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e스포츠심판 강미선씨 "왕년엔 '댄스여왕'"

2008. 8. 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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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라서 힘드냐고요? 여자니까 더 잘할 수 있죠!" 한국e스포츠협회(KeSPA) 공인심판 강미선씨(여ㆍ25)는 국내 최초, 유일의 여성 e스포츠 심판이다. 대학 졸업 후 전공(관광경영학)을 살려 여행업계에서 일하던 강씨는 'e스포츠가 너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과감하게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무작정 프로게임단, 방송사 등 관련업계의 채용공고를 열심히 찾아다니다 2007년 4월 운명처럼 눈에 띈 게 'KeSPA 심판원(부심) 모집'이었다. e스포츠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고, 10개월간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높이 평가한 협회측이 올해 2월 강씨를 정규직원(심판)으로 채용했다.

 ▶1등 춤꾼 여고생, 포청천이 되다!

 강미선 심판은 인천 인화여고 재학 시절 댄스동아리 'id'의 핵심멤버로 활동했다. 각종 댄스경연대회에서 수차례 1등을 차지했다. "춤추러 많이 다녔다고 하니까 불량학생이었던 걸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학교생활 착실히 잘 했답니다. 대학에서도 치어리더로 활동했죠."

 춤을 좋아했다면 나이트클럽 얘기를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고등학생일 땐 한번도 안 갔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는 자주 다녔죠. 그냥 춤만 추고 싶어서 가요. 즉석만남 요청은 사절입니다."

 그녀의 인생 목표는 뭘까. "먼 훗날 일은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 지금 눈앞의 일을 충실히 해서 인정받는 게 우선이죠. 하지만 여러가지 상상은 해봐요. e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직종에 저를 넣어보는 거죠, 게임단 프런트도 있고, 방송, 신문사 기자도 있잖아요. 부지런한 체질은 아닌데 집에 가만히 있으면 병나는 스타일은 맞아요."

 ▶그녀의 '전투일지'를 들여다 보니...

 강 심판은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e스포츠협회로 출근한다. 그날 경기에 필요한 데이터와 자료 준비는 기본이며, 협회 경기국의 업무도 처리한다. 시즌 중 경기는 오후 2시 또는 오후 6시30분이다. 경기 시작 30분 전까지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선수들의 출전규정을 체크하려면 그 시간보다 일찍 가야 한다.

 경기가 끝나는 시간은 들쭉날쭉. 경기 종료 후 그날 기록지와 다음 일정을 정리해서 메일을 발송하는 작업이 1시간쯤 소요된다. 경기가 있는 날 평균 귀가시간은 자정 전후다. 늘 피로를 안고 살다보니 집에서 개인생활을 즐길 짬은 당연히 없다. 지각을 할 지언정 아침밥은 거르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아침밥을 못 먹고 다닌다.

 "처음 심판원(부심)으로 일할 때는 화장도 열심히 했거든요? 근데 중반쯤 되니까 너무 힘들어서 반 포기 상태로 지내요. 거의 민낯으로 다닌다고 보시면 됩니다. 경기장 조명이 충분히 어둡기 때문에 괜찮거든요. 호호호."

 ▶e스포츠 남녀상열지사?

 스타크래프트 종목의 프로게이머와 코칭스태프는 99% 남자들이다. 이런 판에 여성심판이 등장했으니 로맨스나 스캔들 같은 '남녀관계'도 일어날 법하다. 한 관계자의 귀띔에 따르면 몇몇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강 심판에게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선수가 심판에게 '고백' 하기도 어렵지만 거꾸로 심판이 선수에게 '마음'이 있어도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긴 마찬가지다.

 "저에게 전화번호 달라고 하신 분은 한번도 없었어요. 만나는 분들에게 명함을 드리니까 전화번호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친동생처럼 가까이 지내고 싶은 선수도 있어요. 하지만 직업이 심판이니 절대 그런 티는 낼 수 없죠."

 만약 용감한 프로게이머가 눈앞에 나타나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면 어떨까. "전화번호 드릴 의향 있습니다. 근데 대체로 프로게이머들이 키가 작아서 제 취향에 맞는 분이 있을까 모르겠어요. 제가 하이힐 신고 올려다 볼 수 있는 프로게이머가 있다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겠죠." 그녀의 키는 무려(?) 1m71이다. 하이힐을 신고 올려다 보려면 최소한 1m85는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강 심판은 "지금도 키가 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심판 예쁘다" VS "발음이 왜 그래?"

 생방송 경기 도중 강 심판이 카메라에 잡힐 때가 있다. 버그 등으로 경기 중단시 마이크를 잡고 발표할 때도 있다. "가끔 인터넷 댓글에서 '심판 예쁘다'는 얘기를 보긴 하는데 좀 민망하더군요. 일부러 찾아보진 않고, 주위에서 얘기 해주면 한번 보는 정도죠."

 언젠가 마이크를 잡고 결과를 발표하는데 발음이 약간 꼬였던 적이 있었다. 그날 인터넷 게시판엔 '심판 언니 예쁘다'는 글 아래 '예쁜 건 알겠는데 발음 좀 또박또박 해주세요'라는 예리한 댓글이 달렸다. 그녀에게도 '악플'이 있었다. 경기 중단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승리를 선언했는데 그날 모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엔 '심판 돈 먹었냐'는 얘기가 있었다. 의외로 무덤덤하게 넘겼다고 한다.

 직업병도 있다. 경기장 조명이 워낙 세서 그런지 심판이 되고 나서 시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당신도 나처럼, 나는 김가을 감독처럼!

 국내 최초, 유일의 스타크래프트 여성 심판이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섬세함이 필요한 직업이죠. 전적 데이터처럼 꼼꼼하게 관리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밤 늦게 경기가 끝나는 것만 빼면 여자분들이 일하기에 참 좋은 여건이고요. 제가 잘 해서 제 뒤로 여자분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이유에서 강 심판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역시 국내 최초, 유일의 프로게임단 여성 사령탑인 김가을 감독(삼성전자 칸)이다. 김가을 감독은 지난 9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8' 결승전에서 온게임넷을 4대1로 꺾고 2년 연속 '광안리 챔피언'에 등극했다.

 "여성에게 황무지나 다름없던 e스포츠계에서 일가를 이뤘다는 점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김 감독님과는 따로 말씀을 나눠 본 적이 없어요. 기회가 된다면 조언도 듣고, 많이 배우고 싶어요. 그 카리스마, 대단하잖아요. 저도 몸에 힘 좀 빼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고 싶어요."

 < 곽승훈 기자 scblog.choun.com/european > 

 ◇강미선 프로필 ▶생년월일

=1983년 7월25일  ▶출생지=경기도 포천  ▶직업=한국e스포츠협회 공인 심판(스타크래프트)  ▶출신교=인화여중→인화여고→부천대 관광경영학과  ▶신체조건=1m71, 50㎏  ▶가족관계=부모님, 언니  ▶혈액형=A형  ▶취미=포켓볼, 볼링, 스포츠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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