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여성] 티치아노 - 신성한 사랑과 세속적 사랑

2008. 10.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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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의 베네치아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이 말해주듯 상업이 번창함에 따라 유럽에서 가장 먼저 세속적인 삶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 격정적인 바로크풍 회화가 나타난 것도 이 즈음으로, 그 선두에 선 화가가 바로 티치아노다. 그는 인물의 특성을 꿰뚫는 초상화와 특유의 해석이 담긴 종교화로 회화의 폭을 넓혔다고 평가받는데, 대표작으로 '신성한 사랑과 세속적인 사랑'이 있다.

폭이 3m에 달하는 이 초대형 작품은 당시 귀족이 신부에게 결혼선물로 주기 위해 주문했다고 한다. 대담하고 선명한 색채 사용, 옷자락의 구김이 만드는 명암의 효과, 온화한 여체의 관능미가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도 시각적 포만감을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결혼을 앞둔 커플에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은유와 교훈의 메시지를 전하는 알레고리화라는 점이다.

화면 왼쪽에는 단정한 복장의 숙녀가 장미꽃을 들고 있고, 오른쪽에는 헐벗은 여인이 작은 향로를 들고 있다. 여인들 사이엔 어린이가 우물물을 휘젓고 놀고 있다. 두 여인은 쌍둥이처럼 얼굴과 머리색도 닮았는데, 이는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양분시켜 놓은 것으로 사랑에는 세속성과 신성함이 함께 존재한다고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맨살을 드러낸 여인이 세속적 사랑을 의미한다고 짐작되겠지만, 뜻밖에도 속세의 결혼과 쾌락을 상징하는 건 화려한 의상의 귀부인이다. 작품이 그려진 당시엔 벗은 몸을 신이 인간을 만든 원형이라 여겨 더 신성시했기 때문이며, 자연히 나체의 여인이 영혼의 사랑을 대표하는 천상의 비너스가 되겠다.

지상의 비너스가 들고 있는 꺾인 장미꽃은 인간 육신의 아름다움이 덧없는 것임을 의미하고, 천상의 비너스 손에 들린 향로는 사랑의 궁극적 목표가 저 높은 곳에 있다는 종교적 암시가 숨겨져 있다. 시야를 조금 넓혀 그림의 외경을 살펴보면, 지상의 비너스를 둘러싼 배경에는 세속적 향락이 존재하는 성곽이 있고 다산을 상징하는 토끼가 뛰놀고 있다. 반면 천상의 비너스 뒤로는 세상의 번뇌를 잊게 할 만큼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져 있다.

수많은 코드와 상징들 가운데,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대체 무얼까? 중앙의 장난기 가득한 큐피드가 열쇠를 쥐고 있다. 그는 두 여신 사이의 샘물을 생각 없이 마구 섞는 듯 보이는데 사실 여기엔 중대한 의미가 있다. 곧 "남녀의 사랑은 뜨겁고 황홀하지만 곧 소멸해 버리는 육체적 사랑과, 시간이 갈수록 잘 익은 술처럼 깊은 향을 내는 영혼의 사랑이 건강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교훈을 젊은 신혼부부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필력과 색채감은 부부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두고두고 이런 사랑을 키워가길 바라는 화가의 뜻을 담은 양념이랄 수 있겠다.16세기 티치아노의 구분법대로라면 세속적 사랑과 헤어짐이 너무도 쉽게 반복되는 21세기, 60주년 결혼기념일을 맞은 한 노부부에게 그토록 긴 세월 두 사람을 엮어둔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물었다. 남편은 '사랑'이라고, 아내는 그를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며 '인내'라고 조용히 답했다. 사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랑은 받는 것보다 줌으로써, 또 이해하고 용서함으로써 더 완성에 다가가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사랑은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이며 신성하다. 티치아노가 말하는 '육체와 영혼 모두가 사랑 안에서 합일되는 경험'은 모든 '사랑하는 자'들이 꿈꾸는 로망일 터. 이런 경험을 평생 나눌 동반자를 찾는 여정이 바로 인생이 아닐는지.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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