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방화 사건 1년'..고시원 요즘은
방과 방 사이 거리가 불과 1m 남짓. 불빛이 없으면 비상구조차 잘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고시원 방마다 각기 다른 40여명의 직장인과 학생들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지방에서 올라왔거나 일용직 노동자들로 저렴한 방값을 원하는 저소득층 서민들이다.
논현동 고시원 방화·살인 사건, 그 후 1년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08년 10월20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고시원에서는 사망자 6명을 포함 무려 13명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방화·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방화살인범인 정상진은 라이터용 기름과 라이터로 자신의 방에 화재를 일으킨 뒤, 화재연기를 피해 복도로 뛰쳐나오는 피해자들을 미리 준비했던 칼로 무차별적으로 찔러 살해했다. 이 방화로 고시원의 세 층이 일부 전소했고, 중국동포 이모씨(당시 50세)와 서모씨(20세)를 비롯 6명이 사망하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해 방화로 전소된 서울 논현동 D고시원 내부 모습(왼쪽)과 안전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공중이용법에서 제외된 일부 고시원 모습(기사내용과 다를 수 있음). < 서상준기자 >
이 방화사건 이후 고시원 범죄 및 화재 발생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자, 정부는 일명 '닭장 고시원'을 없애기 위한 개정안을 마련했다. 소방방재청은 고시원 복도 폭을 기존 90cm에서 120cm이상으로 확대하고, 간이 스프링클러 및 야광 피난유도선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 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 지난 5월15일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법 전문가들은 기존 시설에는 적용되지 않는 '반쪽자리' 대책에 불과하다며 강도 높게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시설에는 화재대피용 간이 호흡기구 비치만 적용될 뿐, 통로 폭 연장과 피난 유도선 설치는 신규시설에만 적용토록해 법 개정 이전 시설은 대형 참사의 위험이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당수 고시원이 목재로 방이 나눠져 있고, 대피로 역시 협소해 가스 질식 위험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소방점검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논현동 고시원 사건 이후 많은 고시원들이 저마다 개선의 의지는 보이고 있으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방마다 소화기 비치를 하지 않거나 비상구 위치도 제대로 확인이 안되는 등 위험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오후 서울시내 고시원 10여곳을 방문·취재했다. 서울의 A고시원의 경우 40여개의 방 중 소화기가 설치돼 있는 방은 불과 10여 곳. 비상구 통로는 어두워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 스프링클러는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주인조차 장담하지 못했다. 또 B고시원은 아예 비상구를 잠가 놓고 그 곳에다 물건을 쌓아놓고 있었다. 만일 화재라도 발생한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주인은 안전에 대해서는 전혀 무감각했다.
하지만 이런데는 주인 탓도 있지만 제때 소방점검을 하지 않은 관계기관의 탓도 크다. B고시원 주인은 "작년에 시끄러웠을때(논현동 고시원 사건) 이후, 소방점검은 한 번 정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방마다 소화기를 비치하려해도 방이 비좁고, 손님들도 불편해 해 (소화기를)치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재결과 서울의 모 소방서는 지난해 방화사건 이후 관할지역내 다중이용시설 점검은 단 한 차례가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차도 제대로 된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C 소방서의 경우 관할지역내 다중이용시설 2700여 곳중(고시원 160여 곳 포함) 두 차례 이상 방문 점검한 업소는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소방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해당 소방서 관계자는 "점검 시설이 너무 많고, 단속 인원이 부족해 제때 점검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존 영업장(고시원)의 경우 피난사항이나 건축법상 맞지 않는 곳이 많지만 강력규제를 할 수 없는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업소라도 면적이 증감된다든지 시설이 변경될때는 안전을 위해서 철저히 지도·감독하겠다"고 덧붙였다.
< 경향닷컴 서상준기자 ssjun@khan.co.kr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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