암리에 사용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기업 시공사가 공사를 따낸 뒤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면서 건설단가를 낮추는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 측은 "하청업체가 농지 리모델링 작업에 동원된 장비들의 진입로를 개설하는 데 재생 골재를 썼을 뿐 농지에는 깔지 않았다"며 "이 같은 사실을 안 뒤 골재를 걷어냈다"고 말했다.
▲순환골재
폐콘크리트 등 건설 폐기물을 물리·화학적으로 처리해 가공한 골재를 말한다. 자원재활용 차원에서 관급공사에는 사용이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수질 및 토양 오염의 위험이 있어 강가나 물이 흐르는 지역에는 사용할 수 없다. 환경부는 지난 3월 환경 오염을 이유로 국토해양부에 순환골재를 수변구역과 성토지역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 대구 | 목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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