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아들은 '개처럼 살았다'

[북데일리]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첫 장을 넘기려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책 제목이 이상하다. 앞뒤가 뒤바뀌었다. 독자의 이목을 끌려는 의도겠지. 심드렁하게 책을 읽다 깜짝 놀란다. 제목이 맞다! 이토 히로부미는 안중근을 쏘았다. 이 역설의 문장은 안중근의 아들 준생의 변절을 겨냥하고 있다.
사람들은 안준생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가 안중근 의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더구나 그의 배반이란.
하얼빈 거사 30년 후인 1939년 10월 16일.안준생은 박문사(일본이 이토 히로부미를 기념하기 위해 남산 장충단에 지은 절)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 이토 히로쿠니에게 사죄한다. 아버지를 용서하소서. 일본 신문들은 "테러리스트 안중근의 아들이 아비 대신 용서를 구했다!"라고 전했다. 이것은 역사를 거꾸로 뒤집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어 안준생은 당시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의 양아들이 되었다.
난리가 났다. 백범 김구는 더러운 변절자를 처형하겠다며 안준생의 암살을 시도했다. 한국 근현대사 최고의 영웅 아들 안준생은 대체 왜 이런 가슴 아픈 선택을 했을까.
<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 (IWELL. 2009)는 안중근 하얼빈 거사 100주년을 기념해 슾픈 우리 역사의 한 조각을 공개했다.
나라를 팔고 아비를 판 더러운 자식, 친일파, 변절자. 호부견자(虎父犬子: 호랑이 아비에 개 같은 자식). 준생에 쏟아진 비난이다. 책은 단죄하고 묻어버리기 보다 그를 그렇게 만든 우리 모두의 책임을 반성해보자고 말한다.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학자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와 조마리아(안중근의 母)의 후손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원작을 썼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으로 소설형식을 빌었다.
독자들은 책에서 독립군장군이자 위대한 사상가였던 안중근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거나 재확인 할 수 있다. 독립전쟁 중 따뜻한 인간애를 발휘하여 포로를 풀어준 일, 그 일로 적의 습격을 받아 부대가 전멸을 당한 일, 한국의 평화뿐만 아니라 동양 전체의 평화를 구상하고 EU보다 100여년 앞선 동북아 경제공동체론을 주장한 일이 그것이다.
영웅 아버지를 둔 덕에 그 어떤 평화와 행복도 누리지 못하고 평생을 일본의 탄압과 감시 속에 힘겹게 살아야했던 평범했던 아들, 결국에는 아버지를 부정하고 겨레를 더럽히는 선택을 강요받는 극단적인 비극에 던져져야 했던 심약한 영혼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왜 나는 안준생으로 살 수 없었죠? 왜 나는 내 삶을 선택할 기회도 없이 이런 운명에 던져져야 했죠?"
준생의 뒤엔 그를 활용해 역사의 물줄기를 거꾸로 바꾸려는 일본의 야욕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죽은 이토 히로부미는 안중근과 우리 민족에게 복수를 한 셈이다. 100년 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하얼빈 총소리. 그 뒤에 숨은 이 비극의 역사에 비감을 맞는 아침이다. 출판사는 "책 내용을 공연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우기자 / dobe0001@naver.com매일매일 재미있는 책읽기 '북데일리' www.bookdaily.co.kr제보 및 보도자료 bookmaster@pimedia.co.kr < 저작권자 ⓒ 파이미디어 북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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