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11주년 맞는 한나라당.. '172석 모래알 巨與'

2008. 11. 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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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21일 창당 11주년을 맞는다. 집권 후 맞는 경사이지만 한나라당의 모습은 그리 밝지 않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20일 "현안마다 당 지도부 간 손발이 맞지 않고, 청와대와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당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인으로는 ▲주인의식과 주체성 결여 ▲계파 갈등 ▲당의 구심력 약화 등을 꼽을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의원 172명의 거대 여당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성싶다. 당직자 간, 주류인 친이 간, 소속 의원 간의 결속력이 부족하다. 집권당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소속감이나 일체감을 느끼는 의원을 찾아 보기 어렵다. 10년 만에 재집권했으니 어떻게 하면 국정을 잘 이끌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중지를 모으는 모습은 몇몇을 제외하곤 눈에 띄지 않는다. 상당수는 의사결정과정에서 겉돌고 있다며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일부는 국가와 당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입지와 장래를 의식해 경쟁하는 양상마저 엿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측근과 만찬을 했다. 그는 식사하면서 상당 부분을 할애해 자신이 입각해야 하는 이유와 당위성 등을 장황히 설명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이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얼마나 앞장섰는데 개별적으로 한번도 청와대에 초청받지 못했다"며 "어떤 형태든 나를 배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당 의원이면서도 야당 근성을 못 버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집권 세력으로서 국정을 운영한다는 책임감보다 지역구나 국민을 겨냥한 인기발언을 서슴없이 한다. 지난 12일 이 대통령이 일각에서 제기된 연말 개각 가능성을 부인하자, 다음날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회의에서는 여권 진영의 전면 쇄신론이 나오는 등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계파 간 갈등의 골은 한마디로 깊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 복도에서 친이계 핵심 의원과 조우한 친박계 한 의원은 "안녕하십니까"라며 큰 소리로 먼저 인사를 청했다. 그러나 친이 의원이 애써 이를 외면하자, 그 의원은 머쓱해했다. 또 다른 한나라당 친박계 모 인사는 친박연대 당사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당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친박연대 당사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당내 사정이 이러니 당 지도부의 영이 서지 않는 등 구심력도 떨어진다.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과 수도권 규제완화 등을 둘러싸고 당직자 사이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 전 의장은 "정책추진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토론은 조용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에게 시끄럽게 비쳐진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장은 "노무현 정권 실패의 원인은 당·정·청 간의 갈등 때문"이라며 "여권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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