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트래쉬토크] 대통령기 결산, 고교농구의 왕중왕 가렸다!

서정환 기자 2008. 6. 2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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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대통령기 전국남녀 고교농구대회가 홍대부고와 수원여고의 우승으로 끝났다. 상반기 3개 대회 4강 진출 팀만 출전할 수 있는 대통령기는 고교농구의 '왕중왕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남고부 중심으로 이번 대회를 돌아본다.

고교골밑도 2미터 시대

190대 중후반의 선수 한 명이 고교농구에서 센터를 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고교농구에서도 팀 당 2미터가 넘는 선수 한 두 명은 쉽게 볼 수 있다. 190대 후반의 신장으로 스몰포워드를 소화하는 선수를 보유해 트리플포스트를 구성하는 팀까지 등장했다. 고교농구의 체격조건이 대학은 물론 프로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결승전 맞상대 경복고와 홍대부고는 대표적인 높이의 팀이었다. 경복고의 김민욱(205cm)-장재석(202cm)-전준범(195cm)이 버틴 트리플포스트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더구나 경복벤치에는 199cm의 일학년 센터 주지훈과 197cm의 포워드 김순재가 언제든지 출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복고는 김민욱과 장재석의 존재로 강력한 3-2 지역방어를 구사했다. 전준범의 존재로 골밑에 엔트리 패스를 넣기도 쉽지 않았고, 골밑에서 공을 잡더라도 김민욱과 장재석의 높이는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더구나 전준범은 빠른 스피드로 도움수비를 들어와서 블록슛을 노린다. 경복고를 상대로 골밑슛은 물론 속공이나 외곽슛을 한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우승팀 홍대부고 역시 강력한 높이를 갖췄다. 이대혁(203cm)-정희재(197cm)-임동섭(195cm)은 경복고의 높이에 견줄 수 있는 유일한 트리오였다. 삼일상고와의 4강전에서 무려 28리바운드를 잡았던 이대혁은 결승전에서도 21리바운드를 잡았다. 정희재 역시 결승전에서 19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매 경기에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두 선수의 공격리바운드 장악은 홍대부고가 경복의 높이에 우세를 점하며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임동섭과 정희재는 전준범, 장재석과 마찬가지로 기술이 좋고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선수라는 점에서 한국농구의 미래를 대단히 밝게 한다.

비록 아쉽게 4강에 머물렀지만 용산고의 파워도 대단했다. 1학년 센터 이승현(197cm)은 압도적인 체격과 힘을 바탕으로 2,3학년 형님들을 골밑에서 밀어냈다. 포스트업에 이은 턴어라운드 왼손 훅슛은 대단히 안정적이고 위협적이었다. 이승현은 경복과의 4강에서 김민욱을 블록슛하고 골밑에서 밀어내는 등 '왼손잡이 현주엽'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다만 혼자 슛을 고집하고 더블팀에 대처하는 플레이가 미숙한 점, 파울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같은 팀의 안진모(202cm) 역시 탄탄한 체격과 리바운드 능력을 두루 갖췄다.

삼일상고의 경우 포워드 이대성(192cm)이 4강에서 38점을 올리는 물오른 득점력과 8강에서 22개를 잡아내는 리바운드 능력을 과시했지만, 장신선수들의 기량이 타 팀에 미치지 못했다. 210cm의 고교최장신 최재문의 성장세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밖에 안양고의 함길호(205cm), 무룡고의 안준혁(201cm), 박철호(200cm), 제물포고의 박준호(199cm)도 장신선수로 가능성을 보였다.

팀을 책임진 득점기계들

최고의 득점기계들의 경합도 볼만했다. 지난 3월 열린 춘계연맹전 송도고와의 경기에서 혼자 60점을 넣은 계성고의 임종일은 이번에도 눈부셨다. 임종일은 단대부고 전 51점을 시작으로 휘문고전에서도 45점을 넣으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임종일은 무룡고와의 예선 마지막경기에서 32점으로 주춤(?)했지만, 홍대부고와의 8강전에서 다시 한 번 37점을 터트렸다. 대회평균 41.25점의 막강한 화력을 뽐낸 것이다.

