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불명예..獨 엘베계곡 문화유산 삭제 왜?

2009. 6. 2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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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드레스덴 엘베(Dresden Elbe)계곡`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서 삭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엘베 계곡은 등재된지 5년 만에 그 자격이 박탈됐다.

엘베 계곡은 구 동독의 유서깊은 도시 드레스덴 중심부를 20km에 걸쳐 가로지르는 엘베강 일대를 일컫는다. 엘베강을 끼고 순수 녹지대와 계곡, 르네상스 시대 옛 도시유적이 잘 남아 있는 도심권이 두루 포함돼 지난 2004년 7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나 엘베강 양쪽에 떨어진 도시를 서로 연결시키는 약 800m 길이의 다리 건설이 계획되면서 엘베강 유역의 자연지대가 파손될 가능성이 크자 2006년 7월에 유네스코측은 자연경관 훼손과 엘베강 오염을 우려하며 엘베계곡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으로 분류했다.

이에 드레스덴 시의회는 다리 건설계획을 일단 보류했으나 지속되는 주정부(작센주)의 압력과 몇 번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결국 2007년 11월 공사가 시작됐다. 이에 유네스코 측은 2008년 7월 대책회의를 열고, 엘베계곡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위 박탈건을 이듬해(2009년) 논의하기로 한바 있다.

이에 최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제33차 회의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의 심사를 벌인 결과 엘베계곡을 표결 끝에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delete)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세계유산 목록 삭제의 불명예는 `자연유산`인 오만의 `아라비안 영양 보호구역`(2007년 결정) 이후 두 번째다.

또 `문화유산`으로는 첫 번째 삭제에 해당된다. 유네스코 유산은 인류 활동의 흔적을 대상으로 한 '문화유산'과 자연활동의 결과인 '자연유산',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겸비한 `복합유산`으로 구분된다.

`아라비안 영양 보호구역` 삭제는 당사국인 오만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반면에 WHC가 당사국(독일)의 변론에도 불구하고 세계유산 목록 삭제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번 결정은 관심을 모으는 것.

WHC는 엘베계곡 세계유산의 중심권인 드레스덴 중심권에 시 당국이 추진하는 대규모 교량 건설이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크게 훼손한다는 이유로 삭제를 확정했다.

이날 WHC 회의에서 위원국인 이집트는 "엘베계곡 문화유산 삭제 논의를 1년 뒤로 연기하자"는 수정안을 냈고, 이에 WHC가 당사국인 독일과 제안국인 이집트를 제외한 19개국을 대상으로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7표, 반대 14표로 부결 처리했다. 이어 엘베계곡을 문화유산 목록에서 삭제한다는 원안을 다시 위원국 전체 표결에 부쳐, 14표 찬성, 기권 2표, 반대 7표로 목록 삭제를 최종 결정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전택수 사무총장은 "교량 건설이 엘베계곡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반감시키는 것은 분명하지만, (교량 건설로 훼손되는 역사적 가치) 20% 때문에 (그렇지 않은) 80%의 역사적 진정성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논리로 목록 삭제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회의에 파견된 문화재청 국제교류과 채수희 서기관은 "21개 위원국 상당수가 이번 기회에 세계유산 보존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공감했으며, 이런 분위기가 표결에 반영된 것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회의의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정치, 경제적 혼란이 심한 제3세계가 아니라, 선진국인 독일의 세계문화유산이 목록에서 삭제된 것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을 준다"며 "문화유산 등재도 중요하지만 이후의 보존관리가 그 못지않게 중요함을 이번 사안은 말해준다"고 밝혔다.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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