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들을 'Top of Soldier' 라 부른다
'공군 탑건' 박문범 대위ㆍ '특전사 탑팀' 장진기 대위 팀
'탑(Top)'. 최고다. 자신의 맡은 바를 묵묵히 수행해가는 우리 세계의 장인들. 하루 하루 맡은 바 일을 충실히 수행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존재가 된다. 군에도 물론 이런 '장인' 같은 솜씨로 자신의 임무에서 '탑'의 명예를 얻는 사람들이 있다. 최강의 육군, 특전사 중 특전사로 인정받은 '탑팀(Top Team)' 그리고 조종사 중 최고의 공대공?공대지 사격 기량을 가진 공격수 '탑건(Top Gun)'이 그들이다. 탑건과 탑팀, 그들의 성공비결 속으로 함께 들어가보자.
4200m 상공서 떨군 폭탄 고작 4m 오차…
"시간 날때마다 비행기록 반복 체크가 탑건의 비결"

생각밖으로 너무 어렸다. 이제 갓 서른이다. 박문범 대위(공사 50기)다. 그는 2008년 최고의 공군 '공격수' 자리인 '탑건(Top Gun)'에 선정됐다. 2002년 장교로 임관한 이래 군생활은 이제 7년차의 어린 장교. 주기종인 KF-16 전투기 조종시간도 500시간에 불과하다. 그가 어떻게 조종시간 1000~2000시간을 넘는 선배를 이기고 탑건이 될 수 있었을까.
▶공부와 마찬가지, 사격의 비법은 '복습'="사격의 비법은 복습입니다." 기자를 만단 박 대위는 첫 마디로 이렇게 단언했다. 사격을 복습한다고? 날아가버린 총알, 폭탄을 주워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복습을 한다는 말인가.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기자에게 박 대위의 설명이 이어졌다.
"조종사는 비행시간 자체가 정해져 있죠. 실탄 및 훈련탄 소요도 제한돼 있어요. 때문에 개인적인 연습을 하겠다고 비행을 한 번 더 하거나 사격을 해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F-16에 달려 있는 비행녹화장치(ADVR)를 이용해 복습했습니다."
박 대위는 매번 사격훈련을 위해 공중에 올라갈 때마다 비행기에 달려 있는 비행녹화장치를 켰다. 그리고 사격훈련이 끝나면 녹화장치를 회수, 틈이 날 때마다 반복해서 보면서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어느 부분이 자신의 약점인지를 식별했다. 잠을 줄여가면서 수십번씩 되돌려 본 것이다.
특히 고마웠던 것은 F-16의 ADVR의 경우 타격점이 상세히 나온다는 점. 언제 폭탄을 투하하면 폭탄이 어디쯤 떨어진다는 것을 계속 확인해가면서 박 대위는 실수를 줄여 나갔다. 화면상에 보이는 목표지점과 실제 연습용 폭탄(BDU-33)이 떨어지는 위치를 자로 재 축척에 맞게 계산해가면서 타이밍을 연습한 것이 박 대위의 '복습' 요령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고도 1만4000피트(약 4267m) 상공에서 박 대위가 떨어뜨린 폭탄은 표적의 중심에서 딱 15피트(약 4.5m) 정도 벗어난 자리에 떨어졌을 정도로 정밀도를 자랑했다. 박 대위에게 공군 사상 최연소 탑건의 영예를 안겨준 순간이었다.
▶스승과 제자 그리고 라이벌=박 대위가 최연소 탑건이 될 수 있었던 데는 편대장인 조남현 대위(공사 48기)의 공이 컸다. 조 대위는 박 대위와 함께 팀을 이루면서 작은 부분까지 일일이 지적하고 고쳐줬다. 멘토이자 스승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보라매 공중사격대회에서 박 대위는 스승이자 라이벌이 된 조 대위를 꺾고 탑건 자리에 올랐다. 박 대위는 "조 대위가 나를 가르쳤는데 제자뻘인 내가 오히려 탑건으로 선정돼 약간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대위는 오히려 느긋했다. 조 대위는 "사격의 경우 1만4000피트 상공에서 한순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마지막 0.01초에 누가 더 집중하는가가 승패를 좌우한다"며 "실전에서 박 대위의 집중력이 그만큼 빛을 발한 경우"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라이벌의 대결은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다. 비록 박 대위는 규정에 따라 이제 보라매 공중사격대회에는 나가지 못하게 됐지만 둘은 사격뿐 아니라 조종술, 비행경력, 작전참가, 사격 능력, 비행안전 기여도, 체력 등을 포괄 시험하는 '최우수 조종사' 선발에서 또 한 번 경쟁해야 할 상대이기 때문이다. 조 대위는 "공군 최고의 공격수인 탑건 자리는 후배에게 양보했지만 최고의 조종사를 지칭하는 최우수 조종사만큼은 양보 못한다"며 결의를 다졌다. 박 대위 역시 "아직 비행시간이 짧아 최우수 조종사에는 도전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내가 최우수 조종사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조종사의 19홀, '땀 젖은 헬멧 벗고 생맥주 한 잔할 때가 가장 행복'=박 대위가 힘든 조종사의 길을 택한 이유가 뭘까. 박 대위에게 조종사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을 물었다. 박 대위는 "임무 하나를 마치고 내려와 헬멧을 벗으면 땀이 흥건해져 있다"며 "임무 완료 후 디브리핑(비행 중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는 복습 브리핑)을 마치고 동료와 기지 식당에 가 맥주 한 잔 할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아직은 젊은 독수리다운 말이었다.
