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동, "나를 믿고 시간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Fomos 2008. 11. 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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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스=심현 기자]어느 순간부터 승패에 연연하고, 긴장이 시작된 것 같다

프로리그 2006 시즌 전기리그 신인왕, 후기리그 MVP, EVER 스타리그 2007 우승과 함께 로열로드 달성, 프로리그 2007 통합챔피언 등극, 곰TV MSL 시즌4 우승으로 저그 두 번째 양대리그 석권.프로게이머 데뷔 2년도 되지 않은 18살 소년은 2007년 후반부터 2008년 초반까지 강인한 인상을 남기면서 앳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폭군', '파괴신' 등으로 불리며 수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더불어 사람들은 '임요환-이윤열-최연성-마재윤'으로 이어지는 소위 '본좌' 라인에 5번째로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 18살 소년이 바로 르까프 오즈 이제동이다.하지만 이후 이제동은 EVER 스타리그 2008 1차 본선 탈락에 이어 인크루트 스타리그에서는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고, KeSPA 랭킹 1위 자리에서도 밀리더니 아레나 MSL 결승전에서도 팀 동료 박지수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주고 말았다.설상가상 최근에는 클럽데이 온라인 MSL에서 윤용태(웅진)에게 패하며 16강에서 탈락하더니,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예상됐던 WCG 2008 그랜드파이널 8강에서 송병구에게 패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등 갑작스런 프로토스전 경기력 하락으로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그 때문일까? 소속팀 르까프는 프로리그 08-09 시즌 개막 이후 전승이 6연승에서 막을 내리더니 2연패를 당하며 선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지난 18일 이제동은 1세트에 출전해 공군 김선기를 완파하며 승리를 거뒀고, 르까프 역시 이제동의 기를 받았는지 세트스코어 3:0으로 공군을 물리치고 선두에 복귀했다.18일 밤 공군전 승리를 마치고 숙소로 복귀한 르까프 이제동을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에서 만나 허심탄회하게 최근의 부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제동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다.- WCG 출전 차 독일에 다녀왔는데 어땠나▲ 유럽은 작년 통합챔피언 우승 이후 한번 갔다 와서 기대를 크게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때 독일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색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했고, 국제 대회 출전이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출국했다.- WCG 선수 가운데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는데▲ 사실 나도 개인적으로 많이 욕심을 내고 독일에 갔다. 그리고 독일에서도 다른 한국선수들보다는 준비를 훨씬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8강에서 지는 바람에 입상도 못해서 많이 아쉽다.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때의 패배가 나에게 동기 부여가 된 것 같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됐고, 무대에서도 제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패배가 좋은 약이 된 것 같다.- 송병구와 8강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는지▲ 솔직히 그런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언제건 만나야 될 상대였다.- WCG 경기모습은 평소의 이제동 답지 않은 경기였던 것 같은데▲ 지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굳이 변명 같지만 8강전 3경기 같은 경우는 내가 준비한 것과 다른 플레이를 하고 말았다. 라이드오브발키리는 연습할 때는 한번도 지지 않고 100% 승리를 확신하는 그런 맵이었다. 그런데 경기에서는 소위 '정신줄을 놓는' 게임을 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경기에 임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생각하지도 않았던 히드라 드랍을 즉흥적으로 선택했고, 전반적으로 생각 없이 게임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WCG를 전후로 프로토스전 경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데▲ 방송경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정한 것 같다. 그러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원래부터 연습은 굉장히 많이 하고, 승률 같은 경우도 프로토스전은 평소에 거의 지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경기 시작 전에도 자신감이 가득한데, 막상 경기에 임하게 되면 긴장도 하게 되고 머릿속이 하얘지기도 한다.- 양대리그를 우승한 경험이 있는 선수가 아직도 방송경기에서 긴장을 하는가▲ 양대리그를 모두 우승할 당시나 내가 잘하던 시점에는 전혀 긴장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승패에 연연하게 되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하지 않던 긴장이 시작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역전도 잘 당하지 않는데 승기를 잡으면 더욱 긴장되고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시작된 부담감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연습량이나 자신감은 여전하지만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작용하면서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소위 '본좌' 이야기나 지나친 기대가 부담의 원인이었는지▲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부담을 갖진 않았고, 그런 생각이나 시선에 상관없이 게임을 해왔다.