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신조어]꿀벅지
S라인→V라인→꿀벅
생존위한 강한 여성 열망
어느 해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일이 2009년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때로는 찬란한 별로, 때로는 어두운 상처로, 또 가끔은 경이로운 환희로 사람들을 울고 웃기며 역사라는 나무를 장식한 우리 사회의 단면들을 키워드로 정리해 시리즈로 내보낸다.

올해 대중문화에서 가장 각광을 받은 신조어는 단연 '꿀벅지'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1300여개의 관련 기사가 뜬다.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꿀을 발라 놓은 것처럼 핥고 싶은 허벅지'라는 뜻에서 유래했고, 주로 선정적인 인터넷 사이트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정설'로 굳혀져 있다.
어쨌든 출현 초기 훨씬 더 노골적인 성적 의미를 내포했던 이 신조어는 올해 대중문화의 '총아'로 등장한 소녀 그룹, 그중에서도 애프터스쿨의 '유이'와 결합하면서 새롭게 변신한다. 음습하고 끈적거리는 느낌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보기 좋게 통통하고 탄력 있으며, 매끈한 (젊은) 여성의 허벅지'를 뜻하는 말이 됐다.
'꿀벅지'는 인터넷에서 기원하고, 유통ㆍ소비되며, 진화하는 현대 언어생활의 일면을 보여준다. 대중문화는 한 시대 여성들의 육체와 외모를 규격화하고 특정 신체 부위를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최근 'S라인-V라인-쇄골미인-꿀벅지'로 이어졌다. '꿀벅지'라고 호명하는 시선의 주체는 남성, 그 대상은 '건강하고 성숙한 육체를 지닌 소녀'다. 대중문화를 장악한 원더걸스, 소녀시대, 애프터스쿨, 브아걸, 카라 등 걸그룹의 인기 저변에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남성층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들의 '꿀벅지' 대신, 여성들에겐 '초콜릿 복근' 내지는 '짐승돌' '육식남'이란 대립항도 있다. 초콜릿처럼 직사각형의 골로 잘 조각된 남성의 복근,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에 거칠고 야성적인 이미지(짐승+아이돌)를 강조한 보이 밴드를 의미한다.
올 한 해를 풍미한 신조어 '꿀벅지'로 보는 한국 대중문화는 불황이 여성들의 스커트를 짧게 하고(자연스럽게 허벅지가 드러난다), 위기를 돌파하는 강한 남성상을 요구한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듯 보인다. 최근 유행하는 진화생물학을 빌어온다면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경제위기가 '나이 어리고 건강한 육체를 지닌 여성'을 쫓는 남성의 유전자를 활성화시켰고, '강한 힘과 생존력을 갖춘 수컷'을 찾는 여성의 유전자를 일깨웠다"고 하면 되려나.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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