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중독된다 "포뇨 소스케오 스키"

2008. 12. 15. 14: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전체 관람가 영화가 폭발하면 문화까지 파고들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능력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본문화를 전파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콘텐츠 이상의 놀라운 최면술이 '벼랑 위의 포뇨'에서 발견된다.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포뇨'가 바닷 속에서 헤엄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가오나시와 비슷한 꼴이지만, 동그란 눈에 사탕 문 볼살은 초췌 다크서클 유령과는 차별화 된다. 이구동성 귀여워 할 소녀 '포뇨'는 애니메이션 자체보다 캐릭터에 빠지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배를 누르면 "아이 러브 유"를 외치는 곰인형과 비슷한 톤으로 "포뇨 소스케오 스키!"(포뇨는 소스케가 좋아!)를 설파한다. 한국어 더빙으로는 대체 불가능할 것 같은 귀여운 음색이 일본어로 표현된다. 알게 모르게 진행되는 문화 침투현상이 가시적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일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애니메이션을 꼽는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포뇨 소스케오 다이스키"가 뇌리에 박힐 지경이다. '벼랑 위의 포뇨'의 주제가 "포뇨 포뇨 포뇨~"가 의미 없는 허밍처럼 흘러나올 수 있다. 이것은 포뇨 캐릭터의 힘이자 미야자키의 능력이다. 손으로 일일이 그려 넣은 2D 애니메이션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관객들을 움직인다. 17만장을 연필로 그려 넣어 100분짜리 장관이 완성됐다.

지진, 해일이 빈번한 일본의 지형적 특징도 충분히 반영했다. 너울성 파도 탓에 육지가 바다가 되지만, 그 속에서도 주인공들의 은거는 끄덕 없다는 점에서는 일본인들의 희망이 엿보인다. 총알을 용케 피하는 서부극 주인공처럼, 환경의 재앙에서 이리저리 달아나는 포뇨 일행의 모습은 고개를 갸웃하게도 만든다. 만화적 팬터지, 그 관용의 손길이 여기저기 뻗친다.

스토리는 동화 '인어공주'의 얼개와 유사하다. 육지 남자를 좋아해 사람이 되고 싶은 물고기 이야기는 세계 어린이들에게 통하는 동화다. 다리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내줘야 했던 인어공주에 비해 포뇨는 역경 없이 육지 소년과 사랑을 이룬다. 어린이들 마음 상하지 않도록 당연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비키니 차림의 인어공주보다 덜 섹시하다는 점이 차별 요소다. 2차 성징을 겪은 인어공주와 달리, 포뇨는 다섯살 어린이 인면어로 등장한다. 다리만 물고기였던 인어공주와 다르게, 포뇨는 몸통 전체가 물에 적응돼 있다.

동화 '인어공주'의 스케치에 전혀 다른 내용으로 색깔을 입혔다. 초반 5~10분 가량 대사 없이 해저 세계를 그림으로 전하는 프롤로그는 '벼랑 위의 포뇨'의 감성을 대변한다. '뒷다리가 쑥 앞다리가 쏘옥'하고 인간이 된 포뇨와 똑똑한 육지 소년의 순수한 사랑은 어른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진한 구석이 있다. 원시 세계에서 온 듯한 마법 소녀 포뇨의 독특함은 소품 같은 재미를 준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의 핵심적인 특징들은 포뇨도 지니고 있다. 하늘을 유난히 좋아하는 미야자키의 하늘색 그림들이 바닷 속에서 헤엄친다. 만화로 구현되는 환경 메시지는 포뇨가 만화경 구실을 한다.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주인공, 인간으로 변신하는 구성 등 미야자키 만의 공식도 어김없이 발견된다. 18일 극장에 걸린다.

윤근영기자 iamygy@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