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자살 사고파는 사회.. 블랙유머 강펀치

2009. 2. 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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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사이트 회장과 방문자 통해 삭막한 사회 풍자기발한 설정… 끝없이 터지는 아이러니한 웃음향연

정다빈 최진실 등 연예인의 잇따른 자살. 극심한 경기 불황으로 인한 가족의 자살. 인터넷과 매스 미디어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자살은 이제 흔한 뉴스거리로 전락해 사람들의 흥미거리가 된 지 오래다. 또 국내외에서 익명의 사람들에게 자살을 권하는 사이트까지 속속 등장해 자살 방조자들이 활개를 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대학로 세익스피어 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자살사이트 운영자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살에 둔감해진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풍자하고 관객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특히 자살을 상품화함으로써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죽음마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현실을 꼬집는다.

무대 위에는 세 명의 인물만이 등장한다. 신선하고 다양한 자살 상품을 팔며 죽음을 조장하고 방관하는 자살사이트의 회장 안락사, 자살을 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안락사를 찾아오는 마돈나와 바보 레옹 등이다.

하지만 자살을 다룬다고 해서 진지하기만 한 연극은 아니다. "관객들이 조금 더 쉽게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에 다가갈 수 있도록 진지함을 탈피했다"는 연출자의 의도처럼 연극은 쉴 새 없이 웃기려 노력한다. 특히 공연장을 방문한 관객들을 자살에 사용되는 상품으로 설정해 아이러니한 웃음을 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안락사를 연기하는 배우는 사람을 안아서 숨을 못 쉬게 해서 죽는다는 '허그(hug)'라는 상품을 설명하며, 관객들을 꼭 안는다. 이 외에도 스카이 다이렉트, 줄 없는 번지점프, 누워서 떡먹기, 샴푸 먹기 등 가지각색의 자살 방법이 등장한다.

안락사 역을 신담수와 장석진, 마돈나 역을 하남균와 강보라, 바보레옹 역을 김지훈과 김한종이 번갈아 연기한다. 연극은 부활팀과 영혼팀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배우들이 참여하는 두 가지 버전으로 진행되는데, 부활팀에서는 마돈나를 맡은 남자배우 하남균이 여장을 한 채 나와 눈길을 끈다.

이 연극을 보며 관객들은 웃는다. 하지만 반전을 거쳐 결론은 권선징악이다. 결국 자살은 가볍게도 옳다고도 볼 수는 없으니까. 관객들은 이 연극을 본 후 자살이 만연한 사회에 대해 쓴 웃음을 짓지 않을까.

스포츠월드 탁진현 기자 tak0427@sportsworldi.com, 사진제공=극단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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