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전' 류현경, "노출신이 뭐 어때서요?"① (인터뷰)

한상숙 2010. 2. 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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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한상숙 기자] "노출신? 악기 다루는 신과, 밥 먹는 신, 춤 추는 신과 다를 게 뭐가 있나? 노출신도 똑같은 연기다. 평소와 똑같은 마음으로 찍었다. 연기자라면 그 정도 마인드는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류현경을 만나기 전까지는 높은 노출수위를 전면으로 내세운 영화 '방자전'이 떠올랐다. 청순한 이미지의 배우 류현경은 '방자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강도 높은 베드신을 선보였다. 류현경과 조여정, 류승범, 김주혁이 출연한 '방자전'은 오는 5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관객들의 관심 역시 '도대체 얼마나 야할까?'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류현경을 만나고 나서 든 생각은 '꽤 괜찮은 배우'라는 확신이었다. 스타가 되기 위해 인기만을 쫓는 일부 혹은 대다수 연예인 중 '제대로 된' 연기를 꿈꾸는 배우가 몇 명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류현경은 그러한 관객의 숨겨진 요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배우다. 어느새 우리의 대화 속에 '노출'보다 '그녀만의 연기론'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류현경, 진짜 사랑에 눈 뜨다

영화 '물 좀 주소' 이후 1년여 만에 '방자전'으로 돌아온 류현경은 향단이 역을 맡으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고전 '춘향전'에서의 향단이는 춘향의 몸종에 불과하지만,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 '방자전'에서의 향단은 기존 수동적인 이미지를 탈피했다. "'춘향전'에서의 향단은 비중도 없고 캐릭터도 없다. 하지만 '방자전'에서의 향단은 자기가 늘 최고인 여자다. 춘향이에게도 주눅들지 않고 어디서나 당당하다."

개봉 전 알려진 '방자전'의 노출 수위에 대한 관객의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류현경이 말하는 '방자전'은 노출보다는 진짜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코믹한 요소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긴 영화는 아니다.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를 촬영하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진짜 사랑이 무엇일까'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방자전'을 오락영화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내 안에 내재돼 있는 본능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영화였다."

화제가 된 베드신 촬영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류현경이 갖고 있는 노출에 대한 연기관이 확고해서이기도 하고, 배우를 생각하는 스태프들의 배려 때문이기도 했다. "보통 베드신을 찍을 때는 스태프들이 여배우 눈치보느라 바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이 싫었다. 그래서 다들 고마워했다. 나는 오히려 스태프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배려가 고마웠다. 나를 감싸 주고, 옷으로 가려주는 배려가 아니라 내 마음이 다칠까봐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 써주는 것이 느껴졌다. 베드신 촬영이 끝나고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난생 처음 경험해 본 일이었다. 사실 눈물이 나올 뻔 했다."

현재 촬영 중인 독립영화 '개같은 인생'에서 류현경은 실제 나이보다 무려 10살이나 어린 18살 여고생 김진숙을 연기한다. 게다가 류현경은 극중 중학교 회상신을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동안과 순수한 이미지로 대변되는 류현경이 '방자전'에서 노출 연기를 감행했던 것이 더욱 화제를 몰고 온 이유다. "내가 '방자전'을 선택한 것이 아니고 감독님께서 나를 선택해주셨다. 일단 시나리오가 무척 좋았고, 그 안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미지를 변신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배우'님'은 무슨! 배우'나부랭이'죠"

연예계 데뷔 10년차. 하지만 류현경은 여전히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필름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을 즐긴다. 10여 명의 친한 팬들과 봉사활동을 다니고, 배우를 '배우나부랭이'라고 부를 수 있는 소신도 있다. 순수한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류현경은 솔직하고 소탈한, 오래 만나온 친구같은 느낌을 풍긴다. 그 느낌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누구라도 그녀의 세계에 동화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연예인스럽다'는 것을 싫어한다. 심지어 그런 관념이 너무 없어서 지적을 받은 적도 있다. 배우는 천민 취급을 받았던 직업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주위에서 떠받들어줘야 하는 입장이 됐다. 천민 취급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는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에 대한 고민보다는 허상을 쫓는 것에 몰두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렇다면 류현경의 연기관은 무엇일까. "전에는 인간성도 좋고 일상을 잘 그려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이번에 연극배우 김소희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생각이 바꼈다. 김소희가 '액션' 소리가 들리면 극중 모습으로 돌변하는 것을 보고 '이게 바로 준비된 배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옷을 입어도 흡수를 잘 하는 사람, 3초 만에 다른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디에도 동요하지 않고 연기자로서의 굳건한 마음이 세워져 있는 사람말이다. 좋은 연기를 통해 인지도도 올라가고, 그 인지도에 걸맞는 역량을 갖춘 배우가 되고 싶다."

류현경은 "나는 현장에만 가면 자신감이 생긴다. 현장에 있으면 '나는 뭘 해도 꿇리지 않아'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하지 않아도 늘 자신감에 넘친다. 그런데 연기를 하지 않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소극적인 인간으로 돌아가고 만다. 오죽하면 친구가 '넌 평생 연기만 하고 살아야 돼'라고 말하더라. 촬영 할 때와 안 할때의 내 자존감의 크기가 무척 다르다"고 말한다. 15년여 간의 연예계 생활에서 류현경이 얻은 것은 옳은 연기에 대한 뚜렷한 인식과 어디에도 동요되지 않겠다는 의식이었다. 자신의 연기관에 확신이 선 배우를 보는 것은 무척 흐뭇한 일이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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