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약, 의대도 제한없는데..왜 문과 가라고?
[머니투데이 정현수기자]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이모(43)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전교 1~2등을 다투는 아들의 진로 문제 때문이었다. 아들의 관심 분야로 봤을 때 과학고등학교에 진학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아들의 눈이 마음에 걸렸다. 이씨의 아들은 색약이다.
색약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 사실인양 알려져 있는 경우도 많고, 그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색약자도 다수 있다. 이들은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못한 채 편법까지 써가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진학과 취업 과정에서 색약자들이 감수해야 할 편견이 가장 두드러진다. 색약자는 무조건 문과를 가야 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색약자는 의사나 과학자 등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문과로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일선 학교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 알려진 정보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진학 과정에서 색약자를 차별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의대나 한의대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연고대, 카이스트 등의 국내 유수 대학 관계자들은 모두 "색약에 대한 입학 제한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적색과 녹색에 대한 구분이 약한 적록색약인 정철민(30)씨는 "고등학교 때 문과, 이과를 나눌 때도 선생님이 무조건 문과를 가라고 해서 문과로 갔다"며 "하지만 색약도 이과쪽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난 후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색약자의 입학을 제한하는 대학도 아직까지 일부 존재한다. 경찰대와 공군사관학교, 항공대 항공운항과 등이 대상이다.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등은 색약자의 입학은 허용하나 색맹은 입학을 규제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입학 제한도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취업 과정에서는 색약자들이 겪게 되는 좌절감은 훨씬 크다. 일상 생활에서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색약이 취업 과정에서는 제한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색약자들의 입사를 제한하고 있는 직종은 항공정비, 카메라 기자 등 색깔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종들이다.
과거에는 경찰, 소방직 등에서도 색약자의 입사를 제한했지만, 지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색각 이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색각 이상자를 채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점차 완화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혹시 모를 불안감에 입사 과정에서 편법까지 동원하는 색약자들이 적지 않다. 10만원이 넘는 색약 검사표를 구입해 통째로 외워버리는 구직자들도 있고, 60만원 상당의 색약 보정 렌즈를 구입하는 구직자들도 있다.
경찰직에 지원한 김 모씨는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는 색약 검사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에 억울한 마음이 없지 않다"며 "색약자는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색을 인식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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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기자 gustn99@<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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