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찬의 타임투락④] 브로큰 발렌타인 "록에 영접하다"

2009. 7. 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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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Mnet 라이브 록 프로그램 '타임투락(Time To Rock)'의 MC 안흥찬이 주목할만한 신예 록 밴드 다섯팀을 소개한다. Mnet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함께 진행하는 릴레이 인터뷰 기사의 세 번째 밴드는 '브로큰 발렌타인(Broken Valentine)'이다.

올 7월 첫 앨범을 발매하는 밴드 '브로큰발렌타인'을 단순한 신인밴드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밴드 멤버 변성환(베이스, 27), 안수(본명 김안수, 기타, 28), 반(김경민, 보컬, 28), 변G(본명 변지환, 기타, 25), 쿠파(본명 이성산, 드럼, 24)은 2002년도 첫 밴드를 결성하고 7년 가까이 활동을 이어온 베테랑 록 밴드다. 올해 2월 홍콩에서 열린 제 11회 아시안 비트 밴드 그랜드 파이널에서 최종예선을 거친 150개 팀 가운데 우승컵을 거머쥐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공연장에서 이들의 인기를 실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밴드 명을 몸에 문신할 만큼 열혈 팬도 확보했다. 다섯 명의 정예 멤버로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는 '브로큰 발렌타인'에겐 남은 일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록(Rock)을 외치는 것뿐이다.

▲'브로큰 발렌타인' 밴드가 꾸려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달라.

변성환) 나하고 안수 형하고 보컬 경민 형 셋은 고등학교 선후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2002년부터 밴드를 결성했다. 그때는 식스어거스트(6 August)라는 이름이었다. 기타리스트가 한 명 필요했는데 친동생 지환이 기타를 치고 있어서 합류했다. 드러머 자리는 교체가 잦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고려대를 입학했는데 음악을 하려고 뒤늦게 실용음악과를 다녔다. 지금 드럼을 치고 있는 성산은 실용음악과 선배다. 드러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성산이 들어오게 됐다. 그러다가 군입대 문제로 몇몇 멤버들이 활동을 중단하게 된 거다. 남은 멤버들끼리 밴드를 이끌어가고 있었고, 지금에서야 결국 다 모이게 됐다.

▲고려대학교에 입학할 정도면 성적도 우수했을 것 같다. 진로까지 바꿀 만큼 음악을 하고 싶었던 건가? 음악을 고집한 이유가 뭔가?

변성환) 음악을 왜 하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그 때마다 '못 그만둬서'라고 대답한다. 음악을 관뒀을 때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집안의 반대 때문에 고려대학교 토목환경 공학과에 입학했다. 그땐 효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변지환) '엄친아'다 엄친아. 우리 형이지만 참 재수없다. 하하.

변성환) 학교에 다니는 게 쉽지 않더라. 1년 다니고 군입대를 했다. 제대하면서 부모님께 다시 말씀 드렸다. 음악 하겠다고. 그래서 실용음악과를 가게 됐다. 다른 멤버들 역시 음악을 하기까지의 사연은 구구절절하다.

▲동생입장에서는 음악을 선택하는 것이 좀 더 쉬웠을 것 같다. 형이 이미 한차례 길을 닦아놨으니 말이다.

변지환) 굉장히 쉬웠다. 형이 음악 한다고 했을 때는 집안 반대가 엄청나게 컸고 트러블이 심했다. 그런 게 한 차례 싹 지나가고 나서 내가 음악하고 싶다고 하니까 쉽게 허락해주셨다. 그래서 난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 할 준비해서 바로 실용음악과로 들어갔다. 운이 좋은 케이스다.

▲부모님들께서 본인들의 음악을 듣고 반응은 어떠신가?

변지환) 되게 냉정하시다. 정확하게 보신다고 해야 될까? 항상 좋은 말만 하는 것도 아니고. 놀랄 만큼 세밀한 부분까지 짚어내신다.

