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미화원 봉급과 처우 '양극화'

2009. 12. 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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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지자체 채용직 10년차 연봉 4500만원 vs 대행업체 용역직 월급은 163만원

'청소부' '지저분하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던 환경미화원의 개념이 싹 사라졌다. 경쟁률만 10대1이 넘을 정도로 선망(?)의 직업이 됐다. 서울의 모 지자체의 경우 10년차 직영 환경미화원의 연봉은 4500만원을 넘는다. 그러나 환경미화원 가운데에는 150만원도 안되는 월급과 씻을 곳도 마땅치 않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환경미화원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채용하는 직영(무기계약직 포함)직원과 대행업체에서 운용하는 용역직원으로 나눠진다.

전국 232개 지자체의 환경미화원은 2007년 기준으로 직영 미화원 2만1000명, 대행업체 미화원 1만6500명 등 모두 3만7500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76%인 177개 지자체에서 대행업체와 계약하고 있다. <Weekly 경향>이 서울·부산 등 7개 '광역시별 환경미화원 현황'을 종합해 파악한 결과 모든 광역시가 민간위탁 대행업체에 소속된 환경미화원을 고용하고 있었다. 서울시의 경우 25개 구 전체 환경미화원 6343명 가운데 대행업체 환경미화원은 48.4%인 3071명으로 나타났다. 이어 부산 3348명 가운데 1997명(60%), 인천 1552명 가운데 592명(38.9%), 대구 1804명 가운데 683명(37.8%), 대전 917명 가운데 378명(41.2%), 광주 786명 가운데 450명(57.2%), 울산 766명 가운데 391명(51%)이 각각 대행업체 환경미화원인 것으로 집계됐다.<표 참조>

서울시 미화원 중 48%가 대행업체

12월 1일 오후 9시 서울시 종로구 대로변. 환경미화원 김진화씨(40·가명)는 이날도 형광 연두색 근무복을 갖춰 입고 도시 한복판에서 묵묵히 생활쓰레기를 치웠다. 주변의 시선은 잊은 지 오래다. 한 시간을 넘게 옆에서 지켜보다가 조용히 말을 걸었다. "좀 쉬었다 하시죠"라는 말에 김씨는 미소만 지을 뿐 바쁜 일손을 놓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요?" 김씨는 잠시 멈추고 반문했다. "혹시 연락을 받지 못했나요?" 취재를 위해 다른 동료 미화원에게 부탁을 해 놨는데 미처 연락이 닿지 않았던 모양이다. 김씨에게 간단히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환경미화원의 삶'에 대해 물었다. 김씨는 종로구 환경미화원이다. 정확히 말하면 대행업체 소속 미화원이다. 김씨가 이 일을 시작한 지는 7년이 넘었다. 30대 초반에 시작해 불혹의 나이가 됐다. 담당 구역은 종로구 일대 약 1㎞구간이다. 이 지역은 상가가 밀집해 있어 김씨가 담당하는 점포만 자그마치 1000여 곳에 이른다. 쓰레기 배출량도 엄청나다. 혼자서 1t 트럭을 가득 채우고도 넘친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하루 근무시간 10시간 가운데 실제로 쉬는 시간은 겨우 30분 정도이다. 잠깐 휴식을 취하려 해도 넘쳐 나는 쓰레기를 홀로 다 치워야 하기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한 시간 동안 오토바이 톱차(삼발이)가 쓰레기로 뒤덮였다.

김씨의 월급은 163만원이다. 직영 환경미화원에 비하면 '반토막' 월급을 받는 셈이다. 자녀학비, 초과 근무수당 등 복지 혜택은 꿈도 꾸지 못한다. 여기에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제외하면 실제 손에 쥐는 월급은 145만원 남짓이다. 그나마 여기에서 오토바이 기름값과 수리비, 보험료를 빼야 한다. 아내가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해 한 달에 30만원을 보태지만 빠듯한 생활에서 벗어나기란 언감생심이다.

대화 도중에 김씨로부터 의미심장한 말을 들었다. 용역업체 미화원은 30년을 근무하나 한 달을 근무하나 월급이 같단다. 30년을 근무한 환경미화원 월급이 145만원, 이제 갓 입사한 미화원 월급 또한 145만원이라는 것이다. 이마저도 2004년에 노동조합을 설립해 투쟁한 끝에 3년간 연차수당을 탕감하는 조건으로 당시 113만원이던 임금을 30만원 올렸다. 그 후 1년 뒤 사람을 더 채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19만원을 더 받기로 합의해 현재 월급(실수령액 145만원)이 된 것이다. 직영 환경미화원의 연봉 수준을 확인해 봤다. 서울 모 구청에 따르면 직영 미화원의 경우 평균 초봉 3000만원에 해마다 급여도 늘어 10년차의 경우 연봉이 4500만원은 거뜬히 넘는다. 다른 지자체 직영 미화원의 임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구청 관계자는 "용역 환경미화원이 상대적으로 월급이 적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서울시 전 구청의 시스템 문제로 당사자 계약(용역업체에서 직접 채용)이기 때문에 우리(해당 구청)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개선 방안에 대해 묻자 "용역업체 소관이므로 구청에서 관여할 바가 아니다"며 외면했다.

용역직은 30년 일해도 똑같은 봉급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지자체에서 행정안전부 예규를 무시하고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지자체에서) 대행업체가 (용역 환경미화원)이중계약을 강요하는 등 계약서 내용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음을 알면서도 '권한 밖'이라는 말로 방관하고 있다"면서 "원칙적으로 직영화가 맞으며, 현실에 맞는 정당한 대우를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소개로 종로구에 위치한 환경미화원 휴게실을 찾았다. 6.6㎡(약 2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에 '환경미화원휴게실'이라는 작은 푯말이 붙어 있었다. 5명이 쓰는 장소라고 하기엔 공간이 너무 비좁았다. 문을 열자 스산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며칠 전 구청에서 설치했는데 아직 전기를 연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을 마치고 샤워는 어디서 하느냐"고 묻자 "옆에 설치된 공용화장실에서 대충 씻는다"고 김씨는 웃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직영 미화원 휴게실을 찾았다. 겉으로 보기에도 제법 큰 조립식 건물에다 외관도 용역 환경미화원 휴게실과 큰 차이가 났다. 잠겨져 있어 내부는 볼 수 없었지만 '직영-용역' 간의 현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용역 환경미화원들은 본인의 삶을 '노예 인생'이라고 표현한다. 이들은 5일제 근무를 바라지도 않는다. 직영 환경미화원과의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처우'를 바라고 있다.

<서상준 경향닷컴 기자 ss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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