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 IHI, 한국와서 직원 뽑은 까닭은
"유체역학에서 베르누이방정식의 한계란 무엇입니까?" "대학에서 공부 외 어떤 특별한 경험을 쌓았지요?"지난 25일 서울 마포의 한국산업인력공단 강당. 통역을 대동한 한 일본인이 우리나라 공대생들을 대상으로 전공 기초지식에서부터 생활습관, 문제를 대하는 태도, 자신만의 경험 등에 대해 꼬치꼬치 묻고 있었다.
일본의 중견기업 ㈜IHI의 인사부에 근무하는 오오테라(34ㆍ사진) 씨였다. IHI는 지난해부터 처음으로 한국인 직원을 뽑으러 서울로 오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 23일부터 사흘동안 145명 중 30명을 추려 심층면접을 통해 서울대, 포항공대, KAIST 등의 재학생 10명을 선발했다.

본사 직원으로 쓰기 위해서다. 일본 대기업들이 대개 한국지사에서 한국인을 채용하거나, 본사에서 현지 유학생을 선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더구나 IHI는 한국에 지사도 갖고 있지 않다.이 회사가 한국인 직원을 직접 뽑아가려는 것은 제품의 글로벌화에 이은 인재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첫 외국인재 선발 대상이 한국이 된 것이다.
오오테라 씨는 "한국인재를 선택한 것은 지리적ㆍ문화적으로 가깝고 한국 대학들의 수준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을 직접 뽑은 것은 한국이 처음이며, 차츰 중국 인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일본인과 판이한 한국인들의 열정적 태도와 적극적인 성향도 IHI를 한국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오오테라 씨는 "면접을 보면 (일본인처럼) 애매한 표현이나 소극적인 자세는 찾기 힘들고 열정과 박력이 넘친다"고 말했다.
IHI가 제안한 대졸자 월급은 20만5500엔(308만원). 시간외근무수당까지 포함하면 연봉은 대략 5700만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선발된 10명의 한국 대학생들은 일본의 전통적인 공채관례에 따라 올해 10월 내정식을 갖고, 내년 대학을 졸업하면 4월부터 본사에 입사해 근무를 하게 된다. 올해는 지난해 선발된 8명의 한국 대졸자가 다음달 정식으로 입사하게 된다.
1853년 설립된 IHI는 조선, 엔진, 기계, 플랜트, 에너지, 물류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 세계 13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본사 직원만 7100여명에 연간 매출액이 20조원대(작년 1조3505억엔)에 이른다.IHI에서 보듯 일본 기업들은 직원을 뽑을 때 전공에 대한 난이도 높은 지식이 아니라 전공기초에 대한 이해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가 튼튼하면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또 문제가 생겼을 때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도 중시한다고 오오테라 씨는 귀띔했다.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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