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형제' 고창석, "저 베트남 사람 아니에요" [인터뷰]

2010. 2. 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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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경이 기자] 400만 관객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영화 '의형제'에서 나오는 장면이 몇 신 되지 않지만 가장 임팩트 있는 조연으로 관객들의 배꼽을 잡고 있는 배우가 있다. 바로 영화 '영화는 영화다'에서 봉 감독으로 얼굴을 알린바 있는 고창석이다. 고창석은 극중에서 송강호와 대치하는 베트남 보스로 출연했다. 송강호 못지않은 재기발랄한 연기로 극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고창석은 "며칠 전에 길거리를 걷는데 '아 베트남 사람이다!'라고 주위에서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 저한테 하는 소리인줄 모르고 그냥 걸어갔는데 '뭐지?'하고 다시 생각해 보니 저라는 걸 알았어요. 저 베트남 사람 아닙니다(웃음)."하며 훈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의형제'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고창석과의 대담이다.

- 영화 '의형제'를 보면서 본인이 연기한 부분에서 많은 관객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본인이 본 감상은 어떤지.

▲사실 어제 봤다(2월 24일). 영화 '맨발의 꿈' 촬영이 해외에서 끝난 지 얼마 안됐고 한국에 와서 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안 봐졌다. '식객' '하모니'는 다 봤는데 '의형제'를 보는 것은 이상하게 쑥스러웠다. 그런데 주위에서 말도 많이 들리고 오늘 인터뷰도 있고 그래서 집사람이랑 어제 밤 10시에 가서 봤는데 영화는 전체적으로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집사람이랑 나오면서 했던 이야기가 제가 나오는 부분이 재미있게 나왔다고 주위에서 말을 했는데 제가 한 연기라서 그럴 수도 있고 이미 알고 봐서 그럴 수도 있고 집사람랑 저랑 둘이서 '왜 재미있지?' 그랬다(웃음).

- 영화가 흥행이 돼서 주위에서도 더 많이 알아볼 것 같다.

▲물론 영화가 흥행이 돼서 기분이 많이 좋다. 하지만 제가 낮에 돌아다닐 일이 별로 없고 집에 있던지 연습실에서 연습하든지 늘 가던 막걸리 집에서 막걸리 먹든지 그래서 전이랑 크게 달라졌다는 것은 모르겠다. 다만 며칠 전에 길을 걷는데 '베트남 사람이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저한테 이야기하는 줄 몰랐다. 별 생각 안했는데 좀 생각해보니까 내가 했던 역할이 베트남 보스라는 것을 깨달았고 알게 됐다.

- '영화는 영화다' 이후에 '의형제'의 분량도 많지 않았는데 장훈 감독의 출연 제의에 흔쾌히 응했다고 들었다.

▲사실 장훈 감독이 '의형제'를 바로 한다고 했을 때 걱정도 됐다. '영화는 영화다' 끝나고 너무 빨리 들어가서 누가 봐도 준비기간이 짧다고 걱정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송강호 강동원이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선 너무 축하해줬다. 제 역할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처음에 봤을 때 제가 크게 나올만한 역은 없었다. 하지만 감독님이 '작은 역이지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나야 너무 좋지' 해서 하게 됐다. 막상 한다고 하니까 일주일 뒤에 신을 하나 더 늘려주셨다(웃음).

- 촬영 전에 베트남어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들었다.

원래 시나리오 상에서는 더듬더듬 한국말을 하는 베트남 보스였다. 근데 촬영 전에 혹시 몰라서 베트남어를 조금 배웠었다. 촬영을 하러 현장에 갔는데 감독님이 '베트남 말을 하면 어떻겠냐'고 해서 갑자기 바뀌었다. '그만' '축구 비겨서 봐 준다' '대신 다음에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 정도의 대사를 베트남어로 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제가 베트남 사람이 아닌걸 관객들도 알고 있을 텐데 베트남말만 하면 인물의 친근감이 떨어지니 한 마디 정도를 한국말 하면 좋겠다고 해서 감독에게 물어봤고 일리가 있다고 해서 찍은 장면이 '죽는다 새끼야'이다.

- '죽는다 새끼야'가 명대사가 될 정도로 많은 웃음을 전하고 있다.

▲사실 거기서 웃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전혀 없었고 계산을 한 것은 관객들에게 친근감을 얻고 싶었던 것은 있었다. 아무리 악역이라도 관객들에게 빨리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 한마디는 한국말을 한 것이었다. 근데 어제 영화를 보면서도 왜 그 부분에서 많이 웃기지 난 잘 모르겠다. 아마도 베트남 보스가 베트남어를 하다가 한국어를 갑자기 내뱉는 의외성 때문에 웃었던 것 같다. 의외성이 있어서 관객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전 알고 봐서 그런지 별로 안 웃었다.

