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리그 결승]임요환-최연성, "KT가 쉽게 무너질 팀이 아니길 바란다"

2010. 8. 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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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스 강영훈 기자]SK텔레콤 테란의 원동력 임요환-최연성을 만나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 결승전이 오는 7일 부산 광안리 무대에서 열린다.

이번 결승전은 정규시즌 1위 KT와 포스트시즌 6연승 질주의 주인공 SK텔레콤이 5년 만에 이통사 라이벌 매치를 성사시키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2개 프로게임단 중 유일하게 종족별 코치를 모두 갖춘 두 팀 간의 대결에서 선수들의 대결 못지 않게 불꽃 튀는 대결은 바로 코칭스태프끼리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굳이 박용운 감독의 '매직' 발언을 꺼내지 않더라도 SK텔레콤 T1에는 임요환-최연성이라는 두 명의 거목이 건재하며 이 둘의 존재는 여전히 SK텔레콤 테란의 원동력이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다. 지난 08-09시즌 광안리 결승전에서도 확인됐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황제' 임요환은 출전 여부를 떠나 후배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괴물' 최연성은 정명훈이라는 테란 에이스를 09-10 시즌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광안리 무대를 가장 많이 경험해 본 선수와 코치, 두 명의 살아있는 전설은 이번 09-10 결승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광안리 결승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임요환은 "KT가 우리에게 쉽게 무너질 만큼 약한 팀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e스포츠를 다시 부흥시킬 수 있을 만한 멋진 결승전이 탄생하길 바란다"면서 09-10 시즌 좀처럼 출전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최연성 역시 특유의 도발적인 멘트로 "KT는 이영호와 그 나머지다"라는 뼈 있는 한 마디와 함께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 SK텔레콤이 우승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거의 1년 만에 그 뒷얘기를 들려 주기도 했다.

다음은 임요환-최연성 코치와의 일문일답

- 5번째 광안리로 알고 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임요환=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군대를 가고 나서 SK텔레콤이 2년 동안 광안리에 못 갔었는데 제대하고 합류하자마자 2년 연속으로 광안리에 가게 된 것을 보면 운이 상당히 좋은 것 같다.

- 최연성 코치는 코치로서 가는 두 번째 광안리인데▲ 올해는 광안리에 가는 게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정규시즌 1등으로 가지 않으면 지금의 우리가 해 온 것처럼 힘들게 가야 하니까. 자세하게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포스트시즌 동안 50게임 정도를 한 것 같은데 준비하느라 정말 힘들었고 많이 예민해지기도 했다.

- SK텔레콤이 포스트시즌 내내 정말 '쎈'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최연성=밑에서부터 치고 올라가는 것이 탈락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긴 해도 질 듯 말듯한 에이스결정전까지 계속 겪으면서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엄청난 무기가 됐다. 우리는 모두 이겨 보기도 하고 져 보기도 했지 않은가. 포스트시즌에서 전승을 거둔 선수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이 '져봤다'는 경험은 굉장히 중요하다. 김택용 같은 경우도 김구현(STX)전 등 경기 내에서 이긴 게임을 무리해서 지기도 했는데 결승을 위해서는 그게 약이 됐다. 경기 내적으로 조금의 방심도 없는 상태의 결승전이기 때문에 작년보다 훨씬 자신 있다.

▲ 임요환=작년에는 정규시즌에서 우승을 하고 직행을 했기 때문에 편안히 기다리면서 준비했는데 이번엔 6강 PO부터 굉장히 어렵게 올라갔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모두 프로리그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희생한 부분이 많은데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면서 대견하다고 느꼈다.