5㎞ 20분내 주파ㆍ윗몸일으키기 2분내 100개
'강철 外功' …최고의 팀워크ㆍ인내력 '內功' 까지 완벽



한창 혹한기 훈련 중인 '흑표부대'. 흑표부대는 지난해 특전사 '탑팀'을 배출한 부대다. 지난 6일 흑표부대를 찾았다. 부대원 대부분은 혹한기 훈련을 위해 영외에 있었다. 그러나 탑팀을 배출한 '사자대대'는 부대에서 다음날 있을 공수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결요? 동료의 도움이죠=탑팀을 이끄는 장진기 대위(3사 39기)는 지난해 처음 특전사 중대장이 됐다. 그동안 전방부대의 소대장을 맡다가 중대장 교육을 받은 후 자원해 특전사 중대장으로 부임해 온 것. 특전사에 대한 이해도나 훈련량 등이 모두 다른 중대장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선임 중대장인 이 대위님이 가장 많이 도와주셨어요. 이 대위님은 전공을 살려서 체력강화를 위한 서킷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었어요."
이 대위가 만든 서킷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짧은 시간 안에 체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 운동을 한 뒤 휴식을 취하는 일반 체육 프로그램과는 달리 팔굽혀펴기, 턱걸이, 윗몸일으키기 등을 돌아가면서 해 운동을 계속 하는 와중에 부위별로 근육을 돌아가며 쉬게 해주는 방법이다.
우선 팔굽혀펴기를 1회 한 후 턱걸이, 윗몸일으키기를 1회씩 한다. 그리고 난 후 팔굽혀펴기, 턱걸이, 윗몸일으키기를 2회씩 돌아가면 하고 다시 3회씩, 4회씩으로 그 횟수를 점차 늘려간다. 자신의 한계점에 다다르면 일단 거기서 멈추고 다시 횟수를 줄여가며 각 1회씩 할 때까지 정리운동을 하는 '피라미드식 체력단련법'이다. 여기에 탑팀에 도전한 3중대는 윗몸일으키기나 턱걸이를 할 때는 몸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훈련했으며, 외줄오르기를 할 때는 타이어를 허리에 줄로 묶고 올랐다.
처음 타이어를 매달고 외줄오르기를 하려니 눈에서 눈물이 났다는 장 대위. 하지만 탑팀이 되려면 윗몸일으키기를 2분 안에 100회, 턱걸이는 25회, 팔굽혀펴기는 90회, 5㎞ 달리기는 20분 이내, 외줄오르기는 11m까지, 거기에다 평행봉은 33개를 해야 한다. 일반적인 군인의 체력 특급 기준보다도 훨씬 높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잠들 때마다 근육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컨디션 조절한다고 운동을 적게 하면 그날 하루가 찌뿌드드한 느낌입니다."
장 대위는 자신의 운동 효과를 이렇게 자랑했다. 현재 이들의 운동방법은 흑표부대 전체에 소개돼 모든 부대원은 매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서킷 프로그램을 통한 훈련을 하고 있다.
▶'사격 고문관' 장 대위 백발백중 명사수가 된 사연="더 큰 문제는 사격이었어요. 주간 사격은 그래도 잘 맞히는데, 야간 35m 사격은 처음 10발 중 한 발도 못 맞혔죠."
부대원의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한 장 대위는 밤이면 PRI사격 훈련장을 찾았다. 몸을 격렬히 움직이다가 순간적으로 총을 들어 과녁을 조준하는 훈련을 반복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결국 안과까지 찾아갔다. 혹시 눈에 이상이 있을까 싶어서다. 밤잠을 줄여가며 훈련장을 찾는 장 대위를 본 선임부사관이 사격장을 찾은 것은 그 무렵이다.
"선임부사관이 사격장에 찾아와 사격을 봐줬어요. 야간에 표적을 잘 보도록 도와주기 위해 레이저 조사기로 표적에 빨간 점을 찍어준다거나 총구 가늠좌를 바늘구멍처럼 좁게 만들면 오히려 야간 표적이 잘보인다는 것도 선임부사관이 가르쳐준 노하우죠."
선임부사관과 함께 노력한 덕일까. 장 대위는 이후 2주가 지나가 백발백중의 명사수로 거듭나게 됐다. 결국 사령부 경연대회에서 장 대위는 야간사격 10발 중 10발을 모두 맞힐 수 있었다. "해야 한다는 의지와 함께 부사관들이 중대장을 믿고 적극적으로 가르쳐준 덕분입니다."
규정상 장 대위가 이끄는 팀은 올해 탑팀 경연대회에 나갈 수 없다. 한 번 만들어둔 체력과 전투력은 대부분 2년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다른 팀과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것이다. 장 대위는 자신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체력이나 사격술, 이런 것이 무협지에서 말하는 '외공'이라면 팀원의 단결, 의지력 등이 '내공'에 해당될 것"이라며 "내공과 외공을 겸비하는 최고의 팀만이 탑팀의 명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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