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가 추천하는 인디음악⑨]타바코쥬스.."독특함? 우리에겐 일상!"




9번째 릴레이 기사의 주인공 밴드 타바코쥬스(Tobacco Juice)는 틀에 구속되지 않은 형형색색 음악을 하고 싶었다. 멤버 백승화(드럼, 28), 권기욱(보컬, 33), 권영욱(기타, 29), 성호림(기타, 28) 네 남자를 하나의 밴드로 묶기에 그들이 가진 색의 프리즘은 너무 다채로웠다. 밴드 이름 짓기에 골치가 아팠던 멤버들은 담배를 물고 앉아 고민하며 깨달았다. 그들 모두 '담배'를 사랑하고 있음을.밴드 명에 타바코(Tobacco: 담배)를 조합한 이들은 '돗대 천 대 피면 투명인간 되나요' '담배를 끊어요'라는 제목의 싱글 앨범을 발매했다. 개성강한 이들이 하나로 뭉친 음악은 곧 그 독특함으로 화제를 모았다. 타바코쥬스에게 독특함은 '일상'이다. 이들에게 음악은 일상에서 오는 소소한 공감의 외침이다.
▲밴드가 결성되기까지의 사연을 들려달라.
백승화) 군 제대하고 인터넷 음악 클럽에서 밴드 할 사람을 구했다. 지금은 탈퇴한 베이스하는 친구와 호림까지 네 명이 밴드를 했다. 그런데 기욱 형이 계속 친동생이 천재 기타리스트라고 하는 거다. '내 동생 오면 끝난다'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기욱 형의 친동생 영욱이 들어오게 됐다. 곡은 대부분 영욱이 작업한다.
권영욱) 곡을 30곡 정도 써 놓은 게 있는데 (타바코쥬스가) 그런지(Grunge) 음악이라서 다 버렸다. 원래 나는 펑크(Punk) 스타일이었는데 내가 들어와서 뭔가 애매하게 희석됐지.
▲30개나 되는 곡을 버릴 때 아쉽지 않았나?
권영욱)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곡을 만드는 것은 나름 고충이 있을 것 같다.
권영욱) 어렵다기 보다는 비슷한 구성에 색깔이 다르다고 보면 된다. 타바코쥬스의 음악 색은 굉장히 신선하다. 펑크와 그런지가 안 어울리는 듯 어울리는 것이 신선했다.
▲그렇다면 새롭게 만들어진 타바코쥬스의 음악적 장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권영욱) 사실 펑크라고 하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 있다. 우리가 확실히 펑크음악을 한다고 말하진 않는다. 알아서 어떤 음악이 만들어지게끔 놔두니까. 사실 나도 잘 모르는 음악이 됐다(웃음).
권기욱) 밴드 멤버들이 각자 좋아하는 음악이 다 다르다. 하나의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다 개성을 갖고 간다. 특정 장르가 되기보단 그것들이 섞여서 나오는 것 같다.
권영욱) 굳이 따지자면 스카펑크(Ska Punk)라고 할까? 보컬이 독특하다.
▲타바코쥬스라는 팀명은 어떤 의미인가?
권영욱) 다들 담배를 진짜 좋아한다.
권기욱) 타바코쥬스는 '담배 때문에 나오는 갈색 침'을 의미한다
백승화) 밴드명에 얽힌 비화가 있다. 원래는 기욱 형이 '카멜레온'으로 하자고 했다. 술 취한 상태에서 다채로운 색깔의 음악을 하자는 의미로 만들었는데 술 깨고 생각해보니까 바꾸고 싶더라. 하하. 멤버들의 공통점이 담배를 좋아하는 것 밖에 없어서 타바코쥬스라고 지었다.
권영욱) 그때 싸이월드 일촌명까지 '더 카멜레온(The chameleon)'으로 바꿨다.
백승화) 분명 카멜레온으로 활동하는 사람 있을 것 같다. 대학교 밴드 같은 걸 잘 찾아보면 말이다.
권기욱) 카멜레온도 괜찮지 않은가? 독보적일텐데(웃음).
▲지금이라도 바꾸고 싶은 생각 없나?
