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유선 "노출?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영화 '이끼'에서 유선이 맡은 이영지란 인물은 비밀스러운 느낌의 소유자다. 시종일관 순종적인 모습이지만 측정이 불가능한 내공이 언뜻 보여진다. 또 무관심한 듯한 말투에서는 털털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녀의 속내가 궁금했다. 정말 알듯 모를 듯한 성격의 이영지를 연기한 유선이 생각하는 이영지는 어떤 인물일까.
"원작 속 영지에 대해 많은 매력을 느낀 분들 많을텐데요. 윤태호 작가님의 그림 자체도 굉장히 매력적이잖아요. 팜므파탈 느낌의 치명적이고, 뇌쇄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모습이 말하지 않아도 포스가 느껴지고 말이죠. 하지만 영화 속 영지는 현실에 발을 겨우 붙이는 느낌의 인물이랄까. 생활 속에 있음직한 사람인 것 같아요. 만화에서처럼 처음부터 포커스를 받는 인물은 아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의 이야기 안에 개입하면서 어느덧 관객들은 영지라는 인물에 대해 공감이 되는 그런 캐릭터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인물에 대한 인상이 뚜렷하게 남을 것이에요. 만화와 다른 색깔이겠지만 또 다른 느낌이 될 것입니다."
유선이 말한 것처럼 영지란 인물은 원작에서 팜므파탈의 느낌이 강한 뇌쇄적인 이미지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그런 느낌이 조금 덜어졌지만 그래도 남자들만의 세계 안에서의 유일한 여자라는 존재라는 것과 영지가 가진 기본적인 성격은 그녀를 섹시한 느낌으로 다가가게 한다. 이 때문에 간간이 그녀의 연기는 '19금' 근처를 오고갈 때가 있다. 사실 원작대로라면 영화 속 유선의 노출 장면은 반드시 필요했다. 또 유선 스스로도 '마음의 각오는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상영되는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조금 옅어졌다. 왜일까.
"원작도 다 읽은 상황에 영화까지 출연하기로 해놓고 '노출은 싫어요. 안돼요. 하지만 영화 출연은 할래요'라고 하면 안되잖아요.(웃음) 그래서 '어느 선까지는 각오해야겠다'란 생각은 했어요. 더구나 마음을 편하게 가졌던 것이 강우석 감독님이 여배우가 나오는 장면에 대해 노골적으로 직설화법으로 표현하지 않을 것 같은 확신이 있었고요. 역시나 강 감독님은 기대했던 대로 상황을 편하게 만들어주셨어요. 사실 아직까지 노출이란 것을 자유롭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과감하게 강단있게 표현하는 배우가 존경스러울 정도니까요. 단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고, 작품과 감독 그리고 배우의 역할이 잘 박자가 맞는 상황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다면요."
어느 배우든 자신이 출연한 작품에서 분명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은 관객과 일치할 때도 있고, 배우 혼자만 느낄 때도 있다. 현장에서 특별했지만 실제 장면에서는 평범하게 나올 수도 있고, 그리 기대하지 않고 연기한 부분이 의외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때도 있는 것이다. 이번 '이끼'에서 유선이 생각하는 베스트 신(best scene)은 무엇일까.
"수돗가 장면. 그 장면에 가장 애착이 생겼어요. 사실 주변사람들이 하도 뽑아줘서 더 하는 것 같아요.(웃음) 마을 사람들과 영지와의 관계, 마을사람들이 갖는 영지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짧지만 강렬하게 드러나잖아요. 이 장면의 경우 콘티가 있었는데요. 그래서 감독님이 어떻게 그려낼까 궁금했는데, 여자 스크립터를 시켜서 '어떻게 찍으면 좋겠냐'고 대신 물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여배우가 불편할 것 같아 조심스럽게 배려해주신 것 같아요. 전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시니 마음이 훈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직접 리허설을 했어요. 그 장면 보시더니 바로 '오케이'하시더라고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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