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잔치세대, 고려대 출신만 은퇴한 까닭?

한국농구의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세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타 선수들이 코트를 떠났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달리던 호랑이는 발을 멈췄고, 독수리는 여전히 날갯짓을 하며 프로 무대를 휘젓고 있다.
지난해 전희철(36, 서울 SK 2군 감독)부터 이어진 세대교체 바람은 양희승(35, 부산 KT)과 현주엽(34, 창원 LG)까지 농구대잔치 최고의 스타들을 코트에서 밀어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당시 최고의 스타는 연세대와 고려대에 집중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현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들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연세대 출신인 문경은(38, 서울 SK) 이상민(37, 서울 삼성) 서장훈(35, 인천 전자랜드) 우지원(34, 울산 모비스) 등은 FA에 살아남으며 아직까지 맹활약을 펼치고 있고, 여전히 최고 인기 선수로 꼽힌다.
반면, 고려대 출신은 전 감독을 비롯해 양희승, 현주엽이 이미 은퇴했고, 김병철(36, 대구 오리온스)과 신기성(34, 부산 KT) 정도만이 다음 시즌 현역으로 남게 됐다.
왜 유독 고려대 출신 선수들만 코트를 떠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포지션에서 찾을 수 있다.
1997년 프로 출범 이후 가장 취약해진 포지션은 국내 선수들로만 뛰던 농구대잔치와는 달리 장신 포워드에 대한 입지다. 용병제 도입으로 인해 국내 토종 포워드들은 설 곳을 잃었다. 한 마디로 용병제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국내 포워드들은 체격과 기량에서 월등했던 외국선수들과 경쟁이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골밑보다는 외곽으로 겉도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전 감독과 현주엽이 조기 은퇴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기도 하다.
반면, 연세대 출신들은 유독 슈팅 가드가 많았고, 서장훈은 독보적인 장신 센터였기 때문에 꾸준한 득점력을 유지하며 외국선수와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전 감독도 모교 출신 선수들의 은퇴를 포지션에서 찾았다. "포지션의 문제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용병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장훈이 같은 경우 장신 센터였기 때문에 예외가 될 수 있었지만, 다른 선수의 경우 슈터가 아닌 선수는 살아남기 힘들었다."
현주엽도 은퇴 기자회견 당시 "외국선수의 존재는 당연히 위축이 됐고, 플레이 스타일을 변화시켜야 했다. 가장 힘들었던 포지션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학 시절 운동 방식의 차이에서 나타난 부상 후유증에서 그 이유를 찾는 농구 관계자도 있었다. 이 농구 관계자는 "연세대의 경우 자유로운 훈련 방식이었지만, 고려대는 자유롭기보다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훈련이 이뤄져 부상 선수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양희승과 현주엽은 부상 때문에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다 결국 은퇴를 선택해야만 했다.
농구대잔치 세대들의 쓸쓸한 퇴장이 프로농구에 던져준 의미는 크다. 그들의 은퇴는 곧 그들을 바라보며 농구를 해온 차세대 스타들이 한국농구의 세대교체를 위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09-06-29 서민교 기자( 11coolguy@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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