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사·판검사 꿈꾸는 교육 버릴 때"

2009. 9. 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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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제 더 이상 작고 가난한 나라가 아닙니다. 그동안 잘먹고 잘살기 위해 배우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김용(미국명 Jim Yong Kimㆍ49)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22일(현지시간) 취임식을 했다.

그는 취임식에 앞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도 이제 성공한 국가로서 과거 돈을 벌기 위해 의사나 율사가 되려고 하던 교육관은 그만두고 앞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이 과거 가난한 시기에 먹고 살기에 급급해 부모들은 자식들이 비교적 돈을 많이 버는 의사나 판검사 또는 변호사가 되기를 원했지만 지금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 교육은 이런 직업군을 양성하기보다는 다음 세대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교육관은 취임 연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는 대학이 도덕성을 갖고 대학 구성원 모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다트머스대 총장으로 선출된 것도 그의 사회봉사활동 덕분이다. 그는 20년 넘게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에이즈와 결핵 등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 퇴치활동을 주도했다.

특히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전 세계적인 에이즈 퇴치 프로그램을 확대해 150만명을 구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계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으로 지난 3월 선출된 그는 "선출된 이후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 언론들도 총장 선출에 대해 기뻐해 너무 감동받았다"며 "은혜를 갚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시아계보다는 다트머스대 총장으로서 평가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경기침체기라서 연간 1만6000달러 학비도 비싸게 느껴지는 어려운 시기"라며 "그러나 정직한 자세로 천천히 성과를 거두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학들과의 교류도 확대할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현재 연세대와 제휴관계에 있다"며 "앞으로 다른 학교와도 뜻이 맞다면 교류관계를 넓혀 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가을학기에도 다트머스대 전직 총장 중 한 명이 한국에서 강의를 맡았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대학들과 교류하겠다고 덧붙였다.

다트머스대는 취임식에 앞서 21일 동문들과 김 총장의 옛 하버드대 동료 등을 초청해 캠퍼스 내에서 취임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변화를 위한 리더십에 대한 반성'이란 주제로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다트머스대를 졸업한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과 찰스 핼드먼 프레디맥 CEO, 아프리카계 미국 흑인 여성인 루스 시먼스 브라운대 총장,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김 총장 취임을 축하하면서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시먼스 총장은 "나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대학 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김 총장도 가장 큰 애로점이 바로 대학 내 다양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멀트 회장은 "나의 임무 중 하나는 후계자를 비롯한 다음 세대 리더들을 키우는 것"이라며 "김 총장도 미래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핼드먼 CEO는 "김 총장은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포터 교수는 "경기침체도 대학 총장에게는 큰 장애물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하노버 = 김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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