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아트]고추가 페니스가 되기까지.. 우리는 왜 크기에 열광할까

2009. 6. 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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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엔 보잘것 없이 처리된 음경20세기 거장 탐 오브 핀란드성적환상 더해 거대한 이미지 부여초인적 남성에 대한 숭배감 야기

독일의 예술서적 전문 출판사 타셴은 페니스에 대한 결정판을 최근 출간했다. 책 제목은 '탐 오브 핀란드 XXL'(Tom of Finland XXL)로 비대한 음경만큼이나 부피가 크고 묵직하다. 균형 잡힌 남성 몸매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고 있는 이 책의 출간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왜 아름다운 수컷들은 그다지 매혹적일까?"

20세기가 될 때까지 남성적 아름다움의 예찬자들은 가슴, 둔부 및 팔의 근육을 강조하는 대신 페니스는 거의 거추장스러운 대상으로 치부해버렸다. 그리스와 로마시대 조각에 등장하는 아폴로의 페니스 형상들은 고대의 우스꽝스러운 미적 기준에 따라 보잘것없이 처리됐다. 기독교 회화작품들 속에서도 아담은 단지 포도 잎사귀 한 장으로 그걸 가리는 데 성공한다. 또 19세기에 공식주의 작품들 속에서는 그 비율이 너무 과장돼 우리 눈을 의심케 만든다. 너무 작게 그려진 것이다. 탐 오브 핀란드가 등장하고서야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작업이 펼쳐진다. 작품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엉덩이만한 크기의 거대한 페니스를 소유하고 있다.

두껍고, 완벽하며, 환상적인 동시에 더없이 아름다운 책을 통해 타셴 출판사는 이 거장이 그려낸 1000장의 원본 그림을 집대성하는 데 성공했다. 다작을 자랑하던 이 예술가가 60년에 걸쳐 남긴 작품들을 망라하고 있는 것이다. 책 속에 들어있는 탐 오브 핀란드의 데생, 회화, 크로키들은 미국과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컬렉션으로부터 나온 것들이다. 세계 최초로 화려한 에로티즘을 구현한 그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탐 오브 핀란드가 마침내 베일을 벗는 순간이기도 하다. 책의 출간을 기념해 또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대체 왜?

원래 '음경(pine)'이란 단어는 그다지 좋은 뜻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아이들이 구사하던 이 단어는 '고추'를 지칭했다. 라틴어 '피피나(pipinna)'에서 추출한 이 단어는 '어린아이'를 의미하는 라틴어, 산스크리트어, 그리스어인 'puer-pais-po'의 파생물이며, 'poupon(아기)', 'pubert?(사춘기)', 'p?pier(지저귀다)', 'petit(작은)', 'piti?(연민)' 등의 단어를 낳았다. 작은 것이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뜻이다. 동정심을 모르는 라틴어들은 음경과 작은 새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으로 끝나버렸다. 훨씬 짓궂은 스페인 사람들은 '싹'을 뜻하는 'piton'과 '뾰족하고도 작은 나무 조각'을 뜻하는 'pito' 사이의 유사성을 찾아냈다. 다시 말해, 딱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작은 부리, 잔가지, 때로는 유두(papilla)에 비교된 음경은 지독하게 초라한 모습으로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무자비한 단어 속에서 미래의 맛있는 음식을 예고하는 이미지가 이미 싹트고 있었다. 왜냐하면 음경이 파이프(pipe)라는 단어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짹짹거리며 울어대는 작은 새들처럼, 그리고 땅에 심겨지기만 하면 왕성히 자라나는 종자들처럼 음경은 성적으로 성장을 거듭할 씨앗을 자신 속에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어원학적으로 음경은 작으면서 자라나고 있는 그 무엇이나, 진액을 만들어내며 성장 중인 식물에 항상 비교돼 왔다. 마침내 탐 오브 핀란드가 고개를 숙인 페니스보다 발기한 남근을, 현실보다 성적 환상을 더 중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남성적인 에너지를 찬양하는 그의 작품들은 못 말릴 자신감으로 똘똘 무장한 남자들 모습을 그려낸다.'초인적 남성'에 대한 숭배라 불러도 좋다. 그러나 탐 오브 핀란드 재단 이사장인 더크 더너(Durk Durner)의 설명은 화가에 대한 다른 해석을 가능케 한다.

"그의 데생 속에서는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과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끊임없이 역할을 교대합니다. 성적 유희를 즐기면서 모든 위치를 누려보는 거지요.(…) 탐은 남자들끼리의 의연한 사랑에 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탐 오브 핀란드를 제외한다면, 2000년도 더 넘는 기간 동안 단순한 메시지를 통해 서구문화 속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탐 오브 핀란드가 구세주였을까? 게이들이 연약하고도 여성화된 동성연애자들로 인식되던 시절에, 그는 스테레오 타입을 깨부수기 위해 거대한 남근들을 그려냈다. 탐 오브 핀란드가 그려낸 턱수염을 기른 마초 이미지에 매료당한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그들 중 일부는 '비어(bear)' 운동을 통해 '거대한 페니스를 가질 권리'를 요구하고 있고,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게이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으며, 또 다른 사람들은 30㎝가 아니라 '단지' 13~15㎝의 남근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외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미 고착화된 이미지에 맞서 싸우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그 이미지가 거장의 손놀림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말이다.

디안 핸슨(Dian Hanson)의 저작 '탐 오브 핀란드 XXL'은 타셴 출판사에 의해 출간되었다. 총 666쪽에 달하며, 가격은 150유로이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이미지 = 디안 핸슨의 '탐 오브 핀란드 XX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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