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같은 '상납 고리'..두려움에 떠는 아이들
[대전CBS 신석우 기자]
지난 1일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방학 중 상납을 하지 않았다'며 중학생 1명을 마구 때린 학생들이 선배의 상납요구에 시달리다 이런 집단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2010. 2. 3 CBS 노컷뉴스 보도 "방학 중 상납 안했다" 개학 첫날 교실서 집단 폭행)
자신들의 돈을 뺏기다시피 선배에게 가져다주다 이마저도 용돈이 바닥나자, 동급생의 돈을 뺏어 상납을 해왔다는 것.
조직폭력배의 다단계처럼 이뤄진 상납체계가 학교 현장에 깊게 뿌리를 내린 것이다.
3일 학교에서 만난 집단폭행 가담 학생들은 "우리도 당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상납을 요구하다 생긴 일"이라며 "그동안 하기도 싫었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결국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고 고개를 떨궜다.
B군은 "(우리한테 맞은) A군에게 돈을 받아 우리가 쓴 건 하나도 없다"며 "상납을 요구한 선배에게 모두 줬다"고 말했다.
C군도 "이런 상납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처음에는 우리끼리 용돈을 모아 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것만으로는 모자라 다른 친구들에게 돈을 요구하게 됐다"며 "잘못된 일이라는 점은 알았지만 보복도 무섭고,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빼앗다시피 돈을 받아 선배에게 전해왔다"고 털어놓았다.
폭행에 가담한 학생들은 "선배의 상납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갖은 욕설과 위협을 받는다"며 "잘못인 줄은 알지만 어쩔 수 없었고 동급생을 때린 것에 대해 반성한다"고 후회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지난 1일 집단폭행에 가담한 학생들에게 상납을 요구한 학생은 지난해까지 이 학교에 다니던 중학교 2학년생으로 근처 학교로 전학간 뒤에도 이들에게 상납 요구를 계속해왔다.
D군의 상납 요구가 또 다른 상납이라는 고리로 연결돼 집단폭행을 불러온 것. 하지만 당시 학교에서는 이런 상납고리를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D군을 전학처리하는 것으로 끝내 학교 내 폭력으로까지 빚어졌다.
이에 대해 D군이 다니는 학교측은 "아직까지 방학 중이어서 정확한 사태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개학이 되면 곧바로 진상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집단 폭행 사건이 난 학교측은 "폭력에 가담한 학생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처벌 등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피해 학생의 경우 더욱 큰 상처를 받지 않도록 지도해 나가겠다"고 말했지만, 폭행을 당한 A군은 "퇴원을 해도 다시 학교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다른 학교로 전학갔으면 좋겠다"고 말해 당시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해 학생 인터뷰 |
| 무서운 상납 고리...폭력 가담 학생 "우리도 피해자" "D형과 연락 안하려 집 전화까지도 끊었는데... 보복도 무섭고, 우리도 어려움이 많았어요." 지난 1일 교실 집단 폭행에 가담한 B군의 말이다. "여름방학 때는 저 혼자 12-3차례에 걸쳐 12만원 정도를 갖다 줬어요. 처음에는 제 용돈이나 친구들끼리 모아서 갖다주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그것만으로는 안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친구들한테도 돈을 달라고 했어요. 이번 일도 상납해야 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A군에게 돈을 달라고 한 것이었는데 A군이 거부하는 바람에..." B군의 말은 이어졌다. "계속해서 돈을 가져다주는 것을 부모님이 아시고는 외출금지령에 연락을 못하도록 제 핸드폰도 뺏고 심지어 집 전화까지 끊으셨어요. 한 동안 잠잠했는데 그 날 우연히 들른 PC방에서 D형을 만난 게 화근이었어요. 오랜만에 만난 D형은 또 저에게 돈을 모아오라고 시켰어요. 하기 싫었지만 솔직히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됐어요." 함께 가담했던 C군도 입을 열었다. "꼭 2명에게 돈을 모아오라고 시켜요. 그러면 그 친구랑 아침부터 만나 하루 종일 돈 모으고 다니는 게 일이에요. 그래도 모자라면 저희 용돈도 갖다주고 했는데 나중에는 부모님도 이 사실을 아시고는 용돈도 줄었어요. 우리도 답답했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어요." 이들은 "A 군에게 폭력을 휘두른 건 명백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떨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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