- 송강호와 공사장에서 싸우는 신도 있고 대립하는 구도였다. 함께 작업한 소감은.

▲송강호 형님이 멋있다고 느껴진 것이 감독을 100% 지지를 해준다는 것이다. 사실 막상 영화 촬영에 들어가면 말이 많이 나오는 부분도 있는데 송강호 형님이 '감독 말이 맞아'라고 손을 들어주고 지지를 해준다. 연기를 잘 하는 것도 멋있겠지만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촬영에 들어가면 감독에 대한 100% 지지를 해준다는 것이 멋있었다. 감독을 철저하게 지지하고 믿어 주는 모습, 감독이 생각하는 것을 펼치도록 해주는 모습이 멋있었다.

-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연이어 두 편을 장훈 감독과 같이 작업했다.

▲장훈 감독의 매력은 '똑똑하다'는 그런 것 보다는 배우에게 믿음을 주는 감독이라는 것이다. 배우한테 감독이 주는 믿음이라는 것은 절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연기를 하는데 큰 요소이다. '여자배우한테 옷을 벗어라' '빨개 벗고 뛰어'라고 아무리 시나리오에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시선이 객관적이다. 자신의 영화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장훈 감독은 지금의 밝은 톤보다는 어두운 톤이 더 자신의 성향에 맞는 사람인데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를 보면 어떤 선을 이상은 넘지 않는다. 그게 대단한 것 같다. 그래서 장훈 감독의 다음 작품이 더 기대가 된다. 장훈의 본래 성향으로 영화를 만들면 어떨지.

-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 성격은

▲제가 성격이 과장되게 쾌활하거나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대신에 이제 늘 같이 있던 사람들하고만 같이 있어서 그런지 낯을 좀 가리기는 한다. 그런 것 외에 옛날에는 우리 마누라에게 이홍렬이 웃기 사람 1등, 제가 2등이었다. 예전에는 그런 말도 많이 듣고 재미있게 하려고 했는데 요즘에는 '그만해라'는 말을 듣는다(웃음).

- 이제 영화 '맨발의 꿈' '혈투'로 주연 배우로 올라섰다.

▲사실 저는 주연 조연 단역에 대해서 크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번에 '의형제'에서도 말은 특별 출연이었지만 저는 7번째면 7번째 역, 17번째이면 17번째 순으로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연 조연 단역 이런 말이 은근히 배우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 될 수 있다. 큰 역이든 작은 역이든 고창석이라는 배우랑 맞고 느낌이 저랑 맞으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 이제 출연료도 많이 받을 것 같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로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주시면서 사실 그런 오해가 좀 있다. 하지만 그 두 영화에서는 거의 분량이 많지 않은 역이라서 출연료라고 할 정도로 받은 것은 아니다. 이제 '맨발의 꿈' '혈투'를 하면서는 조금 출연료의 개념으로 받기는 했다. 연극을 제작했던 시절의 빚이 남아 있는데 조금씩 벌어서 계속 갚아 나가야 한다(웃음).

- 친한 지인들은

▲그 분은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오달수 선배랑은 드라마도 한번 했고 대학로에서 자주 막걸리를 마시는 분이다. 얼굴 크기도 비슷하고 되게 편하다(웃음). 요즘에는 '맨발의 꿈'으로 동티모르에서 같이 동고동락한 박희순과 자주 만난다. 영화 '혈투'도 같이 하게 돼서 거의 매일 본다. 나이는 같지만 제가 연극과 10년 후배이다. 박희순 선배가 88번이고 제가 98학번이다. 부산에서 극단 생활을 집사람이랑 하다가 늦은 나이에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됐다. 박희순 선배랑 막걸리 먹으면서 주로 작품 이야기를 많이 한다.

- 앞으로 포부는.

▲그 동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저는 재미있게 살았다. 40년은 모르겠지만 20년은 재미있게 연기를 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고생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집사람은 고생을 엄청나게 했고 주위에 피해도 많이 줬지만 저는 영화를 찍으면서 너무 재미있었다. 앞으로 배우로서도 재미있게 살고 싶은 게 목표다. 하나가 더 있다면 관객들이 연극이나 영화를 봤을 때, 그걸 보기 위해서 쏟은 에너지가 아깝지 않은 배우가 됐으면 하고 동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배우가 되는 것이 현재 목표다.

crystal@osen.co.kr

<사진> 박형준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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