그런데 언제인가 경기에 지고 나서 게시판의 글이나 기사의 댓글 등을 포함한 팬들의 반응을 보면서 큰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나는 이제 쉽게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승리를 하기 위한 경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날 이후로 경기에서 긴장을 하고, 부담을 갖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옆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조정웅 감독도 이에 대한 의견을 내비쳤다)▲ 조정웅 감독=현재 e스포츠 팬들의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문화는 e스포츠만이 가진 특성이다. 그리고 팬들의 적당한 비판과 격려, 채찍질은 선수들과 e스포츠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비난과 무책임한 비방은 주로 나이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인 e스포츠계에서 선수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팬 여러분들도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글을 남겨주시길 부탁 드린다.- 경기력 회복을 위해 최근에 생활 패턴을 바꿨다고 들었는데▲ 원래는 경기에서 지면 스스로 많이 속상해하는 편이다. 최근에 패하고 나면서 내 스스로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연습생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었다.이런 내 생각에 감독님께서도 동의하시면서 처음 숙소에 들어 왔을 때의 시절로 돌아갔다. 내가 스스로 연습생 시절로 돌아가길 원한만큼 그때 그 마음가짐으로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고 정상을 향해 한걸음씩 내디뎠던 그 과정과 느낌을 다시 겪어보고 싶었다. 정상을 향해 내딛던 그때의 과정과 느낌을 다시 찾는다면 양대리그를 정복하던 그 순간의 페이스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아무런 부담감 없이 게임에만 전념하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연습생 시절의 생활을 자청했다.▲ 조정웅 감독=제동이 같은 경우는 굳이 연습생 생활을 자청해야 할 정도로 경기력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본인이 강력하게 생활 패턴 변경을 원했고,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 그렇게 하도록 결정했다.- 예전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페이스를 찾을 수도 있을 텐데▲ 앞서 말한 것처럼 경기력이나 자신감에 문제가 있어서 연습생 생활을 자처한 것은 아니다. 경기에 임하는 내 마인드가 변했고, 경기 중에 부담감이 늘고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버리기 위해서 예전으로 돌아간 것이다.예전에는 열심히 경기를 준비하고, 실전에서 내가 준비한 과정을 그대로 경기에서 보여주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요즘은 승리만을 위해 경기에 임하고 있고, 승리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경기에서 집중하지 못하는 나를 버리기 위한 선택이다.완벽하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이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예전의 내 모습으로 완벽하게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의 반응과 의견에 속상하기도 했을 텐데▲ 원래의 나는 e스포츠 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여러분들의 반응에 민감한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프로게이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들에 대해서는 굉장히 싫고 속상했다. 지금은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게 쉽지 않다면 그런 의견을 접할 기회 자체를 차단해 버리려고 애쓴다.반면에 글 한줄 한줄이 고맙게 느껴지는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과 글들은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 분들의 의견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전혀 관심을 안 보일 수는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반대의 의견이건 칭찬의 의견이건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뿐 아니라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승리에 대한 압박이나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고, 자신감을 해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은데▲ 나는 데뷔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적도 없었고, 지금까지 특별한 기복 없이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독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하시고, 부진에 대한 우려를 하고 계시는 것 같다.예전부터 나를 지켜봐 주셨던 팬 여러분들 가운데 최근의 내 눈빛이 예전의 눈빛과 다르다는 말씀도 하신다. 하지만 경기력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 자신감이나 기세, 눈빛도 예전과 다르진 않다. 다만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심적인 부담감으로 인해 집중력이 조금 떨어진 것 같다. 지금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나는 절대 연습을 게을리 하고 경기에 출전하진 않는다. 지금의 내 문제점도 확실하게 알고 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팬 여러분들은 나를 믿고 따가운 질책보다 따뜻한 격려와 함께 시간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lovesh73@fomos.co.kr모바일로 보는 스타크래프트 1253+NATE/ⓝ/ez-iEnjoy e-Sports & http://www.fomos.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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