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화된 '붉은소'는 바로 나? 김영미 개인전
'화실(畵室) 귀신'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작업실에만 파묻혀 지내는 작가 김영미(48)가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필립강갤러리(대표 강효주)에서 개인전을 갖는 작가는 의인화된 동물 그림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종이에 먹으로 인물및 풍경, 추상은 물론 누드크로키, 드로잉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다 3년 전부터 서양화로 방향을 틀어 강렬한 원색의 동물 그림 쪽으로 선회했다. 김영미의 근작 속에서 동물들은 책도 있고, 여행도 즐기며 소풍도 가는 등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폭발적인 색채와 분방한 붓질로 의인화된 동물들을 거침없이 그려냈다. 따라서 그의 그림들은 표현주의적 면모가 강하게 드러나며 분출할 듯한 에너지를 펼쳐보인다.

의인화한 동물을 통해 김영미가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는 인간의 소외와 단절. 현대 사회에선 첨단 기능을 갖춘 소통수단이 무수히 많이 등장하지만 오히려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인간은 단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작품들이다. 그런데 김영미 작품 속 동물들은 뜻밖의 상징성을 지닌다. 일반의 통념을 깨는 설정이 흥미로운 것. 그간 우화 속에서 어리석음의 대명사로 각인돼온 당나귀는 가장 평범하고, 친근한 인물로 등장한다. 붉은 빛 얼굴의 소는 '소띠 여성'인 김영미 자신을 가리키며 쉼없이 날갯짓을 해야 하는 새들은 그의 그림에선 가장 편안한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쉬고 있다. 독신인 작가가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개는 정겨움의 대상으로 표현됐다. 커다란 부엉이와 날렵한 원숭이도 단골로 등장한다.
"인간들은 스스로가 '만물의 영장'이라며 교만해 하기 일쑤잖아요. 그런데 제가 워낙 동물을 좋아하다 보니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돼요. 어느날 '동물을 주인공으로 그림을 그리면 재밌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3년째 그리다 보니 그 매력에 푹 빠져 지낸답니다. 동물을 통해 인간의 세계를 또다른 시각에서 보는 일, 유익하고 의미있더라고요"
의인화한 동물들은 인간의 본능적 감정을 대변한다. 도서관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는 모습에선 편안함이 느껴지고 낙하산을 탄 채 이상의 도시로 착륙하는 그림에선 희망이 읽혀진다. 안락의자에 파묻혀 평화스런 모습으로 책을 읽고 있는 소, 그 뒤에선 작은 새들이 속삭이는데 이는 작업 후 휴식을 취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어렵지않고 친근하다. 거침없는 붓질과 과감한 원색은 김영미 작품에 충만한 감흥을 더해준다.

직장생활과 작업을 병행하다가 10여년 전부터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 김영미는 서울 성산동 작업실에서 하루 평균 14시간씩 작업에 전념한다. "전업작가라면 1년에 유화기준으로 6000호는 그려야 한다"는 그는 그간 수묵화 800점, 드로잉 2만점을 그렸다. 유화도 수백점이 넘는다.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 누드크로키, 인물 드로잉에 매달려 작가는 그간 200여명의 모델을 그렸고, 4년 전에는 드로잉만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작가는 "먹으로만 작업하다가 유화로 작업을 바꾸자 색에 대해 막혔던 봇물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같다. 요즘은 빨강 파랑 등 원색의 알록달록한 세계에 푹 빠져지낸다. 그리다 보면 저절로 생동감과 흥겨움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윤진섭 호남대 교수는 "인간의 내면 깊숙이 내재된 근원적인 감정을 폭발적인 색채와 이미지로 드러내는 게 김영미 회화의 특징이다. 그의 그림에선 대상에 대한 작가의 연민과 애정이 진하게 읽혀진다"며 "특히 '사유공간'연작은 부유하는 듯한 인체의 거침없는 이미지를 통해 인간존재에 대한, 그리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들에 대해 재고하도록 한다"고 평했다. 02)517-9014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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