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씨름계의 대부 황경수 감독 "직접하는 씨름이 널리 퍼져야 한다"

권혁진 2009. 7. 2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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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이만기와 이봉걸, 이준희. 이들의 공통점은? 단번에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가 '천하장사'다.

세 선수들은 한때 샅바 하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들의 몸짓과 기술, 터프한 괴성에 반한 팬들은 연일 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이는 자연스레 씨름 중흥기로 이어졌다.

이것 말고도 공통점이 있다. 같은 지도자 밑에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천하장사를 배출해 낸 주인공은 올드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황경수 감독(62)이다. 현재 국민생활체육전국씨름연합회 부회장과 성남시청 감독으로 씨름 발전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황 감독을 23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 "당시 만기 인기? 정말 대단했지"황 감독이 씨름계에 처음 몸담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이다.자신의 이름을 씨름계에 널리 알리게 된 지도자 생활은 대학교 3학년 때 시작했다. 이만기와의 만남도 이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산 무학초등학교 코치로 부임한 그는 예비 천하장사 이만기와 처음으로 만났다. 당시 이만기는 다른 선생님의 눈에 띄어 씨름선수로 활약하고 있었다. 잠시 초등학교에 몸 담았던 황 감독은 현역 은퇴 후 마산중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때 마침 마산중학교에 진학한 이만기는 황 감독의 지도 속에 조금씩 실력을 쌓아 나갔고 후에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씨름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프로 선수 시절 이만기의 인기는 어느 정도였을까?황 감독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그는 "만기의 시합 날만 되면 아침에 할머니들이 물을 떠놓고 기도를 올릴 정도였다. 경기장에 가면 며느리나 아들이 경기 전 찾아와 '우리 엄마가 아침에 물 떠놓고 기도했으니 오늘 꼭 이겨달라'고 부탁했다. 좀 씁쓸한 기억이지만 손자를 안고 만기의 경기를 지켜보던 한 할아버지가 만기가 패하자 심장 쇼크로 사망한 일도 있었다"고 돌이켰다.

▲ 계속된 악재에 무너진 씨름영원할 것 같던 씨름의 인기는 90년 후반 들어 급격히 떨어졌다.스타들의 부재도 원인이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IMF 체제로 인한 경제위기였다. IMF 핵폭탄을 맞은 기업들은 줄줄이 씨름단 해체를 선언했다. 여기에 기업과 연맹의 보이지 않는 싸움은 씨름의 위기를 부추기는 꼴이 됐다.

"씨름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기업인들과 연맹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고 꼬집은 황 감독은 "IMF가 주원인이지만 이렇게까지 온 원인은 주도권 싸움 탓도 없지 않았다"며 회장이나 총재로 온 인물 가운데서도 문제가 있는 이가 있었다고 아쉬워 했다.

그는 "그때는 프로야구보다 씨름 인기가 훨씬 좋았다. 계속 그 상태가 유지됐다면 굉장히 거대해졌을 텐데…"라며 아쉬움에 말끝을 흐렸다.

▲ 빛이 보인다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씨름에 투자한 황 감독은 씨름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60살이 넘은 나이이지만 씨름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현재 황 감독이 속한 씨름연합회는 씨름인구 저변 확대 및 생활체육으로 확산을 위해 지난 2003년 설립된 단체다. 현재 전국 16개 시도가 회원 단체로 가입돼 있다.

황 감독은 "우리 연합회는 기업도 후원도 없지만 무척 잘 돌아가고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그는 씨름연합회에서 하는 여자씨름과 해수욕장씨름대회, 재래시장살리기씨름대회 등을 설명하며 "옛날 씨름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다. 지난 20년간은 보는 씨름이 주가 됐는데 이제는 직접 하는 씨름이 널리 퍼져야 된다. 그래야 사람들이 씨름이 얼마나 재미있는 운동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씨름연합회에서 하는 여자씨름대회나 재래시장살리기씨름대회는 큰 붐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지난 달 전남 구례군에서 끝난 여자씨름대회는 5000여명에 이르는 관중들의 성원 속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뜨거운 반응을 확인한 구례군은 향후 3년간 여자씨름대회를 유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 감독은 "가장 중점을 두고 하는 사업은 초등학생들에게 씨름을 전파하는 일이다. 올해도 1000개 학교를 방문해 씨름을 가르치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그 다음이 바로 여자씨름이다. 아기자기한 맛에 관중들도 굉장히 흥미를 느낀다. 발전 가능성이 굉장히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와 여성, 해수욕장과 재래시장 등 장소를 불문하고 씨름 알리기에 나서는 이유는 단 하나. 프로씨름의 활성화를 위해서다. 씨름연합회는 아리랑 TV를 통해 전 세계 150개국에 홍보 영상물을 방영하고 씨름 노래를 만드는 등 노력을 보이고 있다.

"최종 목표는 프로씨름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조금 힘들지만 서서히 빛이 보이고 있다"는 황 감독의 말처럼 한국의 전통 문화인 민속씨름이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사랑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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