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영화에는 폭력과 섹스가 워터마크?


■ 1mm를 찾아라!… 18세 넘어야 볼 수 있다?피와 노출이 수반… "의도되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자격이 필요하다. 만 18세가 넘어야 한다는 절대 조건이다.
박찬욱 감독이 만든 일련의 작품의 관람 등급은 '18금(禁)'이다. 한국 영화계에 박찬욱이라는 이름 석자를 아로 새긴 '복수 3부작'을 비롯해 개봉을 앞둔 영화 <박쥐>(제작 모호필름)도 미성년자는 볼 수 없다. 흥행면에서는 대단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박찬욱 감독의 최고 히트작 <공동경비구역 JSA>가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아 전국관객 580만명을 동원했다.
박찬욱 감독은 관객수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른 영화들이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기 위해 필름을 가위질하고 재심의를 요구할 때, <박쥐>의 제작사는 '18금' 판정을 "예상했다"고 받아들인다. 제작사는 "등급 조정을 위해 작품을 수정하지 않는다. 작품의 완성도가 먼저다"고 말한다.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보다 관객이 자신의 눈높이를 따라오길 바라는 박찬욱 감독의 성향 탓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는 폭력과 섹스가 빠지지 않는다. 피와 노출이 수반된다. <복수는 나의것>에서는 아킬레스건을 끊었고, <올드보이>에서는 생니를 뽑았으며,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인육을 먹었다. 주연 배우 배두나 강혜정에 이어 <박쥐>의 김옥빈 역시 개봉 전부터 노출신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폭력과 섹스는 오우삼 감독의 영화 속 등장하는 비둘기와 비슷한 존재다. 클라이맥스에서 어김없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비둘기처럼, 박찬욱 감독에게 폭력과 섹스는 일종의 워터마크와 같다.
'18금'이라는 꼬리표를 얻는 대신 박찬욱 감독은 표현의 자유라는 날개를 달았다. 박찬욱 감독이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라 불릴 수 있는 이유도 폭력과 섹스를 자기 식으로 변주해내는 쿠엔틴 타란티노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박찬욱 감독을 세상에 알린 <공동경비구역 JSA>의 존재에 의문이 생길 법하다. 그가 보여준 일련의 작품 세계에서 한발 비껴 있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을 아는 이들은 <공동경비구역 JSA>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기보다 흥행성과 작품성을 접목시킨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한 제작사 '명필름'의 작품으로 본다. 당시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색을 내기보다 제작사의 기획에 충실해야 하는 보통 감독이었다.
박찬욱 감독에게 <공동경비구역 JSA>은 대표작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과 투자자를 제공해 준 밑거름인 셈이다.
박찬욱 감독은 최근 할리우드 영화 <왓치맨>을 관람한 후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로 만들어줘 고맙다"는 이색 소감을 전했다.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히어로 영화임에도 흥행보다는 전쟁 살인 강간 등 충격적 소재를 다룬 원작을 충실하게 스크린에 옮긴 것에 대한 경배다.
박찬욱 감독측은 "박찬욱 감독은 일부러 '18금'를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그가 만들어놓은 작품이 '18금' 판정을 받을 뿐이다. 그리고 판정 결과를 부정하지 않는 게 그의 방식이다"고 말했다.
중요한 사실은 박찬욱 감독은 이미 흥행을 위해 판정 등급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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