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성인소설 알리바바(46)
< 46 > 소도둑 (10)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매니저의 피부는 청동의 표면 같은 광택을 지니고 있었다. 온몸의 근육은 윤곽이 뚜렷했으며 복근을 이루는 힘줄은 식스 팩으로 나뉘어져 선명한 음영을 드리우고 있었다. 귀부인은 매니저의 배에서 젊고도 활기찬 삶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겟작대기 쪽으로 이어지는 무성한 털을 쓰다듬다가 그녀는 그의 몸을 힘껏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원하는 걸 말해!"
귀부인은 매니저의 가슴에 미칠 듯이 양 볼을 비벼대며 물었다. 그녀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에… 간혹 섹스 후에 징징 우는 여자를 본 적은 있어도 시작도 하기 전에 눈물 흘리는 여자를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매니저로서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왜 그러세요? 울어요?"
"아니야. 행복해서 그래."
"남자랑 자는 게 처음도 아니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섹스는… 이제 마지막인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매니저는 신바람이 났다. 아마 귀부인은 몸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뜨거움을 느끼는 중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최상의 쾌락이란 이런 것인가. 눈물을 동반해야만 진정한 환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가.
"자, 유선 씨!"
매니저는 귀부인의 양 손을 깍지 껴서 움켜쥐었다. 손끝의 감촉이 따뜻하다고 여기면서 힘껏 위로 받쳐 든 순간, 지게작대기가 뜨끈하더니 드디어 두 사람의 육체는 완벽하게 하나가 되고 말았다. 잠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하늘 아득한 곳에서 깊은 나락으로, 그 깊은 나락에서 다시 날개를 펴고 하늘 끝으로 치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아! 그리고 출렁이는 파도! 깊은 바다 속을 헤매는 것처럼 숨이 답답해지더니 난데없이 이어지는 날카로운 울부짖음! 헉헉 턱밑까지 차오르는 가쁜 숨! 아으, 하는 짧은 비명! 그러다가 미칠 듯이 서로의 혀를 휘감는 난폭한 키스!
"그만, 그만!"
귀부인이 이를 악물더니 고개를 심하게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이제 서서히 절정으로 치닫는 중인 모양이었다. 이럴 때 다른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물론 둘도 없이 사랑하는 사이라면 눈앞이 아찔해지는 죽음의 계곡을 향해 뛰어들고 싶을 것이다. 다시는 헤어날 수 없을 심연의 계곡 속으로! 하지만 지금의 매니저는 귀부인을 사랑하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머릿속이 복잡할 따름이었다. 몸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건만 생각은 전깃줄에 앉아있는 참새처럼 한가로워지는 것이 오히려 신기했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꼭 이런 순간에 떠오르는 모습이 강유리의 해맑은 얼굴이었다.
"나 죽어. 죽을 것 같아."
귀부인은 버릇처럼 손톱을 세워 매니저의 목덜미를 후벼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매니저의 목을 잡아끌더니 그의 입에 젖가슴을 들이밀었다. 그의 입 속으로 아까 물려놓았던 넥타이핀이 쑥 들어왔다. 그래 좋다, 한번 진하게 뛰어보자.
매니저는 감은 눈 속으로 유리의 날렵한 자태를 떠올리며 꼴뚜기 짓에 박차를 가했다. 마찰이 계속되면서 철퍽! 철퍽! 하는 소리가 나고, 귀부인은 무릎을 세워 엉덩이를 잔뜩 위로 올리면서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귀부인은 완전히 홍콩 하늘을 비행하는 중인지 눈을 질끈 감고 숨을 몰아쉬는데, 교성을 지를 때마다 하복부 쪽으로 미끈한 감촉이 배어들곤 했다. 50이 넘은 여자도 때로는 사정을 하겠지. 그녀는 흥분에 몸을 떨면서, 혹은 완벽한 일체감을 느끼면서 꿈속으로 잦아드는 중일 것이다.
"아앗!"
귀부인이 몸을 강하게 위로 치켜 올리는 통에 매니저가 물고 있던 넥타이핀이 그녀의 젖꼭지로부터 튕겨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귀부인은 몸을 활처럼 둥글게 휘었다가 털썩하고 침대 위로 널브러졌다. 그 요란스러운 절정의 순간에 매니저는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힘차게 움켜쥐었다. 언젠가부터 한번은 쥐어보고 싶었던 유리의 젖가슴을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
[ 헤럴드경제 모바일 바로가기] [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 구독신청]
-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