변성환) 날카로운 모니터를 하고 계신다. 처음에는 음악 하는 것에 반대 하셨지만 이젠 공연도 보러 오신다.

변성환) 부모님이 공연 보실 때가 제일 긴장되고 떨린다.

▲다른 멤버들도 음악을 하기까지의 사연을 들려달라.

쿠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드럼을 독학으로 배웠다. 공부는 잘 못했는데 고 3 수능 보기 직전에 드럼으로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땐 음악이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집안 사정으로 잠시 휴학을 했던 시기에 음악을 안하고 있으니까 사는 것 같지가 않더라.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에 복학했다. 학교 게시판에서 지금 밴드의 드러머를 구한다는 글을 봤고 그 때부터 제대로 된 날개를 달기 시작한 거다.

안수) 난 원래 시끄러운 음악을 어릴 적부터 싫어했다.

멤버들) 말도 안돼~

안수) (웃음)원래는 조용조용한 것들을 좋아했다. 기숙사 학교를 다녔는데 기숙사 침대 아래층에 자는 애가 헤드폰을 끼고 시끄러운 음악을 듣는 거다. 그게 듣기 싫어서 볼륨을 줄이라고 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연히 그 녀석이 기타를 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게다가 아름다운 선율을 뽑아내기까지 하는 거다. 그래서 그랬지. '그 음악의 정체가 뭐냐'고. 결국 그 친구한테 CD 플레이어를 받아서 음악을 듣게 됐다. 그 땐 CD 플레이어 작동시키는 방법도 몰랐다. 8번 트랙을 들어 보라길래 언젠가 나오겠지 하고 듣고 있는데 갑자기 '뻥'하고 터진 거다. 그 앨범이 록 밴드 메탈리카(Metalica)였다. 그렇게 메탈리카를 '영접'하고 카타르시스가 뭔지 알게 됐다. 그 때부터 미친 듯이 기타를 팠다. 학교 밴드 오디션 보는 자리가 있어서 가게 됐고 거기서 경민과 성환을 만나게 됐다.

반) 그게 벌써 11년 전이다. 그땐 '나중에 다 커서 밴드나 같이 한 번 해볼까?' 그랬는데 말이다.

안수) 졸업하고 나는 내 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경민이가 어느 날 갑자기 오더니 성환이 얘기를 하면서 밴드를 만들어보자고 하더라.

반) 성환이가 중간에 전학을 갔었다.

변성환) 다니던 고등학교가 입시 교육 위주의 기숙학교였다. 형들은 졸업했는데 2학년 때 음악이 하고 싶어서 전학을 갔다.

안수) 성환이가 돌아오고 의기투합해서 밴드 활동을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다양한 음악들 가운데 록이란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쿠파) 나는 록음악을 별로 안 좋아했다. 이 중에서 제일 초보라고 할 수 있는데 원래는 흑인음악, 힙합을 좋아했다. 록을 좋아하게 된 게 신기하다. 본격적으로 좋아지게 된 건 이 팀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엔 멤버들이랑 얘기하다 튀어나오는 뮤지션이 누군지도 잘 몰랐는데 이젠 많이 안다. 초반에 찾아 들을 때는 '이건 좀 좋고, 이건 아직 나한테 안 맞아' 하면서 골라 들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점점 집에 록 장르의 곡이 많아지게 되더라.

변성환) 단독공연 때는 쿠파가 드럼 치면서 랩을 하기도 한다. 록도 힙합도 자유로운 음악이지만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 것 같다. 록은 사운드와 메시지를 단순하게 바로 그대로 전달하고, 그런 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록에 대해 생각하는 정의가 있다면?

변성환) 록을 단순히 디스토션이 걸려있는 기타소리와 강렬한 드럼, 질러대는 보컬로 정의할 수 없다. 록 밴드 중에는 기타 없이 건반으로만 하는 밴드도 있다. 킨(Kean)이란 밴드는 구성에 기타가 없지만 누가 들어도 그들의 음악을 록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헤비한 기타 리프, 질러대는 보컬로 이뤄진 음악이지만 록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음악도 있다.

