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끼' 유선 "근사한 배우, 근사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2010. 7. 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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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을 삼청동에서 만났다. 가장 바쁜 직업군 중 하나인 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배우를 시간을 느려지게 하는 삼청동에서 만난다는 것에 느려진 시간의 힘을 빌어 사람의 향기를 좀 더 느낄 수 있겠다는 설렘이 떨려왔다.

유선과의 인터뷰는 태양이 가장 강하게 내리쬔다는 오후 2시에 시작됐다. 직장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 중 하나인 오후 2시의 노곤함은 오랫동안 시계태엽에 맞춰지다시피 한 신체리듬을 무뎌지게 했다. 약간의 공황상태가 어김없이 찾아왔던 찰나 유선의 시원한 웃음에서, 반가운 인사에서, 그리고 솔직한 모습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머릿속은 개운해졌다.

유선은 지난 해 방영된 KBS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데뷔 이후 가장 복슬복슬(?)한 이미지로 변신했다. 그래서일까. 당시 맡았던 인물의 이름도 복실이었다.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복실이는 약간 바보 같기도 하지만, 아니 순수하고 푸근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평소 저는 꾸미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털털한 사람이에요. 성격은 솔직한 편이고요. 복실이란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아 참 기분 좋았는데요. 사실 복실이가 순수하고 맑고 깨끗하지만 말 못한 사연이 많아 겉과 속이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더 매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복실이처럼 쉽게 상처받고, 별 것도 아닌데 마음고생으로 속앓이하고 그러거든요. 정말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저 참 여려요. 게다가 귀도 얇아 잘 속고요.(웃음)"

잠시 기자의 귀를 의심했다. 무엇이든 딱 부러질 것 같던 유선이 '귀가 얇다. 털털하다'라는 말을 털어놨기 때문이다. 복싱에서도 예상치 못한 카운터 어택으로 맞을 때 더욱 충격이 크듯, 이미 머릿속에 그려졌던 이미지가 다른 것으로 바뀌게 되는 순간 역시 많이 놀랍다는 것 다들 느껴봤을 테니 장황설은 여기서 끝. 어쨌든 이 같은 상상은 기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유선에 대한 이미지를 그렇게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터였다.

"그러게요. 많은 분들이 저의 흐트러진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시더라고요. 코미디나 멜로 같은 장르를 하고 싶었고, 또 성사가 될 뻔도 했는데 막상 '그 역할이 상상이 안간다'며 본의 아니게 못한 경우가 더러 있어요. 누군가 저를 뽑아줄 사람 만날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러다 '이끼'의 강우석 감독님을 만나 숨겨진 저를 내보이게 됐죠."

영화 '이끼'는 다양한 캐릭터가 살아 숨쉰다. 이는 강우석 감독 특유의 연출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극의 비중과 상관없이 인물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도 한 몫 했다. 물론 여기에 유선의 연기도 보태졌다. 강우석 감독은 촬영 전 유선을 보고 "눈빛에 사연이 많이 담겨 있는 느낌이다. 딱 영지다"라고 했고, 촬영을 마친 후에는 "차세대 한국 스크린을 책임질 여배우"라고 극찬했다. '충무로의 미다스 손'인 강 감독의 칭찬은 그녀에게 어떤 느낌이었을까.

"직접 듣지는 못하고, 기사로 나온 것을 봤어요. 보자마자 식은 땀이 쭉 나던데요. 얼굴이 확 달아올랐어요. 갑자기 엄청난 책임감을 짊어지게 되는 느낌이었죠. 감사하지만 더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야겠는 각오를 다지게 됐습니다."

유선은 '이끼' 팀을 만나면서 시나브로 한 단계 올라선 배우가 됐다. '아직 멀었다'는 그녀의 겸손은 그녀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자신감을 실어줬다. 이에 더욱 그녀의 '다음'이 기대가 됐다. 현재 강우석 감독의 차기작 '글러브'에서 정재영과 함께 연기에 들어간 유선의 차기 행보는 어떨까.

"제 연기의 길은 멀고도 멀겠죠. 다만 여태까지 제 삶에 있어 지금이 가장 설레는 때 같아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제 스스로가 더 기대가 되고요. 그래서 '글러브'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크네요. 정말 잘하고 싶거든요."

연이은 작품이 말해주듯 유선의 설렘은 '현재진행형'임이 분명하다. '이끼'와 '글러브'가 연이은 흥행 기록을 세운다면 이는 '미래진행형' 아니 '미래완료형'이 될 것이다.

"제 궁극적인 목표는 보다 많은 선택의 폭을 가지고 작품을 여유있게 하고 싶다는 것이에요. 여자로서의 꿈이요? 나중에 제가 결혼해서 엄마가 됐을 때, 제 아이가 엄마가 배우라는 것에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남기고 싶어요. 아마도 꾸준히 신뢰를 쌓아가는 배우가 된다면 당당하고 존경받는 사람이 돼 있겠죠. 결국 근사한 엄마, 또 근사한 사람 유선으로 남고 싶어요."

[장주영 기자 / 사진 = 강영국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38호(10.08.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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