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 그리스 신화의 영웅 페르세우스 모험담
빠르고 화려… 긴박감 넘쳐 개봉 직전 급하게 3D로 바꿔입체감·생동감·정교함은 떨어져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신(demi-god) 영웅 페르세우스의 모험담을 차용한 '타이탄'은 괜찮은 영화다. 특별한 출생과 험난한 모험, 화려한 귀환이라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 구조가 밀도 있게 펼쳐지고 제우스와 하데스는 물론 페가수스, 카론, 메두사, 크라켄 등 진일보한 특수효과 기술로 재현된 신화 속 존재들도 매력적이다. 전통 특수효과의 대가로 평가받는 레이 해리하우젠 감독이 1981년 내놓은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2D와 이를 3D로 컨버팅한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굳이 3D로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생동감보다는 불편함이 더 크다.
주요 인물이나 얼개는 신화 속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페르세우스(샘 워싱턴)는 천상을 다스리는 올림포스의 주신 제우스(리암 니슨)와 인간 왕국인 아르고스의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데미갓이다. 태어나자마자 버림을 받지만 불굴의 의지로 위기에 빠진 아르고스를 구하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그 과정에서 신에게 저주받은 정령들이 조정하는 거대 전갈, 하나의 눈으로 운명을 점치는 세 마녀, 저승과 이승을 잇는 뱃사공 카론, 그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경우 돌로 변한다는 메두사, 하데스의 대리 전사인 해저괴물 크라켄 등 CG로 재현한 신화 속 존재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신화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옮기지는 않았다. 영화는 페르세우스 신화를 신들의 전횡에 분노하고 저항하는 인간들의 투쟁사로 해석했다. 페르세우스는 신들의 도움을 받아 역경을 이겨내고 신탁대로 할아버지를 죽이게 되는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강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아버지 제우스가 건넨 페가수스나 신검, 안락한 삶을 거부하고 하데스(랠프 파인즈)로 대표되는 신들의 횡포와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항거하는 영웅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신의 능력을 거부한 페르세우스를 비롯한 연약한 인간 종족은 어떻게 막강한 데다 죽지도 않는 신들에게 도전장을 내밀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영화에 따르면 제우스의 권능과 불멸은 인간의 기도로부터 나온다.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자인 제우스를 더 많이 떠올리고 찾을수록 그의 힘은 막강해진다. 이 같은 신의 약점 때문에 올림포스를 향한 인간의 도전은 가능했다. 하지만 그 기도가 반드시 숭배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 인간의 불안 요소다. 하데스는 이 같은 공포와 두려움을 이용해 힘을 키우고 제우스에 대한 반란을 꾀한다.
페르세우스가 일련의 고투를 극복하고 마침내 크라켄을 쓰러뜨리는 과정은 여느 할리우드 액션어드벤처물과 유사한 재미를 안긴다. 빠르고 화려하고 긴박감이 넘친다. 하지만 '타이탄'은 단순히 눈과 귀를 자극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영화 전체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 캐릭터는 복합적이고 각 에피소드는 다층적인 함의를 깔았다. 신의 저주를 받은 메두사의 사연이나 파멸과 희생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하데스의 최후통첩에 "공주가 우리보다 우월한 존재입니까"란 하데스 추종자의 일성 등은 꽤 긴 여운을 남긴다.
배우들 연기는 이 같은 영화의 풍성함에 깊이를 더한다. '아바타'에 이어 또다시 3D 영화 주연으로 나선 샘 워싱턴의 액션 연기는 여전히 환상적이고 때로는 섬뜩하게 때론 처연하게 하데스의 기구한 운명을 표현한 랠프 파인즈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거대 전갈 등장신을 비롯해 굳이 3D로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체감과 생동감, 정교함이 떨어진다. 2D로 완성된 영화를 개봉 직전 급하게 3D로 컨버팅한 이유가 컸을 듯싶다. 아프리카 카나리제도 테네리프 섬에서 찍었다는 배경도 신화시대의 영광을 담기엔 다소 초라하고 비좁아 보인다. 신들의 세계는 다소 밋밋하게 묘사됐고 이오 등 일부 캐릭터는 별다른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인크레더블 헐크'와 '트랜스포터2', '더 독' 등을 연출한 프랑스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 작품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Segye.com 인기뉴스] ◆ 김연아 "쇼트 말아드시고, 호텔와서 시리얼 말아드심"◆ 때 놓친 첨단장비 투입… 대부분 '수리중' 왜◆ 6년만에 환골탈태한 '스포티지R'… 직접 운전해보니◆ 원더걸스 '노바디' 중화권 차트 싹쓸이◆ 아이폰 50만대, 한국사회를 바꾸다◆ '인면수심' 30대男, 채팅 여중생 8년간 성폭행◆ 문근영, 손예진·김소연에 '판정승'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짜로 연극ㆍ뮤지컬보기] [이런 결혼 꼭 하고 싶다?!] <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 목숨을 대신 가져가라” 전성기 버리고 아이 살린 ‘독한 아빠들’
- “애 엄마인 줄 알았죠?” 55세 미혼 김희정, 20년째 ‘자식’ 키운 진짜 이유
- “건물 대신 ‘라벨’ 뗐다”… 장동민·이천희 ‘건물주’ 부럽지 않은 ‘특허주’
- “찌질함도 자산이었다”…유병재, ‘대표님’ 되더니 3년 만에 100억 찍었다
- “월 650만원 현실이었다”…30대, 결국 국민평형 포기했다
- “13억 빚 정리 후 작은 월세방이 내겐 우주”…김혜수·한소희의 ‘용기’
- “소화제만 먹었는데 췌장암 3기”…등 통증 넘긴 50대의 뒤늦은 후회
- “억 벌던 손으로 고기 썰고 호객”…연예인 자존심 던진 ‘지독한 제2막’
- “연예인은 고급 거지” 300번 실직 체험 황현희, 100억 만든 ‘독한 공부’
- “절대 빨대로 빨아먹지 마세요”…‘아아’에 ‘거품’ 얹었더니 [밀착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