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미국인들이 '병헌' 부를 때 할리우드 실감" (인터뷰)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이병헌의 얼굴은 수척해 보였다.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 홍콩을 오가며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아이리스'의 촬영과 홍보 일정을 연이어 소화한 피로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미소는 예전보다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3억달러의 흥행 수입과 단연 돋보인 존재감을 드러낸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의 성공적인 첫 발이 육체적 피로마저 앗아간 느낌이었다.
조금 지쳐 보인다. 얼굴도 예전보다 야위었다.
매니저한테 이제 비행기를 몰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찍으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게 어마어마하다. 중국, 홍콩이라 가까운 줄 알았는데 촬영지까지 갔다 오면 12-13시간이 걸린다. 농담으로 전용 제트기를 사라고 하는데 돈이 없어서 행글라이더라도 뽑아야 겠다(웃음). '아이리스' 끝나면 쉬고 싶은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어떤 영화인가.
실종된 한 남자(기무라 타쿠야)를 각기 다른 이유로 두 남자가 찾아 나선 이야기다. 한 사람(조쉬 하트넷)은 아버지의 부탁으로 그를 찾아 나섰고 다른 한 남자(이병헌)는 자신이 분신같이 여기는 여인이 그 남자와 같이 있다는 이유로 찾아 다니는 이야기다. 머릿 속이 복잡해지는 영화다. 트란 안 홍 감독이 감독 데뷔 전에 도서관에서 일한 적이 있다. 비정상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문열 작가의 소설 '사람의 아들'을 처음으로 읽고 영화 감독이 되면 이 책을 영화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결국 진짜 '사람의 아들'을 모티브로 영화를 찍게 됐다. 굉장히 심오한 영화고 트란 안 홍 감독의 장기인 영상적인 충격, 라디오헤드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점도 인상적이다. 여러 번 보다 보면 진가가 분명 드러날 것이다.
연기한 수동포는 어떤 인물인가.
직업적으로는 악역이지만 다양한 인간군상 중 하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창희나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의 스톰 쉐도우보다는 현실적이기 때문에 더 무섭고 잔인하고 악마같은 인물이다.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이 국내에서 좋은 흥행 성적을 올렸다.
'해운대'와 '국가대표'라는 어마어마한 한국영화가 있었는데 새우등 안 터지고 잘 버텼다. 흥행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배우 이병헌에 대해서 실망 안 했으면 좋겠다는 걱정만 했다. 일본 흥행이 부진했다는 말도 있는데 원래 일본은 애니메이션의 세계 최강국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미국 코믹북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를 배타적으로 싫어하더라.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에서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성공적인 첫 발이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럽다.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그 과정 자체를 좋게 봐 줘서 뛸 듯이 행복했다. 존재감이 드러난다는 칭찬이 제일 좋았다. 미국 LA 프로모션 때 파라마운트 부회장이 왔었는데 스톰 쉐도우와 스네이크 아이즈 둘이 싸우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고 칭찬했다. 외전 격으로 두 사람만 주인공으로 놓고 영화를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영화가 만들어질지는 몰라도 그만큼 좋게 봐 줬고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행복했다.
이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는 실감이 나던가.
미국 사람들이 아무도 나를 못 알아봐서 레드카펫 밟기 전까지 할리우드에 데뷔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모션 때 레드카펫을 밟는 순간 수많은 기자와 리포터들이 '스톰 쉐도우'라고 부르지 않고 '병헌'이라고 직접 내 이름을 부를 때 정말 실감이 났다. 각양각색의 인종들이 사인해 달라 그러고 사진 찍자 할 때 비로소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느낌을 받았다.
한류팬들이 미국까지 찾아갔다고 하던데.
일본 아주머니들이 그 인파를 뚫고 왔더라. 먼 타국에서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 일본 아주머니들이 한국에 왔을 때 우리 사무실에 들어오지도 못하는데 사무실 앞에서 3박 4일을 기다린다. 몇 십명 이상이 돼서 사무실 일하는데 공개할 수도 없고 집 앞에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기다리고 있기도 한다.