- 5년 만에 KT와 광안리 재대결을 펼치게 됐다.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데▲ 임요환=KT는 결승전에 관련된 안 좋은 징크스가 있는 반면 우리 팀은 결승전 승률이 상당히 좋다. 또 우리 팀은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광안리 무대에 대한 경험이 있는 반면 KT는 세대교체 이후 현재는 광안리에 서 본 선수가 거의 없는 걸로 안다. 말 그대로 '최다관중' 앞에서 게임을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 최연성=상대가 KT라서 더 자신 있다. 이영호라는 선수를 빼고 KT의 전적을 보면 하위권에 있는 팀들과 얼추 비슷하다. 우리 팀 입장에서는 하위 팀을 상대하는 느낌이고 단순히 거기에 이영호가 더해진 느낌이다. 물론 KT에는 정규 시즌에도 우리 팀만 만나면 잘했던 선수도 있고 해서 그런 점이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이번 결승전에서 보이는 KT는 딱 두 가지다. 이영호가 반, 나머지가 반.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가 아니라 우리가 방심하지 않는 것이다.

▲ 임요환=아까 징크스를 언급했는데 부디 KT가 그런 징크스에 휘둘릴 정도의 팀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라 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넘쳤으면 좋겠다. 누가 이기든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하는 것이 팬들을 위해서도 좋고 우리 입장에서도 그런 팀을 이겨야 우승하는 맛이 있지 않을까?

- 최코치의 'KT는 이영호가 반이다'라는 얘기는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역시 최연성 다운 발언 같다. 작년 같은 경우에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 SK텔레콤이 이겨야 한다'는 발언은 결승이 끝난 이후에도 1년 내내 e스포츠를 흔든 화제성 발언이었다.▲ 최연성=그 당시 포모스 심현 기자와 인터뷰를 했던 게 기억나는데 인터뷰가 나가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화승이 상대적으로 인기도 없고 팬도 적기 때문에 우승하면 안 된다는 얘기냐"면서 발끈했는데 그런 뜻으로 한 얘기는 전혀 아니었다. 일부러 한 마디로 끝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심하더라.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SK텔레콤이 우승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당시 화승에 선수가 몇 명이고 코치가 몇 명이었나. 그에 비해 우리 팀은 종족별 코치가 다 있었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조건인데 최소 규모의 지원과 최대 규모의 지원을 받는 팀끼리 붙었을 때 고액 연봉자도 많고 투자를 많이 한 팀이 우승하지 못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얘기 아닌가. 1억으로 운영되는 팀이 10억으로 운영되는 팀을 이긴다면 어떤 바보가 이 곳에 10억을 투자하는가? 이는 연봉을 받지 않는 공군 에이스가 기업 팀을 이길 수 없는 현실과 같은 맥락이다. 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볼 지 모르겠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이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그 당시에도 "이 게임 지면 우리가 관둬야 한다. 목숨이 달린 결승전이다"라고 주위에도 얘기했었다. 그 발언은 도발의 의미도 있었지만 스스로 배수의 진을 친 거다. 정말로 그렇게 얘기해 놓고 진다면 무슨 염치로 일을 하겠나.

08-09 시즌 결승전, 정명훈과 전략을 의논하는 임요환- 다행히-최코치의 주장에 따르면 '당연히'-작년에 우승을 차지했던 것을 축하한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번 09-10 시즌에서 코칭스태프가 가장 많은 팀끼리 결승전에서 맞붙게 됐다는 것도 어느 정도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 같다.

▲ 최연성=내가 선수 출신이긴 하지만 솔직히 테란 하나만 맡는데도 벅차다. 코칭스태프도 각 팀마다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시스템은 문제가 많다. 개인적으로 작년부터 정규시즌 7전제를 주장했었는데 현재의 5전제로는 밑에 있는 선수가 나갈 수가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잘하는 선수 두 명이면 이길 수 있는데 뭐 하러 신인을 쓰겠나. 코치가 하는 일이라면 에이스를 키우는 것도 좋지만 신예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신인들의 실력을 알아도 검증할 수 있는 기회조차 거의 없다. 이런 부분이 개선되어야지만 e스포츠 판에 투자가 계속 돌아온다.

