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日 다키타 감독 에로영화 이력 화제
고교 졸업후 상경, '핑크'로 단련해 '레드 카펫'일본 영화로는 처음 미국의 제81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굿바이'(일본 제목 '오쿠리비토')의 다키타 요지로(瀧田洋二郞ㆍ54) 감독이 초창기 '에로영화' 전문 감독이었던 것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해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상을 받은 '내일을 향해 쏴라'를 본 뒤 영화 감독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다키타 감독은 고향인 도야마(富山)현 다카오카(高岡)시의 상업고교를 졸업한 뒤 도쿄(東京)로 상경한다.
본격적인 영화 인생은 1974년 에로영화 전문 제작사 '시시(獅子)프로'에 입사해 조감독을 맡으면서부터다. 감독 데뷔작은 '치한여교사'(1981년). 이후 '치한전차' 연작 등을 포함 20여 편의 성인영화를 제작했고 이 중 다수가 화제작으로 인기를 모았다. 일반영화로 방향을 전환한 건 1986년 개봉한 '만화잡지 같은 건 필요 없어'부터다.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영화계에는 다키타 감독처럼 에로영화 출신의 실력파 감독이 적지 않다. 일본 아카데미상 역대 최다 수상기록(13개 부문)의 '셸 위 댄스'를 만든 스오 마사유키(周防正行) 감독 등 특히 50대 감독에 이 같은 경우가 많다.
영화평론가 시오타 도키토시(塩田時敏)씨는 "핑크 영화의 촬영현장이 일반 촬영소를 대신해 이들의 재능을 키웠다"고 말한다. 일본 영화계는 과거 전쟁터에서 시작해 메이저 영화제작사의 촬영소가 감독이나 스태프를 육성해왔다. 하지만 1960년대에 영화가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영화사는 정기 채용을 중지했고 제작 편수도 줄기 시작했다.
그 한편에서 규모는 적지만 이때부터 늘어난 것이 성인용 에로영화다. 소규모 프로덕션이 제작비가 별로 들지 않는 에로영화를 양산해 인기를 끌자 메이저 영화사이던 '닛카쓰(日活)'도 1971년부터 '낭만포르노' 제작을 시작할 정도였다. 영화 지망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촬영현장도 당시는 에로영화계밖에 없었다.
하지만 촬영현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편당 제작비 300만엔에 촬영기간 1주일. 일손이 부족해서 조감독은 이름뿐이고 온갖 잡동사니 일을 도맡는 것은 물론 때로 출연까지 해야 하는 '땜방'에 불과했다.
여기서 단련된 감독들이 지금 '물 오른'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다키타 감독 역시 당시는 "일손도 예산도 시간도 없었지만 어쨌든 영화를 완성하지 않으면 안 됐다. 혹사 당하면서 편수를 채우는 동안 자신 속에 영화의 '뼈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독립계 프로덕션이 제작한 성인용 영화는 베드신만 넣으면 다른 장면은 무얼 넣어도 좋다는 자유가 있었던 점도 영화 지망생들에게는 기회였다.
시오타씨는 "작품에 대한 책임감과 고집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작사도 안심하고 이들에게 대작을 맡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며 "현재 맹활약하는 감독들은 에로영화계에서도 다채로운 재능을 뽐낸 이들"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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