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원점으로 돌아간 '강지숙 사태' 가져온 득과 실은?

여자프로농구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강지숙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아무런 득과 실이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걸음이다.
춘천 우리은행은 4일 부천 신세계와 역사에 남을 빅딜을 성사시켰다. 우리은행은 김계령(31, 190cm), 강지숙(31, 198cm)을 내주고 양지희(26, 183cm), 배혜윤(21, 181cm),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받는 맞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여자프로농구에서 흔히 나오기 힘든 트레이드다. 신세계는 이번 트레이드로 안산 신한은행의 독주에 제동을 걸 우승후보로까지 떠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강지숙 사태'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도대체 왜 강지숙은 구단과 연맹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하나다. 선수를 위한 자유계약(FA)을 원해서다.
먼저 강지숙 사태를 정리해보자. 복잡한 것 같지만 간단한 문제다. 한국나이 서른둘인 강지숙이 선수생명까지 걸고 FA에서 발끈한 이유가 중요하다. 강지숙은 "구단이 선수를 데리고 장사를 하려고 해 화가 났다"고 말한다. 문제의 본질이다.
이번 사태는 금호생명과 강지숙의 1차 협상에서 발생한 협상결렬서 진위 여부로부터 시작됐다. 금호생명은 강지수깅 제시한 연봉 1억8천만원을 받아들였지만, 강지숙은 사인을 하지 않았다. 협상결렬서 역시 WKBL에 제출되지 않았다. 금호생명은 "공식 협상결렬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했고, 강지숙은 "협상결렬서를 두 장이 아닌 한 장만 쓴 것이 과정상 문제였지만, 명백한 녹취록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지난 3일 제정위원회를 통해 사실상 구단의 손을 들었다. WKBL은 "금호생명으로부터 협상결렬서를 받은 적이 없고, 녹취록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며 "금호생명과의 협상결렬서 관련 사안은 다시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지숙으로서는 억울하더라도 협상결렬서 사본을 갖고 있지 않아 인정받을 수 없게 됐다.
이후 강지숙은 트레이드를 반복했다. 금호생명은 우리은행과 강지숙-홍현희를 맞트레이드했다. 여기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강지숙은 우리은행과의 연봉협상에서 최고액 2억2,500만원에도 사인을 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강지숙과의 협상결렬서를 WKBL에 제출했다. 그리고 우리은행은 다시 신세계와 빅딜을 성사시켰다.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 WKBL의 FA규정에 따르면 FA기간 트레이드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소속 구단만 달라질 뿐 강지숙의 FA자격은 유지된다. 강지숙은 원점으로 돌아가 신세계에서 다시 FA협상을 해야 한다.
FA자격을 얻은 선수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구단에 의해 FA와 트레이드가 반복 진행되는 것이다. FA라는 뜻 그대로 자유계약이지만, '자유'를 뺀 계약이 난무하게 되는 근본 원인이다.
WKBL도 현 FA규정의 불합리함을 인정했다. 이번 사태 이후 "FA규정에 있어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강지숙 사태가 가져온 유일한 득인 셈이다. 단,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WKBL측 입장은 금호생명과 강지숙 모두의 잘못이라는 결론이다. WKBL측은 "금호생명이 협상결렬서를 연맹에 보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며 "강지숙 역시 현 규정을 무시하고 무조건 다른 구단으로 가겠다고 한 것이 잘못"이라고 밝혔다.
그 사이 삼성생명도 '강지숙 사태'에 끼어들었다. 사전접촉설이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강지숙 모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강지숙은 "사전접촉은 말도 안 된다. 왜 그런 추측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무릎 수술을 받아 타 구단에서 나를 포기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밝힐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일로 인해 삼성생명은 처음부터 갈 마음이 없었던 구단이다"고 했다. 생뚱맞게 나온 삼성생명 사전접촉설이 현 '강지숙 사태'와 전혀 무관하다는 얘기다.
강지숙은 8일까지 신세계와 또 다시 FA협상을 해야 한다. 강지숙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 있다. 그러나 강지숙의 입장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
신세계로 트레이드된 직후 강지숙은 본지와의 전화통화로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로 지쳐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강지숙은 "현재로서는 마음을 비운 상태"라며 "연맹도 결정을 기다리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민 중이지만, 가족과 상의 후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강지숙은 "연맹에서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FA규정의 잘못된 점을 알고 고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내년이나 내후년 후배들에게 이런 일이 더 생기지 않는다면 가장 값진 소득"이라고 밝혔다.
남은 것은 강지숙의 결정이다. 신세계에 남든 또 다시 'FA 미아'로 떠돌든 그의 결정에 따라 거취가 정해진다. 중요한 것은 '강지숙'이 아닌 여자프로농구 선수들의 '자유'계약이다.
잇따른 FA협상과 트레이드로 강지숙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WKBL의 FA규정 변화와 구단의 선수 존중 경각심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만은 자명한 일이다.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0-05-04 서민교 기자( 11coolguy@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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