권기욱) 바꾸진 않을 것 같다. 하하.
▲'찌질 대마왕'이라고 불리는 콘셉트는 본인들이 정했나?
권기욱) 레이블에서 우리를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 실제로도 조금 찌질한 것 같다(웃음). 가사에 외롭다거나 혼자 술 먹는 얘기가 들어있다. 가사적인 측면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생활을 담은 거니까.
백승화) 우리를 홍보하려는 문구를 생각할 때 딱히 어떤 콘셉트가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엔 그 단어를 되게 싫어했다.
▲음악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
권영욱) 사람들한테 알려지고 싶고 진짜 록 스타가 되고 싶다. 사실 어떤 사람이 직업을 갖게 되는 계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특별한 길을 걸어왔다기 보다는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권기욱)어렸을 때 외국 뮤직비디오 공연 실황을 보면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혹시 나도 록을 하면 멋진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꿈을 꿨다. 당시에는 건즈앤로지스(Guns N' Roses), 메탈리카(Metallica), 메가데스(Megadeth)같이 지금과는 다른, 강한 음악을 많이 들었다.
백승화)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다. 청취자의 입장에서 음악을 접하다가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하게 연주해봤던 게 드럼이었는데 학교에서 밴드를 구한다고 하길래 드러머로 지원했다. 뭐든 한번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밴드에 들어갔을 때 남들보다 잘하는 것 같이 느껴졌으니까(웃음).
성호림) 나도 비슷하다. 친구들끼리 합주 구경하러 갔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시작하게 됐다.
▲음악 하면서 가장 즐거운 때는 언제인가?
성호림) 공연하고 뒤풀이하는 것도 재미있고. 무대에 섰을 때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조금이라도 따라 부르면 기분이 정말 좋다.
권영욱) 큰 공연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 합주하는 것도 재미있고 노래 만들어 가는 것도 재미있다.
권기욱) 밴드 클럽에 우리 음악을 듣고 삶의 생기를 찾았다는 글을 올리는 사람이 한 두 분 있다. 그런 글을 보면 진짜 기분이 좋다.
▲사람들이 어떤 곡을 가장 좋아하나?
성호림) '요다의 하루'. 기대도 안 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준다.
권기욱) 영화 '스타워즈'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된 노래다. 우리한테 두 곡만 작업해달라고 부탁이 와서 우연찮게 곡을 넣게 됐다. 백승화가 영화를 보고 급하게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백승화) '스타워즈' 명대사 '아임 유어 파더(I'm Your Father)'가 가사다. 그냥 '나는 네 애비다'라는 뜻이다.
권기욱) 영화를 보면 등장인물인 요다와 다스베이더는 멋있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걸 코믹하게 만들었기에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릴레이 기사의 전 주자 갤럭시익스프레스가 '눈물의 왈츠'라는 곡이 좋다고 하더라.
백승화) 아마 느끼는 사람만 알 거다. 갤럭시익스프레스가 우리와 음악성은 완전히 다르지만 기본적인 바탕은 같으니까 그 음악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그 노래를 들으면 타바코쥬스가 어떤 놈들인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 같다.
타바코쥬스는 스스로를 운이 좋은 밴드라 칭한다. '천재' 기타리스트 권영욱이 불현듯 쏟아내는 명곡은 그들에겐 금맥이다. 리더 백승화가 운 좋게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제 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홍대 인디씬의 생생한 현 주소를 담은 이 영화에서 권기욱은 '우린 아마 안 될 거야'라는 냉소를 툭 내뱉었다. 그리고 곧 수많은 대한민국 네티즌들이 각종 패러디를 쏟아내며 이 자조적인 목소리에 공감했다. 그들이 바라는 또 하나의 행운은 뭘까? 바로 '오래도록 뮤지션의 꿈을 이어가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어떻게 제작하게 됐나?
백승화) 원래 하던 일을 다 그만두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있었다. 소속사 루비살롱레코드의 이규영 대표님이 인천에서 문화지원사업을 하고 있으니 한번 해보라고 하시더라. 지원사업의 가장 마지막 팀으로 지원을 받게 됐다. 처음에는 루비살롱 레코드가 올바른 문화공간으로 비쳐지길 바랐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재미가 없을 것 같더라. 결국 딱히 어떤 방향을 정하지 않고 시나리오도 없이 막 찍었다.
