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이유

2010. 7. 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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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마다 관객들의 눈과 귀와 심장을 붙들어 맸던 공포영화가 올해는 뜸하다. 오는 28일 관객을 만나는 '고사2' 이외에 별다른 공포영화 개봉 소식이 없다. 공포물이 사라진 것 일까?

하지만 공포영화를 대신해 올 여름 극장가에는 스릴러물이 대거 선보인다. 지난 2일 개봉한 '파괴된 사나이'를 비롯해 15일 '이끼'에 이어 8월 중에는 '악마를 보았다'와 '아저씨'가 관객들을 찾아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올 여름 영화관에 식은 땀 나게 해줄 '귀신'은 많이 나타나지 않지만 소름끼치게 하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여느 여름 못지않게 영화관에서 무더위를 잊을 수는 있을 전망이다.

◆사람 통한 심리 스릴극이 더 무섭다

공포와 스릴의 차이를 확연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공포는 '식은 땀', 스릴은 '소름' 정도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김어수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귀신은 보이지 않는 형상이기 때문에 '내 앞에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지'라는 막연한 무서움이 있지만 실제 위협을 주지 않아 의외로 덤덤할 수 있다"면서 "반면 사람을 통해서는 '날 해칠까' 실제 위협을 느끼고, 극도의 무서움에 떨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선악(善惡)' 본성 중 주로 악을 표현하며 사람의 심리를 싸이코패스에 가깝게 그려낸 스릴러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실제 주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에게 내재돼 있던 사람에 대한 불안감을 스릴러영화에 투영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소름이 돋고 끔찍한 것이다.

왜 무서운 영화를 보면 왜 식은 땀이 나고 소름이 돋는 것일까?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왜 화장실이 가고 싶을까? 사람들은 왜 공포영화나 스릴러영화를 보려하는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궁금증들이다. 공포와 스릴에 대항하는 신비한 인체의 반응에 대해 알아본다.

◆식은 땀 나고, 소름 돋는 것은 왜일까?

우리의 인체는 감정 상태에 반응한다. 무서움과 두려움이 심해질수록 뇌는 '맞설까 혹은 피할까'의 자세로 돌입한다. 경고 신호를 온몸에 보내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근육으로 피가 쏠리고, 소화기관의 활동이 일시적 정지상태가 된다. 더 심해지면 교감신경이 흥분되면서 땀샘이 자극된다. 무서운 영화를 볼 때 식은땀이 나는 이유다.

식은땀이 증발하면 몸은 서늘함을 느끼고,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털을 서게 하는 근육이 수축되면서 소름이 돋고 털이 곤두선다. 무서운 영화가 무더위를 식혀준다는 뜻은 이러한 자극들로 인해 체온이 약간 올라가 외부 온도를 더 차게 느끼게 된데서 나온 표현이다.

◆눈 감고 보면서 화장실은 왜 가고파?

극한 두려움으로 뇌가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게 되면서 신체 장기들은 갖가지 반응을 보인다. 눈은 커지고, 입안의 침은 바짝바짝 마르고, 심장 박동 수는 증가한다.

특히 여차했다가 닥칠 만약의 상황과 행동을 대비해 소변을 담고 있던 방광과 대장에서는 움찔한 순간에 이를 내보내려 한다. 무서움의 감정에 둘러싸일 때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무서운 장면에서 눈을 찔끔 감거나, 손으로 가리는 사람들이 많다. 반사적인 행동이지만 눈을 감으면 외부 자극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커져 더 무서워지기 때문에 눈을 감아도 소용없다. 긴장감을 더하는 음향에 뇌가 더 반응하는 탓이다.

◆두려워하면서 왜 보는 거야?

왜 돈을 주고 영화표를 끊어 영화관에 앉아서 무섭고 소름끼치고 두렵고 보기 싫은 장면을 더 보려고 하는 걸까?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흥분을 느끼기 위해 본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평소 생활에서 쌓인 두려움이나 불안감, 스트레스와 같은 '잔여긴장'을 해소 하기위해 더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찾는다는 주장도 있다.

일상 탈출을 위한 가장 보편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해석으로는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찾아오는 안정감과 행복감을 맛보기 위함이라는 측면도 있다.

최근에는 기쁨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과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낄 때 반응하는 뇌의 반응이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포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려 한다는 다소 모순된 듯한 해석도 생겨났다.

[정은지 MK헬스 기자 jeje@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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