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 전 두산 회장 '형제의 난'뒤 가문서 제명

2009. 11. 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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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용오 전 회장 자살, 왜?

건설사 부도위기·건강악화 시름까지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뭘까?

경찰과 유족들은 박 전 회장이 에이(A)4 용지에 자필로 남긴 유서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가족과 임직원들에게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정도다. 박 전 회장의 사정을 잘 안다는 한 정부 인사는 "(형제들과 경영권을 다퉜던 2005년) '형제의 난' 이후 집안으로부터 외면을 당하던 상황에서 두 아들에게 모든 정성을 쏟았는데 (사업이) 잘 안됐다"며 "사업은 부진한데 건강까지 나빠진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이 유서에 형제간 갈등 등 민감한 내용을 언급했다면, 공개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일 수도 있다.

박 전 회장은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차남이다. 1974년 두산산업·동양맥주의 전무이사를 맡으면서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박 전 회장은 96년 그룹 회장에 오르면서 인생의 정점을 맞았다. 98년부터 2006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부터 악재가 겹쳤다. 그해 부인 최금숙씨가 별세하고, 이듬해인 2005년 7월 박용곤 명예회장 주재로 열린 가족회의에서 박 전 회장이 물러나고 동생인 박용성씨가 회장으로 취임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두산그룹 관계자들은 "박 전 회장이 두산산업개발을 분리해 가져가려는 시도를 감지한 박용곤 명예회장이 형제간 '공동소유, 공동경영' 관행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물러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박 전 회장은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박용성 당시 회장과 박용만 당시 부회장이 17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로 밀반출했고, 이 사실을 내가 알게 되자 둘이 공모해서 나를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박 전 회장은 이 내용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두산그룹 형제들은 박 전 회장을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가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형제간의 왕래도 끊긴 채 힘겨운 재기에 나선 박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차남인 박중원 성지건설 부사장이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9월에는 어머니 명계춘씨가 타계하자 시름이 더 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장례식에서도 다른 형제들과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회장은 올 2~3월 남아 있던 두산 주식 10여만주까지 모두 팔아 두산그룹과 관계를 최종적으로 정리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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