▲부천 영화제에도 초청받고, 그로 인해 예전보다 많은 주목을 받게 되지 않았나?
백승화) 운이 좋았다. 요새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도 각광받아서 영화 '워낭소리' '똥파리' 등도 인기를 얻었고. 인디 씬도 갑자기 잘됐다. 루비살롱 레이블이 촬영 초기보다 끝날 때 훨씬 성장했다. 극적이었지.
권영욱) 전체적으로 운이 좋다. 10년 넘게 인디 씬에서 노력해도 잘 안 되는 분들도 있는데 우린 운 좋게 주목을 받았다.
권기욱) '아마 안될 거야'라는 말만해도 툭 던진 건데 말이다. 요즘은 오히려 잘 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최근 인디 씬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권기욱) 인디 씬이 주목을 받게 된 데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크게 한 몫을 했다.
백승화) 사실 '장기하와 얼굴들' 말고도 다른 사람이 그런 역할을 했을 거다. 당시 인디 씬은 포화상태였고 누구 하나가 곧 주목 받을 조짐이 보였다. 그때 '장기하와 얼굴들'이 뜬 것 같다.
성호림) 2~3년 전만해도 인디 씬은 그다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자기가 좋아해서 음악을 할 뿐 상업적으로는 어느 정도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암흑의 세계였다.
백승화) 요새 들어 잘하는 밴드도 많아지고 팬들도 많아졌다.
성호림) 팬들도 예전에는 수줍어했는데 요즘엔 적극적이다. 공연장에서 즐겁게 놀고 직접 홍보도 해준다.
권기욱) 하지만 여전히 인디 밴드에 갖고 있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체감한 적이 있다. 최근 대학교 축제에 초청받았다. 40팀 가량되는 댄스팀들의 경연대회였다. 예정된 공연 시간은 9시였는데 10시가 넘어서 올라가게 됐다. 이미 축하무대와 시상식은 다 끝나고 사람들은 열 명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사회자 분이 10시가 넘으면 시끄럽다고 무대 볼륨까지 줄여버리더라.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내려왔더니 관계자가 '정말 죄송하다. 이렇게 잘하는지 몰랐다. 이번에 진 빚은 가을에 꼭 보답하겠다. 그때는 일반 가수와 똑같은 대우를 할테니 리허설 할 필요도 없고 공연시간에만 맞춰서 와라"고 말하더라.
권영욱) 프로가 아닐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거지.
▲그런 고정관념을 깨버릴 만큼 훌륭한 무대였나보다. 음악적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권기욱) 특별히 어떤 영감을 받아서 작업하진 않는다. 비틀즈(Beatles) 마냥 어젯밤 길몽을 꾸고 멜로디를 떠올리는 건 말도 안된다. 하하. 일상의 소소한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 뿐이다.
권영욱) 노래를 듣다가 괜찮은 리듬이 있으면 그걸 우리 나름대로 재해석 해서 새롭게 만든다. 동요든, 록이든 듣다가 괜찮은 것들이 있으면 거기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다.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 노래는 매우 쉽다. 연주나 보컬의 퀄리티가 수준 높은 것도 아니고.
▲하지만 듣기에 편하고 쉬운 음악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도 쉬운 것 아닌가?
권영욱) 어려운 음악을 만드는 고충이 심하겠지만 단순한 멜로디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단순한 멜로디가 세상에 얼마나 많겠는가?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건 무척 힘들다.
권기욱) (영욱이) 정말 천재인 것 같다. 멜로디를 잘 만든다.
권영욱) 우린 용기가 있는 밴드다.
▲용기있는 밴드?
권영욱) 작곡을 하면서 멜로디 라인을 기타로 치다 보면, 내가 느끼기에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것 같으면 별로라고 생각하고 다른 걸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멜로디는 그 순간 느낀 감정이 표출된 것이기에 솔직하게 곡으로 만들어낸다. 그렇게 나온 곡을 우선 공연에서 밀어 부치고, 공연하다가 정말 별로일 때 곡을 버린다. 그게 용기다.