닌자인 스톰 쉐도우 역 때문에 캐스팅 초반에는 왜색 논란도 있었다. 결국 한국인 캐릭터인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잦아 들었다.
국적 갖고 투쟁을 한 것은 아닌데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 우리 관객들도 좋아할 것이고 내가 편해서 한 거다. 일본배우가 중국인 연기를 하고 한국배우가 일본인 연기를 하고 이런 걸로 아웅다웅하기 보다 아시아인의 힘을 먼저 서양 사람들에 알리는 것이 먼저라 생각한다. 그렇게 아시아인에 관심이 생기면 자기들이 먼저 한국인 캐릭터를 만들려 할 것이다. 우리도 솔직히 어릴 때 머리 노란 사람이면 다 미국인인 줄 알지 않았나.
조쉬 하트넷과 기무라 타쿠야 등 해외 톱스타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촬영 도중 홍콩 촬영지로 갔는데 조쉬가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해 줬다. '달콤한 인생' DVD를 트레일러에서 보고 왔는데 너무 재미있다고 좋아하더라. 기무라는 너무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인데 내가 오니까 재미있게 말하고 친하게 지내니까 다른 스태프들이 희한하게 생각하더라. 기무라가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오기로 했다. 처음에 못 온다고 하니까 직접 만나 5번 이야기 했다. 나도 일본 갔는데 너도 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웃음).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베트남 스타 배우 트란 누 엔-케와의 러브신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감독이 옆에 착 붙어서 촬영하는데 배우와 하는 건지 감독과 러브신 하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감독 와이프인데다 애 둘과 친정엄마까지 와서 모니터 보고 있더라.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건가 의문이 들었고 어색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게 생각이 들더라. 감독이 변태 아니면 진정한 예술가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웃음).
'아이리스'에 대한 기대가 높다. 상대역인 김태희와의 호흡은 어떤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재미있게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드라마 잘 될 거라는 기대치가 스태프들 사이에 상당히 높은 편이다. (김)태희는 자라온 게 되게 바르지 않나. 교과서적인 지적인 면은 누구보다 많다. 하지만 배우 생활을 잘 하는 것은 그거하고 별개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의 생활 습관이 너무나 바르게 커 와서 그런지 참 많이 닫혀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겁을 내더라. 그런 습성을 고치라고 충고를 많이 해 줬다. 네가 보기 싫거나 싫어하는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이해하라고 충고해서 많이 달라졌다. 자기가 그런 틀을 깨려고 노력을 많이 하더라.
최근 '무릎팍 도사'에서 수애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병헌씨가 빠져들만큼 너무 매력적인데다 자신이 닫혀 있는 성격이라 소통하지 못해 죄송했다고.
그 바보같은 게 진작에 말을 하지. 그럼 걷어줬을텐데(웃음). 수애는 태희보다 더 하다. 폐쇄적인데 좋게 말하면 얌전하고 조선 여자 같다고 할 까. 누구도 다가가서 말 건네기 쉽잖은 인물이다. 대본 리딩할 때 오빠 어릴 때부터 되게 팬이었다고 말했지만 이성적으로는 전혀 못 느꼈다. 표현뿐 아니라 말 자체를 잘 안하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내가 좀 직선적이라서 폐쇄적인 것 같다고 직접 말했다. 스태프들과 밥을 한 번도 안 먹더라. 매니저가 식판을 들고 밴으로 갔다. 밴에서 음식 냄새가 장난 아닐 거 같다고 놀렸다.
'지.아이.조' 속편은 언제 들어가나. 강제규 감독 신작 '디-데이'의 캐스팅이 확정적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지.아이.조' 속편은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아무래도 비중이 커질 것 같다. 파라마운트 쪽에서 좋게 봤고 한국에서 흥행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강 감독님 기사는 잘못된 거다. '디-데이'는 2년 전에 대본만 받아봤다. 강 감독님이 나한테 좋은 역할이 있을 거라고 이야기 해 놓은 작품은 '요나'였다. 기획만 하실 거였던 '디-데이'를 직접 연출하게 되시면서 '요나' 캐스팅이 잘못 알려진 것 같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모바일 마이데일리 3693 + NATE/magicⓝ/ez-i- NO1.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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