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하, "망가지고 싶을 때 '작전'이 내게 왔다"


[클로즈업] ■ 11년만에 스크린 '작전' 도전박용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세가지웃음기가 매달려 있는 듯한 선한 눈매, 여자보다 야무져 보이는 자그마한 입술.배우 박용하에게 어딘가 '가진 자의 여유'가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 생긴 외모에,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공개적인 입ㆍ출국이 금지될 정도로 팬들이 몰리는 한류스타로 성장한 탓이다. 좀처럼 화를 낼 것 같지도 않다. 그에게 절실한 것이 없어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박용하는 이 같은 대중의 생각이 선입견일 뿐이라는 것을 몸으로 말했다. 1998년 <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 이후 11년 만에 영화 < 작전 > (감독 이호재ㆍ제작 영화사 비단길ㆍ12일 개봉)에서 주연을 맡았다. 좋게 말해 개미투자자, 나쁘게 말해 백수로 살아가는 현수를 맡았다. '스스로 어렵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영화에 나선 것은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주어지지 않았던' 어리바리하고 망가진 캐릭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캐스팅 당시는 물론이고, 촬영하는 내내 그는 신인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덕분에 그는 < 작전 > 의 현수를 능청스럽게 해 냈다.
시사회 직후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박용하는 정작 "우리 영화에 제가 해가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2005년 8월 세계적인 스타만이 설 수 있다는 일본 도쿄의 부도칸에서 1만여 좌석을 빼곡히 채웠던 '욘하짱'은 온데간데 없었다. 박용하는 "저는 스무살부터 서른두살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어쩌면 박용하가 일본 활동을 하느라 한국을 비운 사이 오해가 깊어진 것이 아닐까.
# 오해 하나=박용하는 한류스타일 뿐이다? 연기파 배우이고파
박용하는 지난해 SBS < 온에어 > 의 이경민 PD 역을 맡기 전, 7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2002년 < 겨울연가 > < 러빙유 > 이후 일본 활동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박용하가 한국 활동에 관심이 없다는 오해가 저절로 생겨 버린 셈이다.
박용하는 이번 영화 < 작전 > 에 캐스팅되기 전 이미 시나리오를 읽었다. 자존심을 내세우며 기다리기 보다는, "요즘 괜찮은 시나리오가 뭘까" 주변에 자문을 구했다. 막상 시나리오가 자신에게 들어오자 박용하는 주저하지 않고 'OK'를 외쳤다. 이미지 관리와 개런티 협상을 위해 밀고 당기는 일부 톱스타와 확연히 달랐다.
"좋은 데 뭘 망설여요,하하. 개런티를 까다롭게 할 생각도 없었고요.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하자고 했어요. 기회가 온 것이니까요."
박용하는 영화 촬영을 하는 동안 박희순 김민정 김무열 4명 배우의 조화를 고려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잡아 갔다. 4명을 묶어주는 '땅'과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주식 투자 실패 후 5년의 시간, 개미투자자로서의 시간, '작전'에 투입된 뒤의 현수의 변화를 보여줘야 했다. 컴퓨터 앞이나 증권사에서 주식을 하는 단조로운 장면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군것질을 하는 설정을 넣었다. 면접 장면에서는 '2:8 가르마'를 자처했고, 대부분 일명 '바가지 머리'라고도 불리는 '레고머리'를 택했다.
"인물의 성격이 잔잔한 편이라 답답하고 힘들기도 했어요. 박용하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코믹한 유쾌함은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영화야 물론 잘 나왔죠. 하지만 박용하의 연기는? '연기 참 잘 했다' 소리를 꼭 듣고 싶은데 촬영현장에서의 느낌과 스크린의 느낌이 달라 보여서 스스로 만족을 못하겠어요. 제가 하도 답답해 하니까 (박)희순 형이, 인터넷도 잘 안 하는 양반인데, 제 연기에 대한 극찬의 리플을 찾아서 문자로 보내주시더라고요."
# 오해 둘=박용하는 바보처럼 착하다? 사실 성격이 센 편
박용하는 현수처럼 분한 일이 생기면 잠을 못 잔다. 불면증이 생긴 이유 중 하나다. 선잠을 자며 머리 속으로 정리할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
박용하는 철없던 시절에는 자신의 기분대로 행동한 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 절제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겨난 덕분일까. 박용하는 "예전에는 매니저가 아침에 제 눈을 보고 기분을 살핀 적도 있어요. 요즘은 '매니저도 나처럼 감정의 고저가 왜 없겠나' 생각하니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 촬영 중에는 어땠을까. 박용하는 < 온에어 > 에서 PD를 맡으며 스태프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됐다. 영화 촬영에서 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사실 배우들이 아는 게 별로 없어요. 드라마나 영화를 시작하기까지 수많은 스태프가 움직이잖아요. 배우는 현장에서만 보니까 자세한 사정을 모르기 십상이거든요."
박용하는 사진을 취미로 삼으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다. 배우이지만 카메라 앞에서 서는 게 어색했다. 직접 사진을 찍어 보며 취미를 붙이게 됐다. < 작전 > 의 스태프들 사진을 모두 찍어서 커다란 카드로 만들어 일일이 선물했다.
"사진을 찍다 보니 인물이 보이고, 머리 스타일이 눈에 들어오고, 패션에 대한 감각이 생기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카메라 앞에서 자유로워졌어요. 제가 춤을 못 추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음악 없이도 춤추게 되었죠."
나이 마흔에는 배우와 가수 외에도 포토그래퍼 명함을 추가하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 오해 셋=박용하는 럭셔리하다? 쇼핑은 도매시장에서
박용하는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옷을 주로 입고 촬영했다. 주인공이니까 멋있게 입으라는 제작진의 권유를 사양하고, 자신이 평소 입는 옷을 택했다.
"영화 후반부에 흙 묻은 모자 티셔츠가 기억나시나요? 그거 동대문 도매 시장에서 1만5,000원 주고 산 거에요."
박용하는 지금도 홀로 스쿠터를 타고 동대문 도매 시장에서 쇼핑을 하곤 한다. 재미로 500원 정도 깎는다. 단골 가게도 있을 정도다.
"외투나 정장은 브랜드 제품을 사곤 하죠. 하지만 바지나 티셔츠 등은 동대문에서 사요. 예쁜 디자인이면 색깔별로 사서 친한 사람들에게 선물하죠. 친한 가게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바지를 알아서 보여주기도 하죠. 스쿠터 양쪽에 비닐 봉투를 매달고 집으로 돌아오면 얼마나 뿌듯한데요. 저는 스무살부터 서른두살까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어요. 어려서부터의 생활 그대로에요."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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