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제국 몽골의 통치자 쿠빌라이
로사비 명저 '쿠빌라이 칸, 그의 삶과 시대' 완역(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마르코 폴로를 접견한 자리에서 쿠빌라이 칸은 자신의 종교관을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모든 사람이 숭배하고 존경하는 예언자로는 네 분이 있다. 기독교도들은 자기네 신이 예수 그리스도라 하고, 사라센은 마호메트라 하며, 유대인은 모세라 하고, 우상숭배자들은 여러 우상 중 최초의 신인 사가모니 부르칸(석가모니 부처)이라 한다. 나는 이 네 분을 모두 존경하고 숭배하며, 특히 하늘에서 가장 위대하고 더 진실한 그 분께 도움을 청하고 기도를 올린다"
참으로 알쏭달쏭한 표현이다. 어느 신을 최고로 치는지 알 수가 없는 답변이다.하지만 이는 한편으로는 이런 다양한 신들을 섬기는 제국의 최고 통치자다운 발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는 포용성을 표방함으로써 실로 많은 민족, 다양한 종교, 드넓은 영토를 다스리고자 하는 그의 통치관 일단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쿠빌라이 개인은 불교, 특히 티베트 불교에 상당히 기울어져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도였다.
그의 불교 성향은 1250년대에 시작해 1281년까지 집중적으로, 때로는 산발적으로 지속된 불교와 도교간 투쟁 사건에서 드러났다. 자기 형인 뭉케가 대칸으로 군림하는 시대에 이 논쟁이 시작되었을 때, 형은 쿠빌라이에게 사회와 중재를 맡겼다.
도교도들의 주장이 허무맹랑함을 간파한 쿠빌라는 급기야 저명한 도교 신도 17명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고는 불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하는가 하면, 도교 측이 위조한 경전을 모조리 불태우라고 명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도교가 엄청난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이뿐이었다고 미국의 저명한 몽골사 연구자인 모리스 로사비 뉴욕시티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저서 '쿠빌라이 칸, 그의 삶과 시대'(Khubilai Khan, His Life and Times. 캘리포니아대학 출판부. 1989)에서 말한다. 이후 도교도에 대한 추가 박해는 없었으며, 오히려 그들을 매우 관대하게 대했다는 것이다.
쿠빌라이라는 인물이 왜 중요한지를 로사비는 "초원지대에서 온 유목민 정복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정주(定住) 사회의 실질적 통치자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첫 번째 몽골 통치자라는 점"에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중국 전역을 통치한 최초의 이민족 중국황제가 된 쿠빌라이는 '정복'을 '통치'로 바꾸었으며, 이를 통해 '팍스 몽골리카'를 구축했다.
약탈은 있었지만 생산은 없었고, 파괴에는 익숙했으나 건설에는 서툴렀던 몽골을 혁신시킨 쿠빌라이.
그는 중국을 통치하기 위한 수도를 건설했고 법령과 문서를 몽골 영토 내에서 사용되던 문자로 작성케 했으며, 극장과 예술, 수공업과 과학, 의학을 적극 후원했다.
로사비는 이런 힘이 관용과 통합에서 나왔다고 진단한다.하지만 1215년 할아버지 칭기스칸이 북경을 함락하던 해에 태어난 그가 1294년 사망하자 팽창 일로를 걷던 몽골 제국은 균열과 붕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쿠빌라이 평전이자 그의 시대 몽골 제국을 다룬 책으로는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된 로사비의 저서는 칭기스칸 사후 몽골의 성공 스토리이자 쿠빌라이 개인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다.
몽골제국사를 전공하는 동국대 김장구 박사는 "이 책은 쿠빌라이와 그의 시대 몽골제국에 대한 가장 권위가 있고 고전적인 명저"라고 평가했다.
그의 저서가 고려대 동양사학과에서 중국사 분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출판사 기획편집자 강창훈 씨에 의해 깔끔하게 완역됐다.
천지인. 504쪽. 2만3천원.http://blog.yonhapnews.co.kr/ts1406/taeshik@yna.co.kr < 긴급속보 SMS 신청 >< 포토 매거진 >< 스포츠뉴스는 M-SPORTS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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