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법사'가 '구단주'가 된 까닭은

2008. 7. 30. 09:1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신동립의 잡기노트

'차길진'이라는 이름에 접미사로 굳어진 것이 '법사'다. 차길진(61) 법사는 남의 영혼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영능력자로 통한다.

이런 그가 흐릿한 귀신들 대신 생기 펄펄한 프로야구 선수들을 이끈다. 지난주에 우리 히어로즈 프로야구단 구단주가 돼버렸다. 뜬금없다고 여기는 남녀가 많다. 멀티플레이어 승려들이 우르르 등장한 영화 '달마야 놀자'식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차길진씨는 한국불교신문 사장, 월간불교 사장, 그리고 서울 석촌동·대전 유성·일본 도쿄·미국 뉴저지의 후암정사 회주다. 법사스러운 명함들이라고 수긍할 수 있다. 법사와 하등 무관한 듯한 이력도 한 둘이 아니다. 경찰청박물관 명예박물관장,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자문위원, 극단 후암의 제작자, 오성INC 회장….

차 법사는 산 사람보다 망자와 더 가깝게 지내려니, 지레 짐작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난센스다. 죽은 자를 더 좋아한다면 그는 저승에 있어야 옳다. 두 차원의 경계에서 영혼의 메신저 노릇에 충실할 따름이다. 오성INC 회장 직함이 특히 상징적이다. 이 회사는 과속 자동차를 단속하는 레이저 기기 등을 생산한다. 원혼 발생을 예방하는 셈이다.

차길진 구단주 탄생 소식이 알려지자 '일단 비난부터 하고보자'는 의견이 더러 들리고 보였다. 당황한 차 법사는 "나는 중학생 시절부터 야구광"이었다고 야구팬들에게 동질감을 전했다. 불필요한 발언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71) 총재도 처음부터 야구인은 아니었다. '준비된 구단주'이미지를 심는 데는 "실은 내년 쯤 구단주가 되려고 했는데 조금 일러졌다"는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는 편이 한결 유효할 뻔 했다.

차 구단주는 스포츠에 문화와 연예를 접목할 궁리를 장기간 해왔다. 야구장에 흥겨운 엔터테인먼트 멍석을 깔 작정이다. 365일 중 야구가 열리는 날은 150일이다. 우리 히어로즈 홈 게임은 63회다. 야구장이 노는 날 각종 엔터테인먼트 아이템을 풀어놓을 태세다.

그는 뮤지컬과 연극, 춤, 음악, 미술, 그리고 문단과 두루 통한다. 트레이드마크 격인 구명시식, 즉 초혼위령제로 인연을 맺은 연예인도 부지기수다. 교류 대상이 국내 스타에 한정되지도 않는다. 일본 록그룹 'X재팬'의 보컬 토시(42) 등 차 법사를 믿고 따르는 아티스트는 해외에도 적지 않다.

자극적일 만큼 정직한 보도행태가 특징인 스포츠 신문들은 13년째 차 법사를 번갈아 활용 중이다. 판매부수를 일정부분 늘려주는 전략적 필자다. 필력 검증은 끝난 지 오래다. 가극, 요즘으로 치면 뮤지컬인 '눈물의 여왕'원작 소설가 바로 차 구단주다. 10년 전 신구(73), 이혜영(46), 조민기(43), 전도연(35) 등이 출연한 작품이다. 스포츠지의 세 기둥은 스포츠와 연예 그리고 온갖 화제다. 이들 신문의 독자는 프로야구 관객층과 넓은 교집합을 이룬다. 차 구단주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공연히 "문화 야구"운운할 리 없다.

그는 우리 히어로즈에 상당액을 투자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여느 구단의 자금규모에 비하면 적은 돈이다. 그런데도 "세계적인 야구단 구단주는 개인이지 재벌이 아니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다. 자본에서 자유로운 만큼 눈치 보지 않고 수익을 낼 구석이 많다는 계산이다. 예컨대 "삼성 구장에서 SK나 LG 제품을 홍보하고 광고하는 행사를 열 수 있겠는가. 우리 히어로즈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식이다.

차 구단주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가 노랫말을 붙인 '그토록 그리움이'(작곡 임준희)는 이탈리아어로 옮겨져(Il vuoto che in me sento) 베니스에서 불려지고 있다. '사람이 드문 탱자길, 사람이 가지 않는 수수밭길을 그대로 바람이 되어 날아보아요.'이렇게 차 법사는 차 구단주가 돼 '가지 않은 길'로 접어들었다.

대니 글로버(61)가 나온 영화 '외야의 천사들'은 결정적인 순간 자력으로 최강팀이 되는 꼴찌 야구팀의 석세스 스토리다. 처음에는 천사의 도움으로 승리를 챙기다 자신감이 쌓이면서 마침내 홀로 섰다.

reap@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