권기욱) 버린 곡이 30~40개는 될 거다.
권영욱) 승화와 호림도 모르는 곡도 많다. 기욱 형과 둘이 술만 먹으면 작곡을 했다. 버리기 아까운 것도 많았다.
▲다작을 하는 스타일인가 보다.
권영욱) 작곡을 해야겠다고 기타를 메고 마음잡고 할 때보다 어쩌다 튀어나온 곡이 더 좋다. 갑자기 연주를 했는데 이제까지 상상했던 어떤 멜로디보다 좋은 게 나올 때가 있다. 꾸밈 없는 곡이 나온다. 행운이 터지는 거라고 할 수 있지.
▲그렇게 운 좋게 나온 노래가 얼마나 되나?
권영욱) 꽤 많다. 앨범의 절반 이상은 된다.
권기욱) 우린 정말 운이 좋다.
▲그렇다면 이제껏 삶을 살면서 가장 횡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권기욱) 밴드 크라잉넛이랑 공연했을 때. 중·고등학교 때 우상이었다. 직접 크라잉넛 분들이 연락을 해왔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울 뻔했다. 우리 앨범 뒤를 살펴보면 땡스투(Thanks to)란에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 실려있다. 그 분들은 모르겠지만(웃음).
권영욱) 온라인 게임에서 비싼 아이템을 싸게 건졌을 때.
멤버들) 그게 뭐야~
권영욱) 하하. 원래는 되게 비싼 건데 게임을 잘 모르는 애가 싸게 팔더라. 게임 상으로 150 정도 가격에 파는 걸 60에 샀다. 번쩍 번쩍거리는 훌륭한 아이템이다. 그걸 하나 사려면 네 다섯 달을 게임만 해야 한다. 두 대만 맞으면 바로 KO다. 크크.
백승화) 난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난 것. 여자친구가 미술학도다.
멤버들) (일제히 야유).
성호림) 2003년도에 멤버들을 만난 것. 그리고 또 하나는 귀 잘 들리고 말할 수 있게 태어난 것. 지금 밴드 생활을 하는 건 내 인생에 없었을 행운이다. 요새 공연하면서 멤버들한테 얘기한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기회는 내겐 있어선 안될 것 같다"고. 부정적으로 말하기는 하지만 좋게 말하면 자기 성찰을 하는 거다.
▲호림은 중간에 밴드를 탈퇴한 뒤 재영입한 걸로 알고 있다. 이렇게 말할 정도로 애착이 있었던 밴드 활동인데 중간에 그만뒀던 이유는 뭔가?
성호림) 2004년 말, 개인적 사정으로 중국에 유학을 가면서 밴드활동을 못하게 됐다. 형들과 연락은 계속 하고 있었고 3년 정도 지나서 다시 하고 싶다고 얘기를 꺼냈다. 다른 멤버들은 쭉 밴드생활을 했고, 나는 기타를 치다 중간에 그만둬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흔쾌히 받아줘서 감동받았다.
▲그 동안의 공백을 생각하면 멤버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한데.
권기욱) 다시 들어오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무조건 좋다고 했다. 사실 영욱이 싫어했다. 밴드를 그만 둔지 오래돼서 기타 실력도 좋지 않을 거고 우리 넷이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거다. 그리고 밴드라는 게 아무리 연주력이 좋아도 멤버들끼리 마음이 안 맞으면 안 된다.
권영욱) 그런데 합주 해보니까 가능성이 보이더라.
백승화) 처음에는 세션으로 같이 하다가 그 다음부터 멤버로 합류했다. 베이스 세션을 구할 때도 항상 술·담배를 할 줄 아는 사람을 구하는데 모르는 사람을 구하려니 힘들더라.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게 어렵고.
권기욱) 난 어렸을 때부터 유독 처음 사람을 만날 때 낯을 가렸다.
권영욱)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그 사람 하나 때문에 밴드가 변할까봐 웬만하면 아는 사람을 구하려고 한다.