▲그렇다면 본인들은 '록'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안수) 그렇다. '록이 뭐야? 왜 그걸 해?'라고 묻는 건 '내 이름이 왜 김안수인가?'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속으로 갖고 있는 음악적인 것은 강하고 깊다.

변성환) 내가 아는 분 중에 밴드를 하고 계시고 클래식 공부도 하신 분이 계시다. 그 분이 '베토벤은 록커' 라고 하시더라. 이렇게 말하면 공감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베토벤은 뼈 속까지 록커라는 거다.

반) 예를 들어 '인간의 정의를 내리시오'라고 물었다고 치자. 인간이란 모두 다른 존재다. 눈 가리고 코끼리 다리 만지듯 얘기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뭔가 찌릿찌릿한 느낌을 그냥 느끼는 거다. 누군가의 공연을 봐도 어떤 비트나, 감정이라는 게 느껴진다. 어떤 장르로 구분되는 건 그런 감정이 비슷해서 모이는 거다.

▲흔히 록 음악 하면 특유의 창법이 생각나잖은가. 보컬리스트로서 느끼는 록 음악의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반) 음악을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겠지만 크게 보면 듣는 음악과 연주음악으로 나뉠 수 있을 거다. 다른 음악도 들을 때는 정말 좋은 것들이 많은데 라이브 할 때 이것만큼 재미나는 게 없다. 끊을 수 없는 중독 같다.

▲새로 나올 앨범에 대해 소개해 달라.

변성환) 다섯 멤버로 구성된 후 발표되는 첫 번째 앨범이다. '브로큰 발렌타인'이라는 지금의 색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대표하는 앨범인 만큼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다. 지금 밴드의 모습을 가장 있는 그대로 잘 담기 열심히 녹음 하는 중이다. 라이브에서 보여지는 느낌을 가장 잘 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많이 기대해 달라.

▲앨범 발매 후에 활동도 활발해지는 건가?

변성환) 앨범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더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금까지가 내실을 기하는 데 썼던 기간이라면 이제는 결과물을 여러분에게 보여주고 다가갈 시간이다.

▲타이틀 곡은 정해졌나?

변성환) 올해 2월 28일에 홍콩에서 있었던 야마하 아시안 비트에서 '앤썰 미(Answer me)' 라는 곡으로 상을 탔다. 그 곡이 들어가는데 그게 현재로서는 제일 잘 알려져 있는 곡이고 라이브 때도 많이 부른다.

▲공연할 때 분위기는 어떤가?

쿠파) 죽어난다. 쓰러지고 난리 난다.

변성환) 최근 일년 반 기간 안에 우리를 매번 보러 오시는 팬, 찾아주시는 팬들이 정말 많아졌다. 예전에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우리 밴드 공연 보러 오는 사람이 생기는 날이 언제일까?'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아껴주고 매번 와주시고 뒤에서 응원 해주신다.

변G) '우리가 팬으로 좋아한다면 저 정도로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좋아해주신다.

안수) 문신한 팬도 있다. 우리 밴드 명을 문신으로 새겼는데 우리도 문신은 무서워서. 하하하.

변성환) 팬 카페가 있는데 팬들이 공연평을 남겨 주신다. 우리 모르게 다녀가셨다가도 잘 보고 갔다는 글을 남겨주시고.

변G) 음악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단순한 격려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공연을 하면 멤버들마다 다르긴 하지만 성에 안차고 아쉬울 때가 있다. 우리가 속상해할 때도 '정말 멋있다'고 말해주시면 죄송한 마음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변성환)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제 11회 야마하 아시안비트 밴드 그랜드 파이널에서 우승했을 때는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변성환) 아시안비트에 한국 대표로 나갔다. 각 국가 예선을 거친 팀들이 본선에서 경합했다.

