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남아공에서 생긴 일] 한국축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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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김현기 기자 |
제가 월드컵이라는 대회를 처음 안 때는 1985년 초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아버지를 따라 멋 모르고 간 곳이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이었고, 거기선 한국과 일본의 최종예선 2차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1-0으로 이기는 결승골을 넣은 선수가 바로 지금 국가대표 감독인 허정무 감독이었죠.
그 때의 열기와 매력에 흠뻑 빠져 저는 축구 마니아, 월드컵 마니아가 됐던 것 같습니다.공교롭게 제가 월드컵을 인식한 이후부터 우리나라가 한 번도 빠지지 않도 월드컵 본선에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자국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못 나간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 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월드컵에 한국이 출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남아공월드컵이 끝나면 4년 뒤 브라질월드컵이 다시 열리는 데 역시 '한국은 당연히 나간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월드컵 본선은 솔직히 말하면 참가한 32개국의 축제에 가깝습니다. 본선 티켓을 따지 못한 국가에게는 텔레비전으로도 보기 싫은 대회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기자로 현장을 누비다보면 본선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국가들의 취재진과 팬들, 축구 관계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리 축구대표팀이 월드컵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영광스럽고 뿌듯한 일인 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스전을 앞두고 스웨덴 방송 기자와 대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특징을 설명하다 이런 저런 말도 나누게 됐습니다. 그는 "2002년과 2006년엔 스웨덴 국가를 들으며 가슴뭉클하게 취재를 했는데 지금은 방랑자 같다"면서 "저에게 '한국 사람들은 월드컵 때 마다 응원할 팀이 있으니 너무 부럽다"는 말을 했습니다.
북한-브라질을 앞두고는 지난 3월 수원 삼성의 AFC 챔피언스리그 취재차 중국에 출장갔다가 알게 된 중국 기자를 만났는데 그도 "죽기 전에 중국대표팀이 월드컵에 나가게 되어 내가 취재할 일이 있을까"라며 제게 아쉬움을 표시했습니다.
정말 미디어센터를 들어가면 한국 취재진을 부러워하는 눈길이 여기 저기로부터 쏠립니다. 스웨덴과 중국 말고도 카타르와 태국, 방글라데시, 감비아, 베네수엘라, 캐나다, 벨기에 기자들과도 인사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한 번만 월드컵에 갔으면 좋겠다", "20년이 넘도록 계속 예선탈락하니 답답하다"는 말들을 자주 듣습니다.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나선 북한대표팀의 안영학이 지난 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남아공월드컵 3차예선 도중이었다. 내가 동료들에게 '월드컵은 뭐냐?'라고 물었더니 그들이 하나같이 '꿈도 못 꾸는 대회다.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고 하더라." 그렇게 소중한 대회에 태극전사들은 매번 참가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스스로 헤치고 세계 최고의 축제에 당당하게 참여하는 한국 축구가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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