- 그래도 그 발언 때문에 최근까지도 곤혹스러웠을 것 같은데▲ 괜찮다. 팬과 안티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어차피 다 똑 같은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주목 받아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 주면 욕을 하던 사람들도 우리 팬이 되는 경우가 있다. 자신 있으면 그렇게 해야지. 내 스스로 명예롭지 못한 일을 해서 까이는 거라면 굉장히 큰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괜찮다. 난 룰 안에서 노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신공격이나 그런 것은 안 된다. 승부조작 같이 나쁜 건 더욱 더.

- 역시 본좌 포스는 죽지 않았다. 다시 이번 결승 얘기로 돌아가 보자. KT는 '최종병기' 이영호가 있다. 최연성이 평가하는 이영호는 어떤 테란인가▲ 옛날부터 정명훈에게 "네 라이벌은 이영호다"라고 말해왔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가 (이)윤열이를 잡고 늘어진 것처럼 정명훈은 이영호를 잡아야 한다. 물론 그 앞까지 데려다 줄 수는 있지만 그 문을 열 수 있을지는 명훈이 스스로에게 달렸다.

- 그만큼 이영호가 대단하다는 얘기로 해석하면 되나▲ 내가 생각해 왔던 프로게이머의 이상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포석을 두는 게이머가 흔치 않은데 이영호는 10경기 정도를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다. 한 판 지고 나면 타격을 받는 선수들과 다르다. 뭐 실제로는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을 그렇게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예전에 소위 말해 '넘사벽'을 느낀 상대도 있었지만 겉으로는 어쩌다 진 척, 쎈 척 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실제로 그 상대를 이기고 극복하게 되더라. 이영호의 그런 면이 마음에 들고 집중력과 흡수력도 상당히 좋은 것 같다. 우리 팀을 제외하고 가장 키워보고 싶은 선수를 꼽는다면 이영호가 0순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탐나는 선수다. 내가 테란이었으니까 어느 정도 평가가 가능한 거고 다른 종족은 잘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보기로는 이영호가 가장 훌륭한 마인드를 가진 선수 같다.

- 박용운 감독이 팀의 코칭스태프들을 놓고 '매직'으로 표현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임요환=광안리 결승을 앞두고 상징적인 의미로 얘기한 것이 아닐까. 상대 입장에서 보기에 왠지 우승할 것 같은 이미지를 심어줄 것 같긴 하다.

- 4개의 매직 중에서 유일하게 선수는 임요환 뿐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그런 얘기를 듣는다는 것이 온전히 좋은 것 만은 아닐 것 같다▲ 임요환=스스로도 경기를 많이 뛰고 싶었는데 욕심을 부려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까 선수들의 희생을 얘기했지만 모두가 팀을 위해서 희생하고 있는데 나 역시 그런 부분에서 양보한 부분이 많다. 일단 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서 갔고 그런 부분에서 만들어 낸 결과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1승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 팬들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것을 두고 말이 많았다▲ 임요환=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이렇게 욕을 많이 먹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 다른 뉴스거리로만 나온다 그러면서 나를 믿어 주셨던 팬들이 하나둘씩 떠나간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굉장히 힘들었다. 팬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도 많았지만 참고 참았다. 어쨌든 다음 시즌부터는 욕심을 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대로 선수생활을 끝낸다면 나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30대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하겠다는 욕심도 있고 아직까지는 머리 속에 경기 생각이 많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누가 경기를 뛰는가를 넘어서 우승을 해야 한다. 어쨌든 팬들이 뭐라고 하는 것을 막을 수 없어도 제발 한참 앞서가는 은퇴 얘기는 없었으면 좋겠다.

- 잘 알겠다. 광안리 결승전에 대해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임요환=일단 기대된다. 6강 PO부터 결승까지 왔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우승을 하는 팀은 우리가 처음이 될 것이고 오버트리플 크라운 이후 절대강자로 다시 군림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중요한 시점인데 개인적으로는 쉽게 이겼으면 좋겠지만 모두를 위해서는 힘들게 이기더라도 드라마틱한 접전을 펼치면서 팬들이 원하는 경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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