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딛고 법조인 꿈 첫발 디뎌"

2009. 2. 2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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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사회과학부 입학 김영관군의 '인간승리'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10년을 누워 생활했다. 교실에서나 집에서나 나들이 때도. 땅에 발을 디딘 적이 없다. 오로지 책을 읽으면서 살아 있음을 느꼈다.

어머니는 이런 아들의 손과 발이었다. 아들 곁에서 항상 책을 받쳐 들었다. 아들의 눈동자를 놓치지 않고 한 쪽을 읽으면 다음 쪽, 그 다음 쪽으로….

그런 눈물겨운 노력 끝에 다들 가기 힘들다는 카이스트, 연세대, 서강대 사회과학부 3곳에 합격했다.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김영관(19·사진)군이다.

김군은 이들 학교 가운데 장애학생 편의시설이 조금 더 낫다고 여긴 서강대에 등록했다.

지난 19일 오전 서강대 체육관 앞. 2009학년도 입학식에서 만난 김군은 휠체어에 반쯤 누워 있었지만 해맑은 표정으로 웃었다. 곧 비가 쏟아질 것처럼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 아래 그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대학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설렙니다. 남들처럼 봉사활동을 하는 동아리에서 행동으로 보여줄 순 없지만 지적인 것으로 도울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김군이 척수성근위축증 진단을 받은 것은 첫돌이 갓 지난 1992년. 걸음마를 떼고 세상을 향한 몸짓을 시작할 즈음 근위축증이 진행되면서 그의 몸은 조금씩 굳어 갔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1999년부터는 아예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누워서 생활하는 날이 많아졌다.

김군은 "축구를 하거나 운동하는 또래 친구를 보면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책을 보며 공부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그가 중증장애에도 좌절하지 않고 학업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곁을 지킨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장애 아들이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세상에 당당히 발걸음을 뗄 수 있도록 만사를 제쳐놓고 헌신했다.

"남들처럼 책을 넘기며 공부할 수 없기에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어머니가 옆에서 책을 들고 보여주면 눈으로 읽으며 공부했어요. 어머니가 없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예요."

특히 어머니는 지난해 김군이 수능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교과서와 참고서를 한장 한장 스캔해서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며 공부를 도왔다.

그런 어머니 덕에 김군은 삼육재활학교를 졸업한 뒤 1년 만에 이들 3곳에 합격했다.

카이스트는 장애인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에 응시해 당당하게 합격했다.

김군은 앞으로 펼쳐질 대학생활이 기대 반 두려움 반이라고 했다. 여느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며 생활하는 건 처음이다. 김군은 "장애를 가진 친구라고 해서 무조건 도움을 줘야 한다는 동정심보다는 동등한 학생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장애인 편의시설도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김군은 "이번에 서강대에 입학하는 장애학생이 10명쯤 되는데, 나 같은 중증 장애학생은 한 명도 없어 학교에서도 다소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그나마 다른 대학보다 사정이 좀 나을 뿐이지 막상 학교생활을 하려면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걱정했다.

중학교 때부터 소망한 법조인의 꿈을 향한 첫 단추를 끼운 김군은 "가진 것 없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자주 피해를 입는 것을 봐 와 그들의 편에 서고 싶다"면서 국제사법재판관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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