임종일은 192cm의 가드로서 큰 키에 체격도 다부지다. 빠른 퍼스트스텝에 이은 돌파는 막을 재간이 없다. 밀집수비를 스핀무브로 제치고 레이업슛을 올려놓는 모습은 고교선배이자 국가대표 정영삼의 플레이를 보는 것 같다. 워낙 몸이 좋아 수비수와 부딪쳐도 최소 파울을 얻어낸다. 또 탄력이 대단해 가드임에도 불구하고 수비에서 사실상 스몰포워드를 소화하며 리바운드도 10개 이상을 쉽게 따내고 있다. 돌파가 좋은 점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던지는 3점슛도 좋다. 폴 피어스의 고교농구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다만 너무 많은 것을 책임지는 팀 사정상 슛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팀에 배수용과 이재환이라는 든든한 빅맨이 있어 2:2 플레이를 통해 득점을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했다. 대학에서는 다들 득점능력과 체격조건, 힘이 좋은 만큼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유난히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넘나들며 폭발적인 득점력을 발휘한 콤보가드들이 많았다. 홍대부고를 정상으로 이끌며 MVP를 수상한 고재호가 대표적이다. 홍대부고는 골밑과 외곽의 조화, 지공과 속공의 조화가 가장 잘 이뤄진 포지션 균형이 우승의 비결이었다. 그 중심에는 고재호가 있었다. 고재호는 동료들의 득점을 먼저 포착하며 효율적인 공격을 펼친다. 골밑의 정희재와 이대혁, 외곽의 임동섭과 최완승, 신원철에게 적절한 어시스트를 해주면서 공격을 조율했다. 최완승은 계성과의 8강에서 무려 5연속 3점슛 포함 6개의 3점포를 작렬했다. 삼일과의 4강전에서 고재호는 직접 활발한 공격으로 27점을 올렸다. 홍대부고는 주전 5명 모두 15점 이상을 득점할 수 있는 고른 득점력이 최고의 강점이었다.

경복고의 박재현도 좋은 활약을 했다. 187의 신장이지만 몸이 다부지고 개인기와 스피드가 탁월하다. 3점이면 3점, 돌파면 돌파 못하는 것이 없다. 골밑의 김민욱과 장재석에 가려 마음껏 슛기회를 잡지는 못했지만, 꽉 막힌 골밑체증을 시원한 돌파 한 방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대단했다. 특히 용산과의 4강전에서는 4쿼터에 결정적인 돌파로 바스켓카운트를 얻어내 경복고의 결승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포인트가드를 소화할 정도로 드리블도 좋은 편이다. 다만 경복은 정성수, 김기성, 박찬웅 등 좋은 가드진을 보유했지만, 서로 장단점이 극명하게 달라 확실한 주전이 없었다는 점이 결승에서 독으로 작용했다.

삼일상고의 유병훈과 제물포의 김윤태 역시 포인트가드 랭킹 1,2위를 다투는 선수들다웠다. 팀의 공격조율은 물론 위기에서의 한 방이 돋보였다. 두 선수는 맞대결에서 유병훈이 30점, 김윤태가 32점을 넣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특히 유병훈은 박찬희-박형철의 대를 이어 대학에서 190대 장신 포인트가드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고교에서는 능력 있는 장신빅맨의 부재로 득점을 많이 했지만, 대학에서는 박성진과 마찬가지로 득점력이 뛰어난 정통 포인트가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용산고의 김지웅(185cm)과 무룡고의 염승민(185cm)은 2학년 가드로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김지웅은 동료들의 득점을 먼저 생각하는 정통 포인트가드로 침착함이 돋보였다. 드리블 실력도 대단히 뛰어나다. 마치 용산의 이명헌이라고 할까? 염승민은 투지가 돋보이고 힘과 스피드가 좋다. 특히 스틸에 이어 속공을 마무리하는 능력이 좋다.

대진고는 가장 인상적인 팀이었다. 사정상 팀내 최장신 최세현과 신동헌이 출장하지 못하는 악재 속에서도 선전했다. 3학년 3총사 성재준(188cm), 예동영(176cm), 이진혁(188cm)이 돋보였다. 특히 성재준은 사정상 센터를 맡으며 함길호와 김민욱 등 장신센터들을 수비하느라 정말 고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길호를 파울퇴장으로 몰고 김민욱을 상대로 17리바운드를 걷어내는 등 투지가 돋보였다. 상대 센터를 외곽으로 끌어내고 돌파를 하거나 백도어를 공략하는 등 바스켓 센스도 좋았다. 이진혁 역시 돌파와 외곽슛을 뽐내며 경복전에서 30점을 뽑아냈다.

수도권 팀들의 강세

이번 대회 남고부에서는 총 13팀이 출전했다. 그 중 지방팀은 계성고, 무룡고, 여수전자고 3팀에 불과했다. 수도권 10팀 중에서도 서울 팀이 7팀을 차지해 강세가 이어졌다. 대통령기는 상반기 3개 대회의 4강 진출 이상 팀만이 출전자격을 갖추는 것을 감안하면, 수도권과 지방 팀의 전력불균형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A조의 계성고와 무룡고는 단대부고와 휘문고를 제치고 8강에 진출해 돌풍을 일으켰다. 여수전자고는 경복고, 삼일상고와 함께 죽음의 D조에 속하면서 8강 진출에 실패하는 불운을 맛봤다.

이후 서울 팀들의 강세는 이어졌다. 8강전에서 삼일상고와 제물포고가 맞붙는 바람에 수도권에서는 삼일상고만 4강에 진출했다. 지방의 자존심 계성고와 무룡고는 각각 홍대부고와 용산고에게 패하며 4강 진출이 좌절되었다. 4강에서 삼일 대 홍대부고, 용산 대 경복의 대결이 이뤄지며 지방 팀들이 모두 탈락하는 구도가 되었다. 또 4강에서 삼일이 홍대부고에 98-82로 대패하면서 서울 팀끼리 결승을 치르게 되었다.

