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이청용, '기상서 취침까지' 밀착 취재

2010. 3. 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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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이 스포츠조선 창간 2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로 흥미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조명이 다 꺼진 캄캄한 방에서 이청용이 손전등을 이용해 허공에 '20'이라는 숫자를 좌우 방향을 바꿔 쓰고 그 과정을 조리개값 f22, 셔터 스피드 11초의 장노출로 촬영했다. 셔터가 닫히기 직전 두 개의 플래시를 각기 다른 방향에서 터뜨리는 '후막동조' 기법으로 이청용의 얼굴을 입체감 있게 부각시켰다. < 볼턴=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

 K-리그를 훌훌 벗어 던지고 '축구종가' 잉글랜드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한 달여간의 호텔 생활 후 9월 새로운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어느덧 6개월을 맞았다. 볼턴은 그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된 무대인 것 같았다. 2층집에는 그의 손때와 땀이 묻어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의 환상 궁합에는 이유가 있었다. 향수병은 존재하지 않았다. 외유내강형인 그의 성격이 24시간 일과에 투영됐다. '축구의, 축구에 의한, 축구를 위한' 생활의 반복이었다. TV가 있는 거실은 EPL 전력탐색을 위한 공간이고, 부엌은 '에너지 충전실'이었다. 침실은 또 체력 회복을 위한 '비밀 아지트'였다. 굳이 '비밀'이라고 붙인 것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예외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찬란한 역사의 중심에 섰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사를 새롭게 작성하고 있다. 최다 공격포인트와 연속 출전 등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약관의 스포츠조선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잉글랜드 볼턴 현지에서 그를 24시간 밀착 취재했다. 주인공은 바로 이청용(22ㆍ볼턴)이다. 경기력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경기가 없는 날을 선택했다.

김치찌개 끓이고 설거지도 전업주부 급이네

제가 사는 집과 애마랍니다

 단란한 보금자리는 최고의 안식처이자 결전을 위한 공간이다. 최근 영국에서 출시된 기아차의 쏘렌토R은 새로운 애마다. 외부에서 바라 본 그의 집 전경은 늘 평온하다.

'영어 열공'이 가장 힘들어…박지성과 가끔 저녁식사21시부터 자유…여친과'메신저 수다'떤 후 잠자리에

◇이청용의 하루는 쉼표가 없다. 양치질을 하며 훈련 갈 채비를 마친다

  ▶오전 8시30분 : 기상 오전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잠자리를 박찬다. 경기가 있건 없건, 홈, 원정을 떠나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는 시간이다. 그리고 집 주변을 산책하며 변함없는 하루지만 일과를 설계한다. 긍정적인 사고가 늘 지배한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는 그의 모토다.

 ▶오전 8시50분 : 아침식사

 아침식사는 가볍게 한다. 기분에 따라 그날 그날 다르다. 빵 혹은 시리얼을 먹을 때도 있다. 아니면 밥과 국, 계란 프라이로 해결한다. 훈련을 위한 준비 단계다.

◇차에선 한국에서 공수된 스포츠조선을 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오전 10시 : 훈련

 집에서 훈련장까지는 차로 15분 정도 소요된다.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어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편하다. 나중에 한국에서 운전할 일이 더 걱정이다. 애마는 영국에 오자마자 기아차의 SUV 쏘렌토를 탔으며, 지난 4일에는 영국에 새롭게 출시된 쏘렌토R로 말을 바꿔 탔다. 훈련장에는 세면도구만 지참한다. 훈련은 1시간30분을 넘기지 않는다. 간단히 워밍업을 한 후 미니게임, 슈팅 등으로 마무리한다. 워낙 성실해 특별한 면담은 없다. 올초 오언 코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초기에 1대1 면담을 한 적이 있다. 코일 감독은 이청용의 언어 장벽을 이해하고 최대한 짧게 알아듣기 쉬운 말로 대화를 이끌었다고 한다. 이청용은 세심한 배려로 추억하고 있다.

 ▶오후 1시 : 점심식사

 점심 때는 두가지 옵션이 있다. 훈련 후 클럽 하우스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먹든, 안 먹든 매달 중식비로 300파운드(약 51만원)가 자동 결재된다. 처음엔 몇 차례 먹었다. 하지만 입맛에 맞지 않아 요즘에는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볶음밥을 해먹을 때도 있고, 가장 자신있는 김치찌개 카드를 꺼낼 때도 있다.

 ▶오후 2시 : 영어과외

 오후는 영어와 사투를 벌이는 시간이다. 가끔 졸음이 몰려와 일과중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했다. 경기가 없는 날인 월, 화, 목요일 3차례에 걸쳐 1대1 과외를 받는다. 학원을 다니기도 했지만 진도도 늦고, 너무 멀어 최근 바꿨다. 남자 선생님과 함께 리복스타디움 바로 앞에 위치한 볼턴 아레나에서 2시간 동안 '열공'을 한다. 이청용은 "20~30% 정도 알아듣는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의 말 보다는 훨씬 잘한다는 것이 지인의 귀띔이다. 여하튼 영어는 여전히 어렵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대형 마트에 들러 생필품을 구입한다.

◇김치찌개는 가장 자신있는 자신만의 요리 포인트. 능수능란한 솜씨가 이채로웠다.

 ▶오후 7시 : 저녁식사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 다음날인 4일 박지성(맨유)이 저녁 초대를 했다. 함께 고기를 구워먹으며 얘기꽃을 피웠다. 잉글랜드에 건너온 이후 3~4차례 정도 저녁을 함께 했다. 그 외에는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영양 보충을 위해 되도록 고기를 먹으려고 한다. 고기류는 가리지 않는다.

고무장갑이 잘어울리는 남자

 이청용의 24시는 눈코 뜰새 없다. 축구는 물론 가사도 프리미어리거급이다. 고무장갑을 낀 채 설거지를 하는 모습에선 베테랑급 향수가 묻어났다. 설거지를 하다 카메라를 향해 수줍게 미소짓고 있는 이청용.

 ▶오후 9시 : 자유시간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TV와 인터넷 등을 하며 망중한을 즐긴다. 영국은 '축구종가'답게 24시간 축구가 중계된다. 상대팀을 탐색하고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제격이다. 한국에 있는 여자친구와의 '메신저 데이트'도 주로 이 시간을 활용한다. K-리그 검색도 빼놓을 수 없다.

 ▶오후 11시30분 : 취침

 취침도 축구의 연속이다. 심신의 피로를 달래는 귀중한 시간이다. 체력 회복에는 숙면이 최고다.

◇짬이 나면 청소도 잊지 않는다. < 볼턴=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

'축구감옥'…그러나 그는 축구로 스트레스를 푸는 프로였다.

 ▶에필로그 :

이청용은 축구를 위해 태어났다. 어찌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지루한 삶의 연속일 수 있다. '축구 감옥'에 갇혀 살았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생활이 너무 행복하단다. 최근 여동생과 사촌누나가 어학연수를 위해 볼턴으로 와 가사 부담은 조금 덜었다. 하지만 그동안 밥, 빨래, 설거지, 쇼핑 등을 대부분 손수 해결했다. 본업인 축구는 두 말할 것도 없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경기장에서 푼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명성대로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 그는 진정한 프로였다.

  < 볼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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