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보부 장학생' 실체 확인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돈을 주며 '중앙정보부 장학생'을 만드는 등 '반(反)유신체제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 학원을 통제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직원이 대학을 돌아다니며 감시한 것도 모자라 학생, 교수에게까지 협박 및 회유했던 정황까지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30일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 반대 시위를 비롯, 대학가의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학원통제 정책을 벌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은 2972년 12월 유신헌법을 공포한 후 긴급조치권을 발동, 유신헌법 개정을 주장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활동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보부 학원과 직원과 경찰서 정보과 직원 등 사찰요원이 대학행정기구의 도움을 받아 학내에 상주했고 이 과정에서 사찰요원들은 학생을 포섭해 '프락치' 행위를 강요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대생이었던 A씨는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중앙정보부 직원이 돈을 주며 학생운동 정보를 물었다"며 "집에도 직원이 찾아와 어머니에게 '연탄을 사줄 테니 아들이 학생운동을 못하게 하라'고 회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1979년 서울대 등에서 실시한 '강제지도휴학'은 사찰결과에 따라 학생을 강제로 휴학시킬 수 있는 제도로 강제휴학을 받은 인원 중 징집대상자는 곧바로 군대에 강제 입영되기도 했다. 당시 강제지도휴학을 받았던 B씨는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대상자로 분류, 강제휴학을 당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 측은 "학교에서 제명할 때는 '면학분위기를 흐리는 자'라는 이유를 들다가 이들을 강제 징집할 때는 '자질이 우수한 자'라고 평가하는 등 정부는 변칙적인 조치를 동원, 정부에 반대하는 학생을 학교로부터 격리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학원통제는 교수 사회에도 이어졌다. 진실화해위 측은 "당시 정부가 교수에게 학생의 학업 외에 개인신상까지 매학기 보고하도록 하는 '분담지도제'를 실시했고 이 실적에 따라 분담지도비를 차등 지급하는 등 교수를 학원통제에 이용했다"고 밝혔다. 또 "재임용 심사기준에 학생지도 능력까지 포함시키는 등 교수재임용제 역시 '문제교수''를 대학에서 빼내려는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덧붙였다.
반공교육과 안보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1975년 실시된 '학도호국단 제도'도 통제 수단으로 악용됐다.학도호국단이 생긴 뒤 대학 내 학생회는 사라졌고 학과는 학도호국단의 중대로 편성됐다. 모든 과외활동도 학도호국단의 승인 하에 진행됐고 학생들의 자치활동도 감시 대상이 됐다.
진실화해위는 관련 정부기관 뿐 아니라 대학당국도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부당하게 학원을 간섭한 정부도 사과해야 하지만 학원의 자율을 지키고 학생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지닌 대학당국이 정부의 정책에 편승해 학생운동을 통제하거나 인권탄압을 방관했다"며 "피해자를 포함한 관계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m.com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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