가장 많은 팀을 보유한 서울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수도권 팀들은 각 포지션에서 고른 전력의 선수들을 대거 보유했다. 그래서 경기 중 체력안배와 파울관리가 가능하다. 반면 지방 팀들은 에이스 선수가 다치거나 파울이 누적될 경우 딱히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B조 예선에서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제물포와 대진의 경기에서 대진은 막판 선수들의 연속 퇴장으로 단 2명의 선수가 5명의 선수를 상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진은 110-108로 아깝게 패하는 투혼을 보였다. 하지만 축구와 달리 농구는 1명의 공백이 너무나 크다. 프로선수들도 대학선수와 2:5로 뛰면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대진고는 부상과 전학 등의 이유로 뛸 수 있는 선수가 6명에 불과했다.

재미있는 것은 대진고는 안양고와의 대결에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역시 엔트리가 6명에 불과한 안양고는 주전선수들이 파울관리를 해줄 수 없었다. 결국 안양고는 3쿼터 초반부터 4명이 경기를 했고, 나중에는 3명이서 뛰었다. 대진고 역시 막판에 성재준이 퇴장당하고 박여호수아와 예동영까지 4파울에 걸린 상황이었다. 자칫 정식경기를 3:3으로 치르는 어처구니없는 경기가 벌어질 뻔 했다.

협회장기 우승팀 무룡고의 경우 사정이 더 열악하다. 총 엔트리가 8명으로 참가팀 중 가장 적었다. 18명의 선수를 보유한 삼일상고의 반도 안 되는 숫자다. 무룡고는 용산고와의 8강전에서 센터 안준혁이 부상을 당했다. 주전의 전력공백이 심한 탓에 안준혁이 골밑을 비운 사이 점수 차가 더 벌어졌다. 주전들의 체력도 걱정이지만, 행여 파울 때문에 뛸 선수가 급격히 제한될 경우 실력발휘를 해보지도 못하는 셈이다.

고교농구가 가야할 길

고교농구 특유의 패기와 젊음은 한국농구의 미래를 밝게 했다. 준결승에서는 KCC의 허재 감독, 신한은행의 임달식 감독, 유영주 해설위원 등 농구계 인사들이 와서 농구 유망주들의 실력을 점검했다. 특히 유영주 위원은 직접 선수들의 테이핑까지 해주는 등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아마추어 농구 특유의 열악한 환경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절실하다.

수도권 팀과 지방 팀의 전력 불균형은 아쉬운 부분이다. 같은 조건으로 싸우지 못한다면 승부는 해보나 마나다. 지방 팀들의 우수선수가 수도권으로 전학가면서 지도자들의 김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선수가 명문 팀에서 벤치만 달구는 것 보다는 고등학교 때 까지는 충분한 출전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팀에서 뛰는 것이 좋다. 선수 본인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농구 유망주들은 언제 어디서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유망주들이 지역 팀에서 스타선수로 육성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경기장에서 기본적인 의료시설도 갖춰져야 한다. 계성고의 임종일은 휘문과의 경기에서 수비수의 팔꿈치에 맞아 오른쪽 눈 부위를 다쳤다. 그러나 경기장에 의사는 물론 간호사도 상주하지 않아 코트에 한 동안 드러누운 채 응급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임종일 같이 전도유망한 선수가 부상으로 선수생명에 지장을 받는 경우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 무룡고의 안준혁도 이마를 다쳤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농구는 축구처럼 벼락을 맞거나 야구처럼 공에 맞아 사망하는 등의 엄청난 사고위험은 없다. 하지만 스피드가 빠르고 코트 바닥이 딱딱해서 언제든지 다칠 수 있다. 아마추어 경기에서도 프로처럼 기본적인 응급처치 요원과 앰블런스가 상주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지길 기대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기록관리에 전산시스템을 가동했다. 손으로 표기해서 손수 기록지를 작성하던 과거와 달리 경기 종료와 동시에 컴퓨터 전산 기록지를 받아볼 수 있었다. 바람직한 발전이다. 다만 일반 팬들도 볼 수 있도록 협회 홈페이지에 기록을 공개하는 것까지 하면 더 좋겠다. 매끄럽게 진행되던 경기가 결승전에서 기록표시 오류가 나온 것은 안타깝다. 다행히 홍대부고의 연장전 승리로 승부가 뒤바뀌지는 않았지만, 자칫 협회와 선수 모두 실수로 인해 상처를 받을 뻔 했다. 유일하게 중계 방송되었던 결승전에서 나온 실수라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언론에서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개최되었지만 프로야구 등 프로스포츠에 가려 대회를 취재한 언론사는 2-3개에 불과했다. 협회와 팀에서도 경기 후 짧게나마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를 정리하고 언론을 통해 화제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08-06-20 서정환 기자( mcduo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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