▲새롭게 멤버가 정비됐으니 새로운 앨범도 내야지 않나?
권기욱) 내년 여름쯤에 내려고 생각만 하고 있다.
권영욱) 우리가 좀 느리다. 레이블에서도 앨범 내자고 하는데 조금 더 뒤에 내자고 질질 끌고 있다.
권기욱) 원래는 올 여름에도 작게 싱글 앨범을 내려고 했는데 말이다. 두 세곡 정도라도 담아서 냈으면 좋겠다.
▲곡 작업을 많이 하는 것과 앨범 작업은 별개인가? 앨범 내는 것이 많이 힘든가?
권영욱) 곡은 많다. 지금까지 50여 곡 정도 만들었다. 하지만 공연 때 하는 곡은 6~7정도다. 다른 곡들은 아예 공연을 안 한다. 마음에 드는 곡이 그만큼 없다는 거다.
권기욱) 우리는 마음에 드는데 녹음까지 해놓고도 정작 공연하기 어려운 곡들이 많다. 녹음할 땐 해 놓고 공연 하지 않는 건 아이러니 하다. 사실 우리는 라이브 공연에서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다. '우린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다'. 앨범도 너무 치장하지 않고 '날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특별히 공연해 보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권기욱) 록 페스티벌에 서고 싶다. '쌈지 록 페스티벌'에서 두 번 낙방했다. 처음에는 3차 예선까지 갔다가 떨어졌고, 두 번째는 음원에서 탈락했다. 나중에는 무림고수로 출전했으면 좋겠다.
갑자기 참을 수 없다는 듯 한 멤버가 벌떡 일어섰다. 다른 멤버들도 뒤를 따라 자리를 비웠다. 담배가 필요할 시간이었다.
▲각자 꿈이 있다면?
권영욱) 록 스타가 되는 것
백승화) 나도 비슷하다. 비행기를 가진 록 스타. 그리고 산울림의 김창완 아저씨와 같이 공연하고 싶다.
성호림) 타바코쥬스 안에서 얘기하자면 멤버들 모두 저 세상 가는 것까지 보고 싶다(웃음). 이승에서 보든 저승에서 보든 오래 함께 하고 싶다. 그리고 좋은 차 한대 사고 싶다.
권기욱) 난 밴드 내에서는 꿈을 다 이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1집 앨범 하나 내보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괜찮은 직장 잡아서 여자친구랑 오손도손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타바코쥬스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권영욱) 재미있는 가요.
성호림) 가슴을 울리는 뽕짝
백승화) 블랙코미디.
권기욱) 비지식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박한 음악. 가지지 못한 사람들도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 사실 불만이다. 외국에서 록 음악은 가지지 못한 자들이 즐기는 음악인데 우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멤버들)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
권기욱)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사실 패배의식에 젖어있어서 말이다(웃음).
▲사실 인디 밴드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이 많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이 힘들게 음악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는 것 등. 패배의식에 젖어 있을 거라는 등.
백승화) 인디 밴드를 하는 사람들이 직장을 갖고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럴 거다.
권기욱) 우린 직장이 있으면서 밴드를 하니까 더 좋다. 보람도 있고, 직장에서 느낀 스트레스를 공연장에서 푼다. 난 우리 밴드가 '가진 자'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권영욱)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면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모 방송사에서 인디밴드의 명과 암을 다루면서 우리 밴드가 출연했다. 최근 이슈가 된 밴드들한테는 빛이 비치고, 우린 울부짖고 있는 어두운 모습으로 나오더라(웃음).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을 잘렸는데 그것만 집중해서 다루더라. 그건 단지 일하다가 다친 것뿐이다.
백승화) 다큐멘터리의 원래 의미가 훼손되는 것 같아서 반감이 생겨버렸다.
권기욱) 찍을 때는 재미있는 부분도 많고 합주하는 모습도 촬영했다. 그런데 막노동 현장에 일 하러 나가는 장면만 나가더라. 우린 전혀 불쌍하지 않다. 오히려 더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런 부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밴드 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친구들을 가끔 만나면 직장을 물어볼 때 말하기 힘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나는 록 밴드 '타바코쥬스'라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보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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