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와 김창숙부띠끄가 지하철로 간 까닭은?

#1. 27일 회사원 김미경(여ㆍ26) 씨는 지하철로 퇴근하던 중 한 운동화 가게 판매사원의 외침에 귀가 솔깃했다. 매장 안은 운동화 20여종이 진열됐고,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들로 북새통이었다. 혹시 '가짜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판매원에게 물어봤지만 판매원은 상품설명서를 보여주며 '100% 정품'이라고 했다. 김씨는 결국 한 켤레를 구입한 뒤 지하철역을 빠져 나갔다.
#2. 이남숙(여ㆍ54) 씨는 며칠 전 신길역 환승통로를 걷다가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고급 브랜드로 명성을 날렸던 '김창숙 부띠끄' 지하철 매장에서 105만8000원짜리 겨울 점퍼를 무려 90% 할인된 10만5800원에 판매하는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재빨리 점퍼를 구입하고 자리를 떠났다.
▶나이키, 리복, 김창숙 부띠끄…지하철에서 만나다=최근 경기 불황이 짙어지면서 백화점이나 정식 매장에서 판매하던 유명 브랜드들이 지하철 매장으로 향하고 있다. '나이키' '리복' '퓨마' '김창숙 부띠끄' '마리끌레르' '캠브리지' 등이 지하철에서 만날 수 있는 상품들이다. 스포츠용품과 패션의류가 대부분이다. 개중에는 더페이스샵처럼 화장품 브랜드도 있다.
지하철 매장에서 가장 인기 높은 브랜드는 '김창숙 부띠끄'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 11월 지하철 매장을 오픈한 뒤 현재 서울에만 환승역을 중심으로 3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방 대도시 점포까지 합치면 매장 숫자는 50여개에 달한다.
"할인폭이 70~90%로 높아 알뜰주부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는 게 김창숙 부띠끄 판매사원의 말이다. 점포 중개업자인 박모(45) 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환승역은 임대료가 칸당 700만~800만원으로 일반 상가보다 2~3배 비싸다"며 "하지만 의류를 중심으로 지하철 영업을 희망하는 브랜드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명 브랜드가 지하철 매장을 찾는 이유는=지하철 매장을 찾는 유명 브랜드가 늘고 있다. 할인폭도 60~80%에 달한다. 심지어 90% 할인가격에 거래되는 상품도 있다. 백화점 등에서 팔리지 않은 재고상품이 지하철 매장에서 헐값 처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병행 수입된 제품이나 불황을 겪는 기업이 자금난을 덜기 위해 직거래하는 케이스도 있다. 유명 브랜드가 지하철 매장을 찾는 숫자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유동인구가 하루평균 수십만명에 달해 지하철의 유통매장이 일반 상점에 비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내부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리모델링으로 매장이 깨끗해진 데다 매장관리도 간편하다는 점이 유명 브랜드가 지하철 매장을 선택하는 또 다른 이유다. 품질이나 서비스보다는 가격을 먼저 생각하는 알뜰쇼핑족의 달라진 소비문화가 이 같은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신길역 환승통로에서 스포츠 편집매장을 운영하는 서진근(가명ㆍ30) 씨는 "불황으로 재고가 쌓인 업체들이거나 부도를 맞은 의류업체들이 재고 처리를 위해 지하철로 몰려들고 있다"면서 "과거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C급 브랜드 업체가 점포 임대 문의를 했다면 요즘엔 유명한 브랜드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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