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이 하청업체 쥐어짤 때 외국 기업은 품질 향상 돕더라

[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3부. 앞서가는 상생 현장 <3> 파트너로 존중때 신성장 보인다美 실리콘제조사 다우코닝 '해외파 도우미'役비봉E&G 복층유리 꼼꼼히 점검 끝에 인증
12일 충남 부여의 건축용 복층 유리(2겹 이상 유리를 연결해 만든 것) 제조회사 비봉 E&G. 정장을 입은 젊은 남성이 공장 이곳 저곳을 바빠 다니며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뚫어져라 살핀다. 갑자기 그가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유리 제품을 만져보더니 현장 직원과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눈 다음 고개를 끄덕인다. 원왕희 공장장은 "저리 좋은 인상으로 꼬치꼬치 따져 묻는데 처음에는 등골이 오싹했다"며 "하지만 우리 제품의 품질이 좋아지라고 애쓰는 분이라 고맙기 그지없다"며 웃었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남성은 실리콘을 만드는 한국다우코닝의 김도균 연구원. 그는 1년 가까이 서울에서 부여 공장을 수시로 오가며 비봉 E&G의 '품질 향상'을 위한 시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다. 현장 직원을 대상으로 공장 내부 청결 유지부터 공정의 문제점, 제품을 만든 후 틀 안에 넣을 때 작업 환경의 중요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교육하고 이를 직원들과 토론을 통해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때론 완성품을 예고 없이 검사해 조금이라도 품질이 부족하다 싶으면 '불량' 판정을 내리는 데, 이들 제품은 쓰레기 통으로 향하게 된다.
미국 회사가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의 품질까지 챙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연구원은 "실리콘은 여러 장의 유리를 안정적으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복층 유리와는 '바늘과 실'의 관계"며 "아무리 좋은 실리콘을 만들어도 유리 회사가 제대로 된 환경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실리콘, 유리 모두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초고층 건물이 늘고 건설업계에도 친환경, 에너지 절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복층 유리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현재 200개 이상의 중소기업들이 난립해 있다. 문제는 대형 건설사들이 '최저가 입찰제'로 단가에 대한 압박을 가하다 보니 유리 제조 회사들은 돈을 들여가며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을 하기 보다는 당장 제품을 싸게 만드는데 치중하고 있다.
박용성 비봉 E&G 사업총괄본부장은 "중소업체들끼리 품질 경쟁을 해도 모자랄 판에 싸게 만들기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이러다가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제품 시장은 외국 기업에게 다 내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강하지만 대형 건설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만 낮추라고 한다"고 답답해 했다.
비봉E&G은 지난해 한국다우코닝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다우코닝 본사가 진행하는 '품질 협력(Quality Bond)'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지 않겠느냐 것.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다우코닝이 가능성 있는 기업을 뽑은 후 전문 연구원을 파견, 직원 교육과 현장 점검을 함께 진행하고 생산 공정과 품질 관리가 다우코닝이 정한 기준 이상으로 올라서면 해당 회사의 제품에 다우코닝이 인정한 표시를 해 주는 방식 등으로 품질을 대외적으로 보증한다.
김정근 비봉E&G 대표는 "실리콘만 팔면 될 텐데 우리 같은 한국 중소 기업과 손 잡고 품질 향상을 해 보자는 말 자체가 이해가 안 갔다"며 "처음 외국 대기업의 평가까지 받아가며 회사를 뜯어 고칠 필요가 있느냐는 반발도 컸지만 글로벌 대기업이 우리 품질을 인정해 준다면 도약의 계기가 된다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비봉E&G는 5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기준을 통과했다. 현재 또 다른 4개 회사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품질의 중요성을 막연하게 느꼈던 비봉 E&G. 하지만 '해외파 도우미'의 든든한 지원으로 이제는 스스로 품질 관리 전담 요원까지 따로 두고 꼼꼼히 따져본다고 한다.
김 대표는 "현재 한국에는 복층 유리의 품질에 대한 기준조차 없는 상태이고 대부분 한국의 중소 유리 제조 회사들은 어렵게 품질 향상을 해도 인정 받기 어렵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글로벌 기업인 다우코닝으로부터 품질을 인정 받았기 때문에 국내 고가 시장, 해외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여=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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