쿠퍼) 160팀 중에 당당히 1등 했다.

안수) 본선에서는 오히려 담담했다.

반) 떨었던 건 아닌데 침이 마르더라.

쿠퍼) 공연하기 전에 울 뻔했다. 멤버들이 너무 멋있어서. 대기하고 있는데 다들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멋있었다.

변성환) 공연이란 걸 하다 보니 처음 몇 년 동안은 마음에서 긴장감이 들었는데 요새는 몸에서 먼저 긴장한 게 느껴진다. 입에 침이 안 나오고 괜히 속 쓰리고. 그게 극에 달했을 때가 홍콩 공연이다. 무대 올라갈 때 물병을 입에 물고 올라갈 정도였다. 막상 올라가니까 처음보는 밴드인데도 불구하고 반응이 좋더라. 기분이 좋아지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반) 다른 팀 시작하기 전까지는 재미있게 놀았다. 그런데 대기실마다 TV가 있는데 앞에 팀이 너무 잘하는 거다. 그 때부터 침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죽겠더라.

쿠파) 한국에선 결승 때 엄청 떨었다. 대회라는 타이틀이 있고 촬영까지 하니까 드럼을 쥐고 벌벌 떨었다. 홍콩에서는 한국 대표로 갔으니까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국에도 이런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반) 대회 자체에 한국이 첫 출연한 거였다. 쿠파 저 녀석은 뒷주머니에 태극기까지 넣고 갔다. '코리아'란 이름을 가지고 갔는데 왠지 아무 성과 없이 돌아가면 한국예선에서 1등을 하지 못한 다른 밴드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변성환) 가기 전에는 다른 국가의 팀들이 얼마나 음악을 잘 할 지 정보가 없는 상태였다. 갔는데 다들 정말 잘하니까 기분이 좋더라. 꼭 1등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저렇게 좋은 팀들과, 그 팀들을 보러 온 관객들 앞에서 우릴 보여줄 수 있다는 기회가 정말 좋았다. 신나게 제대로 한 번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더라.

▲무대 공연은 만족스러웠나?

쿠파) 아니, 망했다. 한국 예선도 그렇고 거기서도 나 때문에 일등 못할 줄 알았다.

변성환) 자기 실수 때문이라고 그런다.

변G) 나도 실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공연이 있다. 실수하면 움찔하고 엉키기 시작 하는 게 느껴지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실수해도 켈켈 거리면서 웃고 넘어가고 그런 실수조차 재미있는 공연 말이다. 홍콩 공연은 후자였다.

변성환) 공연 한 곡 하고 대기실 내려왔는데 땀이 범벅 돼서 헐떡거리는데 가슴이 꽉 차게 만족감 있었던 기억 중 하나다. 무대 위에서 정말 즐거웠다.

▲한번쯤 공연해보고 싶은 무대가 있나?

쿠파) 야마하 아시안 비트가 다음에는 일본에서 한다. 한국 결선에는 출연이 확정됐는데 일본에서도 공연하고 싶다.

안수) 야마하가 일본 회사다 보니까 게스트로 항상 일본팀이 나간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하니까 전년도 챔피언이 게스트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변성환) 밴드다 보니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욕심난다. 큰 록 페스티벌이나 해외공연도 많이 해보고 싶다.

▲꿈이 있다면?

변G) 앞으로, 계속 음악 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음악 관두시는 분들 중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대부분 금전적 문제다. 풍요롭게 호강하면서 살진 않아도 좋으니까 음악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고 죽기 전에 너무 만족해서 더 이상 바랄게 없는 공연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들었을 때 '정말 좋다. 이 이상은 없다'고 생각되는 곡을 쓰고 죽는 거.

반) 나도 똑같다. 업어가야겠다. 음악 오래하고, 곡 진짜 좋은 거 써보고. 그럼 됐지 뭐.

