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기부를 즐기다] <1> 나를 위한 소비, 소액기부


"기부는밥먹는 것처럼 나를 위한 소비"평생 안쓰며 재산 모아 언제 기부하나요?단돈 1000원이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그렇다고 문화생활까지 다 희생하진 않죠
월간 매거진 '럭셔리'에서 명품, 다이어트, 성형수술 등 패션 관련 기사를 쓰는 뷰티에디터 이정민(26ㆍ여)씨. 올 2월 굿네이버스를 통해 베트남 소년 응우옌 푹 컴(6)과 후원 결연을 맺었다.
"명품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솔직히 없어도 있는 척 해야 할 때가 많아요. 도대체 럭셔리라는게 뭘까, 고민도 많았죠.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던 차에 해외아동 결연을 알게 됐어요." 지난 여름 휴가 때 베트남을 찾아 후원 아동을 만나고 온 이씨는 "하도 '우리 푹 컴이~'를 입에 달고 다녀서 친구들이 먼저 꼬마의 안부를 물어올 정도"라며 "나를 따라 소액 기부를 시작한 친구도 여러 명 있다"고 말했다.
기부, 이타적이고도 이기적인
거대담론 대신 일상의 가치를 신봉하는 20, 30대는 기부라는 사회적 행위에서도 가볍고 쿨한 태도를 보인다. 남 보기 부끄럽지 않은 거액을 자기희생적 결단으로 내놓는 것이 기부라는 관념은 기부 자체를 끊임없이 미래의 일로 유예하게 만드는 핑계가 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국내 저소득 가정과 결식 아동을 돕기 위해 월드비전과 굿네이버스에 매달 소액 기부를 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박정인(35)씨는 "다들 여유가 생기면 도와야지 하지만, 때가 되면 결혼이다, 집 장만이다 해서 끊임없이 또 다른 핑계가 생기지 않냐"고 말했다. "지금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적은 액수라도 일단 부담 없이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가장 이타적 행위에 속하는 기부를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한 소비라고 말하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기부도 내가 좋아하는 옷을 사고 밥을 먹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분기마다 후원아동의 사진이 오는데, 조금 더 자란 듯한 아이의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벅차오르죠. 그럴 때면 기부가 그 아이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어요."(이정민씨)
여행도 가고 싶고, 기부도 하고 싶고
20, 30대 기부자들은 스스로를 가난했던 기억 때문에 평생 안 먹고 안 쓰며 모은 재산을 사회에 내놓는 미담기사 속 주인공들과는 '종'(種)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다양한 욕망을 어느 하나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3년째 인도네시아 소년 타우픽아크바를 후원하고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전략기획팀 매니저 김지혜(27ㆍ여)씨는 주말이면 뮤지컬 관람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긴다. 여행을 좋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소비 항목들 사이에 축구선수가 꿈인 후원아동을 위해 구입한 축구복과 축구공, 운동화도 들어 있다.
"사진 속 아이가 늘 맨발인 게 안타까워 신발을 사 신겨야겠다 싶었어요. 2004년 쓰나미로 부모를 잃어 정확한 나이도 모르는 아이예요." 김씨는 소년이 축구복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과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어 보낸 감사편지를 받고는 눈물이 날 만큼 감동했다. 하지만 더 많이 돕기 위해 일년간 기다려온 휴가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깟 푼돈? 기부도 훈련해야 느는 '기술'
젊은 세대의 이런 작은 선행을 적은 돈으로 윤리적 허영을 채우는 '액세서리 도네이션'이라고 폄훼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유야 어떻든 하는 편이 낫다고 입을 모은다.
"그깟 몇 푼 되지도 않는 돈 창피하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단돈 1,000원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죠." 박정인씨는 "기부도 기술이라 훈련이 필요하다"며 "1,000원이 익숙해지면 1만원을 하게 되고, 10만원, 100만원으로 점점 액수를 늘려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훈련이 안 돼 있다면 수천억원대 부자가 된다 해도 기부는 못 할 걸요."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바쁜데 왜 점점 더 많은 20, 30대들이 먼 나라의 아이들에게까지 마음을 쓰는 걸까. "저희 세대는 책과 인터넷, TV 프로그램을 통해 제3세계의 고통이나 아픔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하며 자랐어요. 기부와 선행에 앞장서는 연예인들도 굉장히 많고요." 김지혜씨는 "다양한 매체와 채널을 통해 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나에게 기부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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