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정두언은 왜 통곡을 했나
[CBS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여권의 권력투쟁이 점입가경이다. 국무총리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로 불거진 여권 내 권력투쟁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확산되면서 영포회와 선진국민연대의 권력농단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권력투쟁의 한 축으로 불리는 정두언 의원이 12일 기자회견 도중 통곡을 하며 눈물을 쏟았다. 그래서 Why뉴스는 '정두언은 왜 통곡을 했나'로 정해 권력투쟁의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정두언 의원이 기자회견 도중 통곡을 했는데 왜 그런 건가
=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눈물은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다. 가끔 민감한 사안이 발생할 때 눈물을 보이기는 하지만 어제 정두언 의원이 보인 통곡은 눈물의 수준은 아니었다. 정두언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권력투쟁이 아니다'라면서 "2년 전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나도 그 문제에 책임이 있다"면서 "나도 나서고 싶지 않았지만 누가 나서서 터지고 할 문제가 아니면 언젠가는 터진다"며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정 의원은 이어 "내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는지 아느냐?"며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연신 눈물을 흘리면서 울먹여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정두언 의원이 눈물을 흘린 이유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봐야 하는 것인가
= 지인들이 전하는 정두언 의원은 까칠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감성이 풍부하고 예능이나 예술 등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사적으로는 눈물이 흔한 편이지만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아주 이례적이다. 정두언 의원의 눈물은 일단 지금의 권력투쟁 양상을 박영준을 대표로 하는 이상득계와 자신의 권력투쟁으로 몰고 가는데 대한 억울함과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두언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 2008년 6월에도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당시 청와대 비서관을 겨냥해 권력 사유화는 안 된다며 문제를 제기했었다.
▶정두언 의원이 밝힌 이번 사태의 핵심은 뭔가
= 정두언 의원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권력투쟁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은 싸울 권력이 없다는 것이다. 정두언 의원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청와대와 정부 내 비선조직의 존재와 측근의 부당한 인사개입이다" "이것을 권력투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권력투쟁'이 아니라 '권력농단'이라는 것이다. '권력농단'을 부각시키지 않고 덮기 위해서 권력투쟁으로 몰고 가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정두언 의원이 최근에 한 언론인에게 밝힌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결국에는 박영준이가 실체 아니냐? 이번에 어윤대가 KB 회장 될 때도, 강정원 유임될 때도 그렇다며 이런 건이 100개는 더 있다"면서 "얼마나 많은 악행들이 저질러졌는지 언론만 모른다. 그래놓고 무슨 말하면 권력투쟁으로 몰아가고. 이번에 나온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특히 "영포회. 선진연대라는 단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단체의 몇 사람이 대통령도 속이고, 대통령 지시도 어기면서 마피아 총잡이들처럼 각종 인사와 이권에 다 개입했다"라면서 구체적인 인물들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두언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권력투쟁'이라기보다는 '권력농단'의 실체가 밝혀지는 것이다. 이런 얘긴데?
= 정두언 의원의 주장에 나름대로의 설득력이 있다. 정두언 의원이 '왕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중에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그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처음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문제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영포회에 이어 선진국민연대의 국정농단 문제로 비화됐다. 특히 야권의 문제제기에 이어 이제는 여권 내 친이, 친박에서 각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여권 내부에서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불을 지피고 있고 선진연대에서는 정두언 의원이 칼을 꽂고 있다며 정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정두언 의원과 친분이 있는 국무총리실 인사가 제보자라며 실명을 거론하고 나섰고 이 관계자는 이성헌 의원을 고소했다.
▶정두언 의원은 아니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친 이명박계 내부의 권력싸움 같은데?
= 사실은 그렇다. 친이 직계들 간의 권력다툼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바꿔 말하면 친이 직계 중 권력의 중심에 있는 세력과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있는 친이 직계 라인의 권력투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국무총리실 박영준 국무차장과 정두언 의원 진영 간의 다툼으로 보이지만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 라인과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 라인의 승부로 넓혀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권력투쟁이 촉발된 이유가 뭔가
= 일단은 6.2 지방선거의 패배 후유증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물론 14일 치러지는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자들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권력투쟁으로 비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당대표 후보들 간의 공격이 인신공격으로 나타날 정도로 과열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절반이 지나면서 정권 재창출과 관련해 누구 정국 주도권을 잡을 것이냐? 라는 문제로 권력다툼이 빚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본질적으로는 청와대와 정부부처의 인적개편을 앞두고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친 이계 내부의 암투가 표면화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단 청와대 이영호 비서관에 이어 정인철 비서관이 사표를 냈으니까 논란이 가라앉지 않겠나
= 일단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여권에서는 일단 이영호, 정인철 두 비서관을 퇴진시키고 박영준 국무차장에 대해서도 곧 있을 장차관급 인사에서 조치를 취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여권에서는 이들 3인방을 퇴진시키지 않고는 이번 파장이 가라앉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표 경선에 나선 홍준표 의원은 권력투쟁설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과 정두언 의원에 대해 "박 차장은 물러서고, 정 의원은 자성해야 한다"고 주문을 하기도 했다. 쇄신연대의 김성식 의원은 박영준 차장과 정두언 의원의 동반 퇴진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영준 차장은 퇴진 주장에 대해 전당대회가 있으면 의례히 나오는 얘기"라며 사퇴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영호, 정인철 두 비서관이 물러났으므로 당분간 박영준 국무차장의 퇴진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들 3인방에 대한 정리는 꼬리 자르기 수순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지금의 권력투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박영준 국무차장이 물러나고 대폭적인 물갈이 개각이 단행된다면 권력투쟁이 가라 않을 것이다. 이런 얘기인가
= 그렇게 보는 시각이 많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번 권력투쟁이 친이.친박간 본격적인 대회전도 아니고 친이계 내부에서 벌어진 자리다툼 양상이었던 만큼 권력기반 전체를 허물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심복들이 권력핵심에서 밀려나는 것이므로 이상득 의원의 영향력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권력다툼은 이제 시작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금은 친이계 내부의 다툼이니까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겠지만 권력 후반기로 가면서 레임덕과 함께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7.28 재보선에서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당선될 경우 그동안 흔들리던 친이계가 결집하면서 한나라당은 본격적인 친이.친박간 대결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두언 의원이 소장파이면서 중진인 남경필 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 것이나 쇄신파의 김성식 의원과 단일화 얘기가 거론되는 것도 길게 보면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인사전횡 또는 국정농단의 수준을 넘어서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온다면 사태는 걷잡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될 수도 있다.
지금의 권력투쟁 양상을 보면 김영삼 정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는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의 국정농단 문제가 불거졌는데 한나라당의 한 축인 민정계가 그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던 전례가 있다. 친이계 내부의 다툼으로 막을 내릴 지 아니면 권력형 비리로 번지면서 사태가 확산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bamboo4@cbs.co.kr ● 김성식 "정두언, 이성헌 사퇴해라" ● 정두언의 눈물 "2년간 너무 힘들고 외로웠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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