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10년 "그때 그사람 지금은.."
'인간극장'.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대한민국 대표 휴먼다큐. 이젠 고유명사가 된 '인간극장'이 오는 5월 1일로 10년을 맞이한다. 방송사 인하우스(in-house) 프로그램도 아닌, 외주제작 다큐멘터리가 KBS에서 10년간 버텼다는 것은 그 자체로 소중한 기록이다. 지난 10년간 인간극장에서 소개된 출연자만 약 1500명. 지금까지 520회 2542부를 방영하며 남겨진 테이프만 4만1600권. 그 수많은 테이프에 담긴 주인공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까. '인간극장' 화제의 출연자들의 현재 모습을 현장 PD들의 생생한 육성으로 들어봤다. ▶도시를 버리고 자연을 찾아 떠난 이들…그들의 삶은 진화 중 '인간극장'에는 유독 도시를 떠나 산골로 들어간 이들의 삶이 각광을 받았다. 도시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고 사는 전원생활에 대한 꿈이 현실화된 풍경을 보는 것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안겼다.

그 중 2005년 1월 방송된 서울대 출신 남편(박범준)과 카이스트 출신의 아내(장길연), 젊은 부부의 전원생활은 시청자들의 가슴 속 낭만을 두드렸다. 엘리트 부부의 용기있는 도전과 동화 같은 로맨스는 부와 성공이 최고의 가치로 각광받는 시대에 훈훈한 감동을 안겼다. 시청률도 10년간 방송된 역대 '인간극장' 중, 최고치인 19.64%(TNms 미디어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하지만 방송에 노출되는 것은 좋게 말하면 유명세, 나쁘게 말하면 사생활 침해를 불러오는 법. 무주의 깊은 산속에서 고즈넉한 생활을 즐기던 이들은 결국 방송을 보고 집을 찾아오는 손님 때문에 정작 그들이 꿈꾸던 일상을 누리지 못했다. 결국 2006년 겨울, 제주로 터를 잡은 두 사람은 예전의 고립된 산골 생활에서 차츰 진화한 소도시의 소박한 삶에 정착했다. 현재 펜션과 작은 도서관을 운영 중인 이들은 여전히 '탈(脫)중심화'를 고집한다. 다만 이제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또 다른 소통을 꿈꾼다. 남편은 집필활동, 아내는 전통 바느질을 가르치며 지역사회와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미니버스를 몰고 유랑하던 '버스 노마드' 김길수 가족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원래 초등학교 교사였지만 목수가 된 그는 지리산 터에 잡은 100여평의 집을 처분하고 미니버스에 아들 하나, 딸 둘, 부인을 함께 태우고 여행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0년, 그들은 여전히 버스여행 중이다. 바뀐 것이 있다면 좁은 미니버스에서 35인승 대형버스로 집을 옮겼다는 것. 목수의 솜씨를 발휘해 버스 내부를 원목으로 장식했고, 뚫린 창 쪽으로 개수대를 내고, 뒤쪽에는 침대 형태의 널찍한 잠자리를 마련했다. 가족들은 "예전에는 여관방이었다면 지금은 호텔 수준"이라며 기뻐한다. 현재 동행 촬영 중인 '인간극장'의 서현호 PD는 "처음엔 적응을 못했던 (김길수의) 아내의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버스생활에 재미를 붙였다. 아이들은 예전처럼 버스에서 지낸다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며 행복해하는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길수 씨 가족은 이제 중간 단계의 정착을 계획 중이다. 예전 같은 '집'의 개념은 아니더라도, 여행을 하며 잠시 들를 수 있는 임시 휴게소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들은 미리 마련해 놓은 집터에 집을 짓고 언제든 머물고 쉬었다 갈 수 있는 정착의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방송 후 인생의 반쪽을 찾다 '인간극장'에 출연하면서, 인생의 반쪽을 찾는 '운 좋은' 출연자들도 적지 않다.

2007년 11월, 쪽지 한 장만 남기고 떠난 부인 대신 네 아이의 엄마로 살았던 37세 홀아비 박기수 씨. 그의 기구한 사연이 방송으로 나간 뒤 24세의 꽃다운 처녀 이은서 씨가 그를 찾았다. 우연히 방송을 본 그녀는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들을 돌봐주러 갔다가 그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했다. 지난해 방송된 산골처녀 조윤희 씨도 방송이 나간 뒤 천생의 인연을 만난 경우다. 산이 친구였고 애인이었고, 산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그녀의 해맑은 모습에 반한 현재 남편이 그녀를 찾아갔고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 그 밖에 '나의 결혼 원정기'라는 영화로도 제작된, 신부 찾아 우즈베키스탄으로 날아간 농촌 총각들의 결혼담도 큰 화제를 뿌렸다. 당시 제작을 맡았던 타임프로덕션의 한성순 팀장은 "최재훈 씨는 슬하에 자녀를 두고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이광태 씨는 결혼한 지 두 달도 채 안 돼 헤어졌지만, 다른 여자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의 발굴 혹은 재기의 원동력…용재오닐, 산다라 박, 김희라 '인간극장'은 소재의 고갈을 연예인의 잦은 출연으로 대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 중 스타의 재목을 발굴한 사례도 많다. 2NE1의 산다라박,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은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을 당시, 이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제3비전의 장강복 팀장은 "용재오닐의 사연은 그 자체로 영화였다"며 "지금도 한국에 오면 사무실에 들를 정도로 제작진과 정이 많이 들었다. 그 스스로도 방송을 통해 사연이 알려지고 사랑을 받게 된 것에 감사한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한국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신 지체가 있는 어머니와 미국 양부모에게 입양된 리처드 용재 오닐은 영화 같은 사연과 함께 조국을 찾았다. 2004년 자신의 친아버지를 찾기 위해 방송에 출연했던 그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입양아의 애틋한 사연으로 눈물샘을 자극했다. 또 이를 계기로 당시만 해도 높지 않았던 비올라와 비올리스트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높아졌다. 용재오닐은 그야말로 줄리어드의 천재 비올리스트의 재능을 널리 알리며 인기 아티스트로 명성을 얻었다. 인기 여성 아이돌 그룹 2NE1의 산다라 박. 6년 전 필리핀 연예인 발굴 프로그램에서 2위로 입상하며 필리핀의 보아로 이름을 떨쳤던 당시의 모습도 '인간극장'을 통해 공개됐다. 이후 그의 필리핀 성공담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국내 연예기획사에서 러브콜을 받았던 그녀는 몇 년 만의 연습생 생활을 접고 화려하게 데뷔, 톱스타로 성장했다. 그 밖에 가족도 없이 병마에 찌들어 반 노숙자가 된 배우 김희라가 인간극장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호탕한 웃음과 함께 시대를 호령하던 카리스마 배우 김희라가 더없이 망가진 모습으로 방송이 나간 뒤, 가족들은 그를 다시 받아들였다. 이혼을 하고 그를 떠났던 아내 역시 남편의 과거를 덮고 병간호에 전념했다. 김희라는 이제 배우로서 공식 활동도 재개, 최근에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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