변성환) 죽을 때까지 지금 모습으로 음악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이 상태가 유지 됐으면 좋겠다. 내가 누군가의 음악을 듣고 눈물 흘렸던 것처럼 누군가가 내 음악을 듣고 눈물 흘리길 바란다. 그리고 또 대학 강단에 서고 싶다. 음악을 배우고 시작했을 때 어려웠던 점들, 음악 하면서 알려주고 싶었던 것들을 잘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 드는 생각 중에 새로운 목표는 밴드만 소속된 레이블의 대표가 되고 싶다. 내 레이블을 걸고, 정말 좋은 음악 하는 사람들을 많인 분들에게 알리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그 꿈을 이루려면 로또가 되야한다(웃음).

안수) 꿈이 너무 많다. 단계적으로 올해 정해놓은 꿈은 이번 앨범이 대박 나는 거다. 다섯 명이 모여 처음 끊는 스타트니까 이게 잘됐으면 좋겠다.

쿠파) 홍콩에서 1등하고 생긴 꿈인데 비현실적일 수 있다. 우리 밴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가 되는 거다. 여기 멤버들이랑 끝까지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 덧붙여서 멤버 다섯 명 모두 몸도 마음도 건강했으면 좋겠다. 밴드 중 누군가 건강하지 않은 상황이 되면 풍비박산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록밴드에 대중이 갖고 있는 선입견이 있다. 어둡고 음침하다거나, 성격이 괴팍할 것 같다거나.

변성환) 외모가 특이하고 머리가 길고 그러니까 과격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전혀 음지가 아니다. 나는 밴드 하는 사람치고 기본적으로 성격이 안 좋은 사람이 없다는 주의다. 밴드는 세 명이든 두 명이든 사람이 모여서 하는 활동이다. 융화되지 않으면 팀이라는 게 움직여 나갈 수 없다. 팀을 하는 사람들은 순수하고 솔직하다. 우리도 그렇고 다들 음지랑은 관계가 멀다.

안수) 우린 평범한 사람들이다. 몸이 좀 안 좋아서 의사에게 조깅하라고 권유 받은 환자가 수통을 들고 산에 가는 거랑 마찬가지다. 우린 기타를 들고 공연장에 갈 뿐이지. 아까 말한 '영접'처럼 뭐 한가지에 마음이 완전히 통하고 열리고, 자유로워지는 부분이 다들 각자 있을 거다. 우린 단순히 그게 음악인 거고 록 음악인 거지.

변성환) 올해 들어 프로모션이나 밴드 홍보,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분야의 분들을 만나는 기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이 록 밴드에 갖고 있는 선입견이 피부로 느껴질 때도 있다.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그들만의 프로페셔널리티는 있다고 생각한다.

안수)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우린 무대에서 조명을 받고 관심을 받는 위치다. 밴드들 나름대로 스스로 이미지 메이킹은 하게 마련이다. 브로큰 발렌타인은 강한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해서 옷을 검정색으로 입는다거나 머리를 기르니까. 일상에서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안경 쓰고 돌아다니는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평범한 직장인과 똑같다고 느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자신이 하는 일이 곧 본인이 세계에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인 직업 아닌가? 그 메시지를 대중에게 널리 알릴 무대가 주어지고, 창작의 영역인 만큼 '아티스트'라는 칭호를 받기도 하고 말이다.

안수) 사실 난 아직도 메탈리카는 화장실도 안 갈 것 같다(웃음).

변성환) 그런 부분에선 좋은 것 같다. 우리가 담아내고 싶어하는 내용, 이야기를 음악과 공연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 창작물을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음악은 대화라고 생각한다. 대화의 내용이 단지 그들만의 독특한 세계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감동을 준 것은 그 사람의 솔직한 얘기가 담긴 것들이었다. 그 이유는 솔직한 마음들이 각각 다른 사람에게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음악이지만 남들에게도 솔직하게 다가가는 것 말이다.

▲인터뷰를 통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안수) '타임투락'에 많은 관심 부탁한다. 나는 한 때 록음악을 영접하고 나서 그 음악에만 빠져 살았다. 아직도 그런 분들이 있고 그렇게 돼가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특정 장르의 우월성이란 게 생긴다. 자신이 듣는 거 외에는 안 좋은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그건 듣던 것만 듣기 때문이다. 예전의 '타임투락'은 가요계가 한 쪽으로 몰려가고 있어도 다른 쪽 음악을 들어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끔 해주는 방송이었다.

반) 록 음악 하는 사람들이 여러 사람에게 다가가고 공개할 기회가 생길 것 만해도 정말 좋다. 예전 타임투락은 팬의 입장에서 봤는데 다시 생긴 타임투락에는 뮤지션으로 나가게 됐다. 인디밴드라고 불려지는 밴드. 록음악 하는 사람들이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제한돼있다. 그런 부분이 바뀌기 위해서는 시스템도 바뀌어야 하고 밴드 스스로도 노력해야 한다. 아직도 인디음악, 밴드음악에 편견을 갖고 있는 분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변성환) 나는 '인디'라는 말을 싫어한다. 인디밴드는 인디펜던트 밴드(Independent Band, 자본에 독립된 밴드)의 줄임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이들이 갖고 있는 정형화된 이미지들 때문에 무대에서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밴드들만 선보이는 순환이 일어난다. 말로 그려지는 이미지보다 더 다양하고 멋진 음악을 하는 팀들이 많다. 외국 빌 보드 차트를 보면 모던 록 차트, 팝 차트가 따로 있고, 통합 10위권에는 그 것들이 골고루 포함된다. 우리나라 음악 시장이 그에 비해 뒤떨어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은 과도기적인 시기인 것 같다.

쿠파) 브로큰 발렌타인 많이 사랑해주세요. 더불어 멋지고 대단한 다른 밴드 음악들에도 관심 갖고 사랑해달라.

변G) 단지 홍대 클럽에 국한되기보다는 더 외적으로 우리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많은 관심도 필요하고.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좋은 음악 하는 뮤지션들이 많다. 맛집도 찾아서 먹는 사람이 좋은 맛집을 발견하듯이 음악도 마찬가지다. 정말 좋은 음악을 찾길 바라신다면 이쪽으로 관심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우리도 나름대로 찾지 않아도 여러분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 그러다 만나면 감격의 상봉이 되는 거다.

▲마지막 질문이다. 밴드명 '브로큰 발렌타인'은 어떤 의미인가?

변성환) 밴드 명이 자주 바뀌었다. 처음엔 식스 어거스트(6 August)였고, 남은 멤버들끼리 활동하면서 비 어거스트(B August)로 교체했다. 활동을 중단했던 멤버들이 다 모여서 다섯 명으로 꾸려지면서 그동안 변한 음악 색깔만큼이나 부르기도 편하고 기억에 남는 이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브로큰 발렌타인'이다. 발렌타인데이라고 하면 보통 화려해보이지 않은가? 하지만 발렌타인데이를 겪고 나면 사실 이름처럼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기대가 허물어진다. 그런 이미지를 생각하다보니 '브로큰(Broken: 부숴진, 깨진) 발렌타인'이라는 밴드 명이 나왔다.

▲그렇다면 굉장히 부정적인 단어 아닌가?

변성환) 그렇지 않다. 긍정적인 이미지다. 실제로 삶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눈에 비치는 화려함이 깨지는 거다. 어느 날 문득 갖고 있던 기대가 깨지는 게 우리의 삶이지만 그런 기대가 없으면 하루하루 삶을 영위하기 힘들다. 작은 기대감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괜시리 오늘 하루 기분이 좋아지고 무슨 일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또 막연한 희망을 품고. 그 기대대로 따라오진 않지만 그런 기대가 사람들을 한발 한발 이끌어준다.

※'브로큰 발렌타인'의 공연 및 앨범 정보는 공식클럽(http://cafe.daum.net/SixthAugust)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보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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